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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기록하고 행동하라|

읽고 기록하고 행동하라


국방일보 2016.08.16

유근용
독서 전문가

유근용
독서 전문가

군 복무 시절, 책을 열심히 읽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공허한 기분이 들었다. 책만 읽고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는 독서가 가능할까 끊임없이 고민하던 차에 운명적인 문장을 만났다.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가 같다면 그건 책을 읽은 것이 아니다”라는 문장. 그 구절이 아주 마음에 들어 군용 수첩 맨 앞에 적어놓고 틈만 나면 들여다보았다. 그 후로 나는 책을 읽고, 좋은 구절을 기록하고, 실천해야 할 미션을 정하기 시작했다. 군인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었지만 그건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중 처음 시도한 미션은 한자 공부였다. “한국어의 70%가 한자로 되어 있는데 한자를 모르고서 어떻게 제대로 된 독해력을 갖겠는가?”라는 말에 크게 공감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나를 가로막고 있었다. 책 읽기와 마찬가지로 나는 입대 전까지 단 한 번도 한자 공부를 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알지 못했고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 나는 다시 부대 곳곳을 살피기 시작했다. 한자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다 우연히 행정반에서 ‘유레카’를 외칠 수 있었다. 총기 선반 위에 ‘교육부 선정 1800 한자’가 붙어 있었던 것이다. 책과 마찬가지로 관심이 없을 때는 전혀 보이지 않던 자료가 관심을 가지고 보니 눈앞에 나타나게 된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서 1800개 한자를 모두 외워보자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자 했을 때처럼 한자를 외울 방도를 모색했다. 아침마다 행정반에 들어가 손바닥에 한자 두 자를 적은 후 근무를 나가거나 쉬는 시간이 주어졌을 때 집중해서 외우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것보다 한자를 외우는 게 훨씬 쉬웠다. 언제 어디서나 펼친 손바닥을 들여다보면 끝이었으니 말이다.

이때부터 무의미하게 보냈던 시간이 공부하기에 최적화된 시간으로 변했다. 처음에는 한자를 눈으로만 익히다가 점점 중얼중얼 소리를 내면서 익혔고, 어느 순간부터는 쓰면서 외우기 시작했다. 그렇게 100일 정도 흘렀을까. 하루에 두 자씩 외우던 한자는 다섯 자가 됐고, 고사성어도 하나씩 외우기 시작했다. 그즈음 우연히 신문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깜짝 놀랐다. 당시만 해도 신문에 한자가 많았는데, 나는 한 번도 막히지 않고 기사 하나를 읽어 내렸다. 그냥 한글처럼 말이다. 소름이 돋았다. 공부의 힘을 군대에서 처음 느끼고 깨닫게 된 순간이다.

책 한 권을 다 읽었을 때처럼 스스로 감동했다. 책에서 얻은 좋은 아이디어를 실천하면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걸 그때 확신했다. 나는 지금도 책을 눈으로만 읽지 않는다. 읽고, 기록하고, 실천하는 ‘일독일행’ 독서를 단 하루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군대에서 익힌 좋은 습관이 내 삶을 계속 좋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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