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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시론]국어기본법(國語基本法)이 문제다|

[경상시론]국어기본법(國語基本法)이 문제다2천년 넘게 사용해온 한자 무시
한글 전용 만을 염두에 둔 입법
한글과 한자의 상생방안 찾아야


경상일보 2016.06.30


  
▲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언어문화정상화 상임이사

국어를 더욱 창조적으로 연구해 발전시키겠다고 만든 국어기본법이 국어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그 때문에 이에 불복하는 몇 단체가 국어기본법 개정 헌법소원을 청구하여 헌법재판소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2005년 1월에 제정된 국어기본법은 10년이 지난 지금 도리어 우리의 언어 문화를 망치고 있다. 비유하자면, 교원을 위해 만든 법이 오히려 교원에 손해를 끼치는 꼴이다. 국어란 분명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를 포함하여 일컫는 말인데 이 국어기본법은 고유어의 하나인 한글만 위해 제정된 듯하다.

국어기본법 제3조2항에서 ‘한글은 국어인 한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라고 정의했다. 언뜻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국어의 정의에서 한글만 우리의 고유문자라 하고 2000년 넘게 써온 한자와 한자어는 무시해 버렸다. 한글만 고유문자면 현행 헌법 전문 표기도 우리 문자가 아니라는 말인가.




국어기본법 제3조2항에서 ‘한글은 국어인 한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라고 정의했다. 언뜻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는 국어의 정의에서 한글만 우리의 고유문자라 하고 2000년 넘게 써온 한자와 한자어는 무시해 버렸다. 한글만 고유문자면 현행 헌법 전문 표기도 우리 문자가 아니라는 말인가.

또 국어기본법 3조3항에서 어문규범을 정의하면서 한글맞춤법, 외래어표기법, 로마자표기법을 필요한 규범으로 정의하고, 한자와 한자어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한글맞춤법이 어문규범에 들어 있으면 마땅히 한자표기법도 어문규범에 넣어야 하는 것이 상식 아닌가? 이는 분명 한글전용만을 염두에 둔 입법이다.

그뿐 아니라, 14조1항을 보면 ‘공공기관 등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 글자를 쓸 수 있다’로 되어 있다. 여기에서 한자와 다른 외국어를 동일시하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문장 속에 이런 꼼수가 들어 있는 것이다. 한자와 외국 글자를 어찌 같이 취급할 수 있단 말인가. 삼국사기를 기록하고 왕조실록을 기록한 조상들이 써온 한자가 영어나 일어나 독일어와 같은 외국글자와 같다는 말인가. 이는 앞의 3조에 ‘한글은 우리의 고유문자다’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우리 고유문자가 어찌 한글뿐인가. 한자나 한자어의 역사를 모르는가. 이두와 향찰 표기의 역사는 어디 갔는가.

한글이 우수한 우리 글자라는 것은 모두가 인정한다. 그러나 한자도 2000년 넘게 이 땅에서 문자 역할을 해왔다. 한글은 표음문자로서 우수하고 한자는 표의문자로서 우수하다. 이 둘이 서로 도우며 상생할 때 문자로서의 진가가 빛난다. 이를 수용하지 않는 교육부의 태도가 자못 섭섭하다.

국어기본법의 외래어 표기법을 봐도 기가 찬다. 이 외래어 표기는 크게 고유명사와 일반용어로 구분할 수 있다. 지명이나 인명은 고유명사이고 ‘쓰나미’나 ‘인터넷’ 같은 말은 일반 용어다. 특히 외국의 지명과 인명의 표기는 우리식으로 읽고 표기하는 것이 관례다. 그런데 이를 현지 발음으로 적어야 한다고 어거지로 규정하여 우리식 발음과 맞지 않는 표기를 강요하고 있다. 이를테면 ‘蔣介石’, ‘毛澤東’, ‘北京’, ‘上海’가 관습적인 표현이다. 그런데 이것을 ‘장제스’, ‘마오쩌둥’, ‘베이징’, ‘상하이’로 표기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현지에서 발음하는 대로 표기해야 한다는 주장 때문이다. 그 때문에 ‘도쿄’ ‘도요토미히데요시’가 나타났다. 이를 ‘東京’, ‘豊臣秀吉’하면 우리 발음 체계에 익숙한데 말이다. 이 외래어 표기법을 만든 사람은 한자로 쓸까 염려해서 만든 건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익숙한 우리 발음으로 할 것이지 이를 억지로 바꾼 이유가 뭔가. 일본에서는 ‘李承晩’을 ‘리쇼방’, ‘全斗煥’을 ‘잰또깡’ ‘光州’를 ‘고요슈’로 부른다. 중국도 ‘金大中’을 ‘찐따죵’ ‘盧武鉉’을 ‘루우쌘’ ‘大田’을 ‘다댄’으로 자기들 방식으로 발음하고 표기한다. 우리만 우리식 한자음으로 발음하는 것을 막고 있는 것이다.

국어기본법은 마땅히 개정되어야 한다. 한글과 한자는 상생하여 상호보완하도록 돌봐야 한다. 그래야 우리의 문화도 살고 정체성도 드러나며, 전통도 지킬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바른 판단을 기대한다.

김경수 중앙대 명예교수 언어문화정상화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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