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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90세 유치원 선생님 "사랑을 주면 줄수록 아이는 빛나요"|

[Why] 90세 유치원 선생님 "사랑을 주면 줄수록 아이는 빛나요"
조선일보 송혜진기자 2016.01.30


[송혜진 기자의 느낌]
초등학교 교사 32년·유치원 원장 38년… 교육자로 70년 산 白雲유치원 김득실 원장
"네가 제일 예뻐"… 말썽꾸러기도 변하게 하는 한 마디

지난 20일 최저기온은 영하 14.5도였다. 한강에서 얼음이 관측됐다고 했다. 같은 날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앞에선 서울지역 사립유치원 원장과 교사, 학부모 500여명이 모여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서울시의회가 삭감한 누리과정 지원예산을 당장 원상 복구하라"는 게 이들의 외침이었다. 신문도 인터넷도 유치원 누리예산 편성 문제로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이날 만난 서울 상계동 백운유치원 김득실 원장은 "답답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아이들 일 아닙니까. 이건 정치 싸움을 할 일도 아니고, 차일피일 싸워가며 뒤로 미룰 일도 아니에요. 아이들을 매일 사랑으로 키워내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는 거 아닙니까."

얻을 득(得)에 과실 실(實). 김 원장은 올해 우리 나이로 아흔이다. 서울 북부교육지원청 소속 99개 유치원(사립·공립 모두 포함) 원장 가운데 단연 최고령자이며, 확인은 어렵지만 전국 최고령 유치원장으로 꼽힌다. 유치원 원장으로만 38년을 지냈고, 그전엔 초등학교 교사로 32년을 살았다. 교육자로 70년을 산 셈이다. 그런 그가 이번 달 백운유치원을 닫고 교직 인생을 정리한다. 유치원 부지와 건물을 28년간 무상으로 대여해줬던 건물주가 다른 용도로 땅을 쓰길 원하면서 결정된 일이다. 유치원 원장실에서 만난 김 원장은 "유치원을 정리하는 건 아쉽지만 그래도 아흔 살까지 아이들을 가르쳤으니 더 바랄 게 없다"고 했다. "다 감사해요. 잘 자라준 아이들에게도, 함께 일해온 선생님들에게도. 그들 없인 내가 여기까지 못 왔지요. 무슨 말을 더 하겠습니까." 그래도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했다.

20일 서울 상계동 백운유치원에서 만난 김득실 원장(가운데)과 유치원 5세반 어린이들. 김 원장이 책을 읽어주겠다고 하자 아이들이 옹기종기 다가와 달라붙었다. 김 원장은 “유치원이 문을 닫으면 이런 순간들이 제일 많이 그리울 것 같다”고 했다.
20일 서울 상계동 백운유치원에서 만난 김득실 원장(가운데)과 유치원 5세반 어린이들. 김 원장이 책을 읽어주겠다고 하자 아이들이 옹기종기 다가와 달라붙었다. 김 원장은 “유치원이 문을 닫으면 이런 순간들이 제일 많이 그리울 것 같다”고 했다. / 김지호 기자
"떡잎부터 다른 아이가 많은 나라 꿈꿨다"

―28년간 무상으로 유치원 부지와 건물을 빌려주신 분은 누군가요.

"내가 초등학교 교사를 할 때 만났던 학부형이에요. 나중에 교사를 퇴직하고 교회에서 교회부설유치원을 차렸는데 아이들이 제법 많이 찾아왔어요. 학부형 중 한 분이 그 얘기를 듣고 찾아와서 '내게 빈 땅과 건물이 하나 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선생님이 유치원을 운영해주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 그곳에서 아이들을 잘 좀 가르쳐달라'고 합디다. 그래서 백운유치원을 열었어요." 백운(白雲)이란 이름은 김 원장이 흰 구름을 좋아해서 지은 이름이다.

김 원장은 1927년 황해도 사리원에서 1남2녀 중 둘째 딸로 태어났다. 일제강점기에 학교를 다녔지만 부모님은 "여자도 남자와 똑같이 공부를 열심히 해서 큰 사람이 돼야 한다"고 했다. 한겨울에 교실이 추워서 입김이 뽀얗게 얼고 손과 발이 곱아 연필을 쥐고 글씨를 쓰기도 힘들어지면 어머니는 장작 한 짐을 머리에 이고 학교에 와서 불을 피워주고 갈 만큼 자식 공부에 열성이었다.

열세 살에 지금 서울대 사범대학의 전신(前身)인 경성여자사범학교에 입학했고, 졸업하고 교사자격증을 따서 황해도 사리원 인근에 있는 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김 원장은 "부모님이 항상 '나라를 위해 큰일 하는 사람이 되라'고 하셨는데, 선생님만큼 나라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직업이 또 없을 것 같았다"고 했다. "나라의 떡잎을 키우는 직업 아닙니까. 떡잎부터 남다른 아이가 많은 나라를 만들어보고 싶었다고 하면 너무 거창하게 들리겠지만, 그땐 그런 사명의식이 또 필요한 시대였어요."

―그럼 결혼 후 서울로 가셨나요.

"그이하곤 교회에서 만나 결혼했어요(이후 김 원장은 사별한 남편을 줄곧 '장로님'이라고 불렀다). 신접살림은 황해도 연안온천에서 차렸는데 곧 남편이 회사를 서울로 옮겨서 따라갔죠. 그때 남편이 '선생님을 계속 하고 싶으냐'라고 물었는데 '그렇다'고 대답했죠. 이후 남편은 내가 일을 계속하도록 평생 응원하고 도와줬어요. 서울 전농·남산·남정초등학교에서 교사를 했고, 숭의초등학교에서 교감까지 하다가 퇴직했습니다. 요샛말로 하면 내가 줄곧 워킹맘이었던 겁니다." 김 원장의 남편은 백운유치원을 열던 1988년 별세했다.

―요즘도 워킹맘으로 살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 시대엔 더 어려웠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나라도 집안도 다 도와줘야 가능한 일이니 당연히 쉽지가 않지요. 난 운이 좋았어요. 아이 셋을 낳았는데 매번 낳자마자 복직했고, 아이들 소풍에 한 번 따라가 본 적 없긴 합니다만 식구들 모두 내가 하는 일을 이해했고 또 자랑스러워했어요. 시부모님들도 '열심히 일하라'고 격려해줬고요." 김 원장의 둘째 아들인 클래식 공연기획사 '빈체로'의 이창주(62) 대표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는 집안 큰일을 결정했고 아이들 생일 선물이나 학교 준비물처럼 자잘한 일은 오히려 아버지가 챙겨주셨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사 재직 시절 명지대학교 유아교육과 석사학위를 받은 김득실 원장. 학위수여식 날 김 원장의 둘째 아들(오른쪽)이 찾아와 축하해주었다.
초등학교 교사 재직 시절 명지대학교 유아교육과 석사학위를 받은 김득실 원장. 학위수여식 날 김 원장의 둘째 아들(오른쪽)이 찾아와 축하해주었다. / 김득실 원장 제공
― 줄곧 6학년 담임을 맡으셨는데, 제자들을 명문 중학교에 많이 보내기로 유명했다고 들었습니다.

"난 수업을 꼼꼼히 하는 편이었어요. 나중에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하는지 유심히 살폈죠. 누구나 잘하는 게 하나쯤은 있어요. 잘하는 건 엉덩이가 들썩거리도록 칭찬해주고 부모님께 편지를 써서 보냈어요. '이 아이는 이걸 잘하니 더 가르쳐봅시다'라고요. 그럼 부모님도 아이도 기분이 좋아지죠.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요. 비결이라면 그게 비결일 겁니다."

둘째 아들 이창주 대표가 옆에서 한 마디 더 거들었다. "그런데 정작 제가 명문 중학교를 한 번에 못 붙었어요. 정작 어머니는 전혀 신경 안 쓰셨는데, 전 어머니에게 누를 끼친 것 같아서 영 부끄럽더라고요. 1년을 혼자 몰래 시험공부를 해서 경기중학교에 다시 시험 쳐서 들어갔습니다. 대학 입시 공부보다 중학교 입시 공부를 더 목숨 걸고 했던 것 같아요. 어머니 때문에요(웃음)."

한자 익히고 애국가 가르치는 유치원

김 원장은 1978년 서울 숭의초등학교에서 퇴직했다. 당시 재단 관계자들이 대학 유아교육과 강사로 자리를 옮기라고 권유하자 학교를 그만두고 유치원 교사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서울 중구 충무교회에서 부설유치원을 10년 운영했고 1988년 서울 상계동으로 자리를 옮겨 백운유치원을 열었다. 유치원은 금세 '독특한 유치원'으로 소문났다. 원장 선생님이 직접 일주일에 한 번 한자를 가르치고 매주 월요일엔 꼬박꼬박 애국조회를 한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애국가 4절까지 부르기, 무궁화 그리기, 태극기 그리기를 가르치는 유치원으로도 유명했다. 김 원장은 "어떤 학과 공부보다 그게 더 중요하다고 믿었다"고 했다.

―애국조회는 어떤 이유로 시작하셨습니까.

"감사하고 사랑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려면 이것보다 중요한 게 없어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은 과장이 아닙니다. 나라를 사랑하고 부모님을 사랑하고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은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에요. 어릴 때부터 차근차근 배움으로 다져나가야 합니다. 국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나라꽃은 무엇인지 우리나라 노래는 어떻게 부르는지 아는 아이는 자기가 어떤 곳에 태어났고 자기 정체성이 무엇인지 잘 이해하게 돼요. 그게 아이에게 안정과 자부심,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영어 단어 몇 개 더 가르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죠."

―한자 수업을 직접 하셨다죠.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아무래도 한자를 잘 모르니까 내가 직접 가르쳤어요. 어려운 글자는 아니고 메 산(山), 내 천(川), 구름 운(雲), 눈 설(雪) 같은 걸 익히도록 하는 겁니다. 숫자, 요일, 자기 이름, 부모님 이름도 한자로 쓰도록 하고요. 한자는 뜻글자이자 그림글자여서 글자 하나만 익혀도 사람의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강산은 어떻게 생겼는지 계절은 각기 어떻게 다른지 구름이나 눈비는 어떻게 다른지 저절로 알 수 있어요. 한자를 알면 세상만사를 보게 되고 열심히 따라 쓰면서 집중력도 향상됩니다. 무엇보다 좋은 건 내가 수업을 직접 하니 아이들과 친해질 기회가 늘어나더라는 거였죠. 아이들이 날 '원장 선생님'이라고 부르지 않고 '할머니 선생님'이라고 불러주면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젊은 엄마들은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우는 걸 더 선호하지 않나요.

"꼭 그렇진 않아요. 영어학원 다니다가 거꾸로 우리 유치원에 오는 아이들도 종종 있는데, 엄마들이 아이들 표정이 더 좋아지고 눈빛이 또렷해졌다고 좋아합니다. 아이가 행복해하고 즐거워하는데 엄마가 그걸 싫어할 리 없죠."

―초등학교와 달리 유치원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보살피고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데 힘들진 않으셨습니까.

"뜻밖에도 그게 적성에 잘 맞았어요. 유치원은 학습을 시키는 곳이기도 하지만 교감을 하는 곳이잖아요. 그걸 처음부터 차근차근 해내는 게 재밌고 보람 있었습니다. 가령 여긴 어린아이들이 오는 곳이니 아무래도 아이들이 매일같이 바지에 실수도 하고 토하고 뭘 묻히고 그러죠. 그런 아이를 깨끗이 씻기고 더러워진 옷은 잘 싸서 집에 보내주면 엄마들이 별것도 아닌데 감동하더라고요. 아이도 이 선생님이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눈빛과 몸짓만 봐도 알고요. 아이에게 '세상은 따뜻한 곳임을 가르치는 곳'이 유치원인데 제가 그 역할을 하고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만약 유치원에서 냉대를 받으면 아이도 냉대부터 배울 겁니다. 그러니 유치원이 중요한 곳이죠."

―백운유치원을 졸업한 제자가 나중에 자기 아이를 다시 보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입학철이 되면 가끔 인사 오는 엄마가 있어요. '선생님 제가 여기 졸업했는데 이번에 저희 아이도 이곳에 보냅니다'라고요. 그럼 전 대답합니다. "너처럼 네 아이도 잘 키워서 보낼게. 걱정 말고 보내라'라고요."

―방학 기간에도 백운유치원은 문을 안 닫았다죠.

"나도 일하는 엄마였으니 직장 다니면서 아이 키우는 엄마 심정을 잘 알지요. 우리가 문을 아예 닫아버리면 엄마들이 어디에 아이를 맡기겠어요. 그래서 우리는 방학 기간에도 종일반을 계속 운영했어요. 쉽지 않은 일일 것 같지만 못할 것도 없어요. 선생님들은 돌아가면서 쉬게 하고, 평소 4개 반이면 미리 고지를 해서 3개 반으로 줄이는 식으로 운영하면 됩니다. 일하는 엄마가 아이를 맡길 곳이 있는 나라가 좋은 나라 아닙니까."

1989년 유치원 소풍에서 아이들과 함께 물장난을 치는 김득실(위 사진) 원장. 1989년 2월 유치원 1회 졸업생에게 졸업장을 수여하는 김 원장(아래). 김득실 원장은 “38년 동안 유치원 교사를 하면서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웠다. 그건 엄마로 세 자녀를 기를 때도 미처 몰랐던 사랑법이었다”고 했다.
1989년 유치원 소풍에서 아이들과 함께 물장난을 치는 김득실(위 사진) 원장. 1989년 2월 유치원 1회 졸업생에게 졸업장을 수여하는 김 원장(아래). 김득실 원장은 “38년 동안 유치원 교사를 하면서 아이를 아끼고 사랑하는 법을 다시 배웠다. 그건 엄마로 세 자녀를 기를 때도 미처 몰랐던 사랑법이었다”고 했다. / 백운유치원 제공
"비밀인데, 선생님은 네가 제일 좋아"

서울 상계동 사는 엄마들 사이에선 한동안 백운유치원 폐원 소식이 큰 뉴스였다. 인터넷 카페나 게시판마다 '백운유치원이 문을 닫는다네요'라는 글이 올라오곤 했다. 한 엄마는 이런 댓글을 남겼다. "30년 가까이 운영했던 유치원이고 동네에서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느티나무와도 같은 곳이었는데, 문을 닫는다니 막막합니다."

―유치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엄마들이 속상해했겠습니다.

"졸업반 아이들은 초등학교를 들어가니 괜찮지만 유아반 아이들은 계속 유치원을 다녀야 하니 계속 다닐 다른 유치원을 찾아줘야 했죠. 북부교육청 관내 유치원 원장님들을 다 모셔다 놓고 '우리 아이들을 받아달라'고 부탁했어요. 다행히 다른 원장님들이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아이들 옮겨갈 곳이 대부분 정해졌습니다. 선생님들 옮겨갈 곳도 다 정해졌고요. 이만하면 잘 헤어지는 거라고 믿고 싶습니다."

담담하게 말하지만 김 원장이 유치원과의 이별을 고민했던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초, 김 원장은 뇌출혈로 병원에 입원했다. 당시 담당 주치의는 가족들에게 "다시 일을 하시긴 힘들 거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두 달간 누구보다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았고 그해 5월 유치원에 복직했다. 김 원장은 "병원에 누워 있는데 유치원 생각이 참 많이 났다"고 했다.

―좀 더 쉬셔야 했던 것 아닙니까.

"병이라는 게 결국 정신력의 문제인 것 같아요. 빨리 유치원에 돌아가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니 몸도 회복이 빠르더라고요. 의사가 시키는 대로 밥 잘 먹고 운동 열심히 해서 돌아왔죠. 돌아올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뭐가 제일 그리우시던가요.

"아이들이요. 우리 유치원 아이들이 인사를 참 잘합니다. 내가 유치원에 들어서면 '안녕하세요'하고 허리 숙여서 배꼽 인사를 하죠. 그게 그렇게 보고 싶더라고요. 유치원을 닫은 후에도 아이들이 인사를 하는 그 모습은 종종 생각이 날 것 같습니다. 말 잘 안 듣던 아이들이 어느새 선생님 사랑을 받아 반듯해지는 걸 보는 것도 참 즐거운 일이었는데, 그것도 참 그리울 것 같네요."

―문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법도 남다르셨다더군요.

"야단을 절대 치지 않았어요. 대신 '이건 비밀인데, 난 네가 참 예뻐. 사실은 널 제일 예뻐해'라고 말해주곤 했죠. 그럼 그 아이들 눈빛부터 달라져요. 산만하던 아이들이 또렷해지고, 사랑받는 기쁨으로 얼굴이 빛이 납니다. 나뿐 아니라 우리 선생님들도 다들 아이들을 그런 식으로 대했고요. 우리 유치원이 매년 12월 성탄절 직전에 음악회를 여는데, 어떤 아이가 유독 장난을 치고 연습을 열심히 안 했어요. 그런데도 그 반 담임선생님이 한 번을 혼내질 않고 더 많이 안아주고 귓속말을 많이 하더군요. 음악회가 막상 열렸는데 그 아이가 노래를 제일 잘했어요. 그 집 엄마가 그걸 보고 눈물을 줄줄 흘렸죠. 흔히들 편애를 나쁜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내가 제일 많이 사랑받고 있다'는 믿음처럼 아이를 바꾸는 건 없습니다."

―유치원을 떠나면 어떻게 지내실 건가요.

"글쎄요." 김득실 원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도록 미소를 지었다. "그 아이들이 계속 잘 자라도록 기도를 하면서 지내겠죠. 워낙 많은 아이가 제 품을 스쳐 지나갔으니 그 기도만 해도 내 여생이 바쁘지 않겠습니까." 이야기를 여기까지 나눴을 때, 한 아이가 원장실에 들어와 인사를 했다. "선생님, 저 이제 집에 가볼게요." "오냐. 잘 들어가라." 김 원장이 그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겨울바람에 얼어붙은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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