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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한자교육, 최현배도 꾸짖지 않을 것"|


[재반론] "초등 한자교육, 최현배도 꾸짖지 않을 것"

공무원U신문 김동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 2015. 08.03

'초등학교 한자병기'와 관련 본지 고정 필진인 김동민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겸임교수의 글에 박용규 집행위원장이 반론의 글을 게재한 것에 김동민 교수가 다시 재반론의 글을 보내왔다. <공무원U신문>은 최근 뜨거워지고 있는 '초등학교 한자병기' 논란의 중심이 무엇인지 집어보기 위해 김 교수의 재반론을 받아들여 게재한다. /편집자 주

초등학교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박용규 집행위원장(고려대 연구교수)이 반론이라고 쓴 글에는 내 글에 대한 반론은 없고 단체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박 위원장의 주장은 그야말로 일방적인 주장일 뿐이다.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자 교육을 성토한 작가 조정래씨의 주장과 더불어 그 조악한 논리를 지적하기로 한다.

박 위원장의 글에는, 아마 국민운동본부의 사고(思考)에도, 과격하고 경직된 주장만 있고 보편타당한 논리는 찾아볼 수 없다. 대한민국을 망치는,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짓, 짓밟고 있다, 반민족적이고 반역사적인 망국 정책, 획책 등의 표현이 그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합리화하는 근거는 별로 타당성이 없다. 박 위원장이 근거로 든 다섯 가지 주장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6월18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15개정 교육과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첫째, 국어기본법 제14조 제1항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에 의거하여 대한민국의 모든 교과서는 한글로 기술하고 있다고 했다. 교과서가 공공기관의 공문서인가? 연역적 모순이다.

둘째, 아이들의 학습 부담 가중을 들었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한자 교육을 모든 초등학교 아이들에게 의무로 강제하자는 것이 아니라 뜻있는 교장선생님들의 재량에 맡길게 아니라 그 수준에서 국가가 책임을 지고 제도화하자는 것이었다.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면 그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본다. 부담된다고 판단하여 안 하면 그만이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부담이 가중되더라도 하는 것이다. 정부는 그 필요성을 모든 초등학교의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주지시킬 의무가 있다.

셋째, 사교육 확대로 “학부모들이 자제들의 한자 급수 시험에 많은 돈을 지불해야만 한다.” 라고 했다. 의무가 아니라고 했으니 이 주장도 현실과 동떨어진 관성적인 주장으로 보인다. 검정시험은 공부한 아이들 중에서 희망하는 아이들만 보면 된다. 돈벌이 단체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넷째, 교과서는 한글만 사용해도 충분하다고 했다. 충분하지 않다. 한국일보 황영식 논설실장은 7월 31일자 칼럼 ‘한자 감각’에서 “‘외가(外家)’는 물리적 공간이자 가족관계이기도 해서, 후자의 경우에 공간을 가리키려면 ‘외갓집’이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지만, 그냥 ‘=외가’라고 한 뜻풀이에 맥이 풀렸다.” 라고 했다. 그래서 “나날이 심화하는 한자 감각 둔화에 우리말ㆍ글의 위기를 절감한다.” 라고 걱정한다. 한글 전용이 한글 사랑이요 나라 사랑이라고 믿는다면 그것은 종교라고 해야겠다.

학교 다닐 때는 한글만 사용해도 충분할 수 있지만, 이런 교과서로 공부해서 한자를 익히지 못한 아이들이 커서 이 칼럼을 보고 이해할 수 있을까? 한글 전용이 온 국민이 글을 읽게 되었다는 차원에서는 문맹에서 벗어나게 했는지 모르지만, 지적 수준을 형편없이 떨어뜨렸다는 사실을 모른 체해서는 안 된다. 대학교재에서 한자가 사라졌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만일 사실이라면 불행한 일이다.

다섯째, 신문과 방송, 인터넷에서 한글만 사용해도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신문이 중3 수준에, 방송이 초등 1학년 수준에 맞춘다. 프로그램은 저급한 오락물이 넘치고 보도에 정론(正論)은 없다. 허위날조 보도를 해도, 국정원 도청과 같은 중대한 사실을 보도하지 않고 은폐해도 다 넘어간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중고등학교에서 제대로 하면 된다는 것은 현실을 모르고 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중고등학교의 한문(漢文) 수업은 초등학교에서 한자(漢字)를 배운 학생들만 따라갈 수 있다. 우리 뇌의 언어 능력은 태어나면서부터 익히면서 발달하여 초등학교 연령대에서 거의 완성된다. 인문사회과학의 맹점은 자연과학의 지식을 활용하지 않고 주관이 앞선다는 것이다.

박용규 위원장은 최현배 선생과 이오덕 선생이 초등학고 한자 병기 정책을 본다면 피를 토하며 꾸짖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그 분들이 살아계신다면 황영식 논설실장의 말대로 한자감각 둔화에 우리말ㆍ글의 위기를 절감하며 피를 토하며 꾸짖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작가 조정래씨가 경향신문 7월 27일자 인터뷰에서 “지금 중·고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기본 한자 1800자면 충분하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무리해서 가르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역시 현실을 모르는 무책임한 주장이다.

그리고  “<태백산맥> 한 권이 원고지 1500장 분량인데 한자 안 써서 뜻이 애매한 단어는 1~2개밖에 없다”면서 “한글이 최고의 문자라고 하지 않느냐. 그 좋은 글을 놔두고 왜 계속 한문을 끌어들이는지 모르겠다.” 라고 했다. 정말이지 졸렬한 발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신영복 선생의 글에 이런 대목이 있다. “중국 역사에서 남과 북이 싸우면 언제나 남쪽이 집니다. 그래서 싸움에 지는 것을 패배라고 하고 그것을 ‘敗北’라고 씁니다. 북北에게 졌다(敗)고 쓰는 것이지요.” 신영복 선생이 잘못하는 것이고, 최현배 선생이 피를 토하며 꾸짖겠는가? 아니다. 신영복 선생을 칭찬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이 2010년 당시 초등 4학년이던 학생 2,357명이 지난해 중학 2학년이 되기까지 5년간의 학업 성취도에 대한 종단연구를 실시한 결과, 초등학교 때 받는 사교육이 중·고등학교 때 받는 사교육에 비해 이후의 학력에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실증적 관찰연구를 통해 증명됐다고 한다.

연구책임자인 김경근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서울시 학생들의 사교육 학업 성취도 격차는 초등학교 단계에서 거의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사교육에서 ‘사’를 빼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에서 기초를 닦지 않으면 중고등학교에서 따라잡기 어렵다. 한글에 대한 빗나간 사랑이 아이들의 미래를 훼손할 수 있다. 무엇이 진정한 한글 사랑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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