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연구자료
관련기사

관련기사|

[사람과 생각]“문화계승을 위한 연구, 중요성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사람과 생각]“문화계승을 위한 연구, 중요성만큼 전폭적인 지원을”현재는 인문 ‘학과’의 위기, 진짜 위기는 ‘후학양성 안되는 것’


한국대학신문 2016.03.20

한학자 양성기관 줄어 "국가 지원 늘리고 기부자 모집해야"
인문학은 ‘수원지’… “쉽게 보이지도 않지만 고갈되면 죽음”

[한국대학신문 정윤희 기자] “인문학의 위기요. 지금은 인문 ‘학과’의 위기겠죠. 진짜 인문학의 위기는 ‘후학양성이 안되는 것’입니다. 사람이야말로 인문학의 맥을 잇는 핵심입니다. 어느것도 대신할 수 없죠.“

건국대 교수연구실에서 태동고전연구소 1기 장학생이자 2007~2008년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학 단장을, 현재는 교내 강의는 물론 태동고전연구소에서 후학양성에 매진하고 있는 성태용 철학과 교수를 만났다.

  

“1976년 태동고전연구소 1기 장학생 공고가 났어요, 한문 전문가 과정을 밟으면서도 월 5만원 가량의 장학금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후 장학금은 점점 인상돼 중소기업 봉급 수준까지 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한문이 중요하다고 누구나 온 종일 한문연구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배워서 생활에 바로 사용할 수도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다. 

 “ 현실적 수요은 별로 없지만 우리 인문학의 뿌리임은 당연하죠. 문화계승을 위한 공부에는 그만큼의 투자가 필요한 겁니다. 당시 그렇게 큰 장학금이 없었다면 어떻게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겠어요.”

2014년 태동고전연구소의 한학교육과정은 폐지됐다. 1985년 청명(靑溟) 임창순(任昌淳) 선생은 본인이 설립한 태동고전연구소와 지곡서당 등 부지 5000여평과 서적 1만여권을 한림대에 기증했다. 이후 한림대는 2013년까지 매년 6억원의 예산을 들여 지원을 이어왔으나 구조조정의 칼날 속에 지원을 중단하고 말았다. 2014년 한학교육과정마저 폐지돼, 현재 한림대에는 태동고전연구소의 연구 기능만 남아 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한림대가 그동안 적지 않은 액수를 지원해 온 것은 고마운 일입니다만 연구기능만 남기고 후학양성 기능을 중단한 것은 태동고전연구소 설립자 임창순 선생님의 뜻과는 전혀 맞지 않는 방침입니다.”

230여명의 태동고전연구소 졸업생들은 뜻을 모아 지난해 종로구 작은 오피스텔를 빌려 후학양성 맥을 잇고 있다. 스승이자 선배인 성태용 교수도 무료로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태동고전연구소 졸업생들의 뜻을 모아 모금을 시작했는데 1억5000만원이 모였습니다. 오피스텔을 임차하고, 학생들 장학금도 소정 지급하고 있습니다. 빠듯하죠. 하지만 230여명의 졸업생 중 180명이 약정기부 형태로 매월 기부를 하고 있습니다.”

인문학의 필요성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 인문학은 사람들 곁이 언제나 있지만 특별하게 나서지도 크게 눈에 띄지도 않는다. 그래서 인간의 근본이다.

“수도꼭지처럼 틀면 바로 나오는 생활에 편의를 주는 학문이 있고, 수도꼭지와 이어져 있는 배관 역할의 학문, 그리고 배관이 꽂혀 있는 수원지와 같은 학문이 있습니다. 인문학은 수원지와도 같습니다. 수원지가 오염되면 그 양이 아무리 많아도 근본적으로 쓸데가 없어요,”

수원지는 사람들 생활권과 멀리 떨어져 있어 잘 안보이고, 잊혀지기 십상이다. 하지만 수원지가 고갈되면 우리는 수도꼭지를 아무리 틀어도 물을 마실 수 없다. 그는 인문학은 그렇기 때문에 발전시키기 위해 더욱 애를 써야 한다고 했다. 현재와 같이 천덕꾸러기로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내년이면 인문한국(HK)지원사업 10주년을 맞는다. 지난 2007년 성 교수가 한국학술진흥재단 인문학 단장 시절, HK사업은 주제별 학문간 융합을 목표로 도입됐다.

“학교별 한 주제를 가지고 학과간 벽을 없애 연구한지 10년 가까이 됐습니다. 해당 주제에 대한 교내 담론이 형성되고, 이는 전국 최고 수준이 돼 있을 겁니다. 예를 들어 ‘통일’이란 주제를 사학, 국문, 철학, 사회과학 등이 함께 고민하면서 융합과 통섭은 자연히 이뤄지는 겁니다. ”

인간의 뿌리 인문학. 국가는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까. 

“생활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은 학문에 인생을 받쳐 연구하는 인문학자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합니다. 학자 층을 두텁게 해야 하는 것이죠.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학자층을 고루 양성해 내야 하는 것입니다. ”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수 작성일
500 [배규한의 내 인생의 책] (1) 대학 l 주희 엮음 어문정책관리자 1932 2016.05.02
499 [발언대] 國漢文 혼용이 讀書의 능률을 높인다 어문정책관리자 1950 2016.04.29
498 [특별기고] 말일파초회 고간찰 연구 18년 / 유홍준 어문정책관리자 2032 2016.04.29
497 “실질문맹률 OECD 꼴찌… 신문통해 문해교육 강화 필요” 어문정책관리자 2165 2016.04.08
496 한국은 文字여건의 가장 理想國 [1] 어문정책관리자 2128 2016.03.29
495 SLHI와의 인터뷰;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한자(漢字) 학습의 노하우 어문정책관리자 2064 2016.03.21
494 한글과 國語에 대한 誤解 어문정책관리자 1948 2016.03.21
493 한자, 언제부터 어떻게 교육해야 할까? 어문정책관리자 2249 2016.03.21
[사람과 생각]“문화계승을 위한 연구, 중요성만큼 전폭적인 지원을” 어문정책관리자 2042 2016.03.21
491 김병기 교수의 ‘북경인가, 베이징인가?’ 어문정책관리자 1966 2016.03.18
490 책이라는 거푸집 어문정책관리자 2044 2016.03.18
489 [새미 라샤드의 비정상의 눈] 한국어만의 특징, 얼마나 알고 있나 어문정책관리자 2073 2016.03.18
488 [한국의 儒商] 통감·대학·논어… 서당서 싹 튼 호암DNA 어문정책관리자 2165 2016.03.14
487 '알파고' 이름 뜻, 알고보니 무섭네~ 어문정책관리자 2239 2016.03.11
486 ‘책 못 읽는’ 중장년층…실질문맹률 OECD 최고 수준 어문정책관리자 2031 2016.03.11
485 동양 칼럼 - 난독증 어문정책관리자 2090 2016.03.08
484 "어문정책 논쟁 이제 그만" 어문정책관리자 2061 2016.03.08
483 “한류요? 중국엔 이영애와 송혜교가 없어요” 어문정책관리자 2095 2016.03.08
482 언어학 표기법 한계 어문정책관리자 2012 2016.03.07
481 중국 양회, 눈길을 끈 4대 별난 제안은? 어문정책관리자 1998 2016.03.04
후원 :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사)한국어문회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 (사)전통문화연구회 l 사무주관 : (사)전통문화연구회
CopyRight Since 2013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All Rights Reserved.
110-707.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4-6 낙원빌딩 507호 (전통문화연구회 사무실 내) l 전화 : 02)762.8401 l 전송 : 02)747-0083 l 전자우편 : juntong@juntong.or.kr

CopyRight Since 2001-2011 WEBARTY.COM All Rights RESERVED. / Skin By Weba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