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연구자료
관련기사

관련기사|

[만물상] '작은 중국' 명동|

[만물상] '작은 중국' 명동

조선일보 김태근 논설위원 2016.01.23


22일 낮 명동 입구, 쌀쌀한 거리가 화장품 가게 직원의 중국말 호객으로 소란하다. 가게 앞을 지나는 행인 얼추 절반이 중국 관광객 '유커(遊客)'다. 옆 노점에선 추위에 코끝이 빨개진 예닐곱 살 여자아이가 아빠 손 잡고 종알대며 계란빵을 먹는다. 귀를 기울이니 또 중국말이다. 거리 간판은 한자투성이다. '하나은행'은 '韓亞銀行'이고 화장품 할인 매장엔 '名品正品化粧品(명품정품화장품)' 깃발이 펄럭인다. 칼국숫집 메뉴엔 '刀切麵(도절면)'이라고 썼다. 

▶명동이 번창한 건 일제강점기 메이지초(明治町)라는 이름 아래 일본 상인이 모여들면서다. 외환은행 본점 자리엔 동양척식주식회사가 있었다. 광복 후엔 금융사가 밀집하고 국립극장 주변에 예술인이 몰리는 유행 일번지였다. '명동 백작'은 곧 서울 멋쟁이를 뜻했다. 어머니가 대폿집 은성을 했던 최불암은 "당시 명동엔 먹을 게 참 많았다"고 했다. 금강산 고려정 미성옥 한일관 장수갈비 따로집 우향…. 맛있는 음식점이 즐비했다. 

[만물상] '작은 중국' 명동
▶분위기가 바뀐 건 90년대부터다. 1992년 중국과 수교하면서 명동 대만 대사관 자리를 중국이 넘겨받았다. 임오군란 때 청나라 군사가 머물던 자리였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자 2000년대 중반 관광객 주류가 일본인에서 중국인으로 바뀌었다. 가겟세가 3.3㎡에 수천만원으로 치솟고 입맛 다른 중국인이 거리를 점령하자 전통 있는 음식점이 하나둘 떠났다. 남은 곳은 하동관과 명동칼국수쯤이다. 

▶명동 음식점들이 관광객을 붙잡으려고 수십 가지 메뉴를 차린다는 기사가 어제 조선일보에 실렸다. 떡볶이집이 삼겹살을, 횟집이 떡볶이를 판다. 주메뉴 말고 두 가지 넘게 다른 음식을 내는 곳이 20%에 이른다. 그 음식이 맛있을 리 없다. 외국인에겐 바가지 씌우는 곳도 있단다. 아닌 게 아니라 어제 명동에서 만난 중국 조선족 동포는 "너무 비싸고 맛없다. 노점 닭꼬치로 점심을 때웠다"고 했다. 

▶샌프란시스코시가 만든 도시 소개 그림책엔 금문교 다음 둘째 장에 차이나타운이 실려 있다. 가난한 중국인들이 살던 곳에 이름난 중식당과 퓨전 식당, 아기자기한 골동품과 소품 가게가 들어섰다. 샌프란시스코 사람들은 중국 타운에 자기 색을 입혀 중국에도 없는 명물을 만들었다. 그런데 서울은 상징적 중심가를 이도 저도 아니게 어설픈 '중국 거리'로 망가뜨리고 있다. 어느 도시나 명소가 있고 그곳을 빛나게 하는 건 결국 사람이다. 명동이 변할 수밖에 없다면 이제라도 방향과 중심을 뚜렷이 잡고 독특한 색깔을 가꿔야 한다.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수 작성일
[만물상] '작은 중국' 명동 어문정책관리자 2075 2016.01.25
459 하창환 군수 “정확한 표현, 한문혼용 필요” 어문정책관리자 2033 2016.01.25
458 5급 공채 합격해도 연수성적 나쁘면 ‘탈락’ 어문정책관리자 2212 2016.01.21
457 기자 조갑제는? 1971년부터 46년째 기자… 5·18 광주에서 현.. 어문정책관리자 2071 2016.01.19
456 “미래세대 문화소통·교류 위한 도구”…한·중·일 공용한자 808.. 어문정책관리자 2137 2016.01.19
455 한자 명함 읽을 줄 몰라요 어문정책관리자 2029 2016.01.18
454 울산출신 김경수 박사, 광화문서 ‘한글·한자 병용 촉구’피켓시위 어문정책관리자 2201 2016.01.18
453 문제는 한자가 아니다 어문정책관리자 2121 2016.01.14
452 [일사일언] 漢字를 배워야 산다 어문정책관리자 2092 2016.01.12
451 실질문맹 회복, 지식경제시대의 필수조건 어문정책관리자 2161 2016.01.08
450 [토론 카페-중국식 한자 도입 문제] 우리식 正體가 합리적 어문정책관리자 2004 2016.01.07
449 '병신년 논란' 페이스북 코리아 "한자 병행해야 가능" 어문정책관리자 2131 2016.01.06
448 한자교육, 인성교육과 어휘력 두 가지를 잡다. 어문정책관리자 2081 2016.01.06
447 [漢字교육의 필요성] 과학 용어 이해도 조사 결과 (한글 VS. 漢字) 어문정책관리자 2146 2016.01.05
446 [토론 카페-중국식 한자 도입 문제] 중국어와 한자는 별개 어문정책관리자 2143 2016.01.04
445 [발언대] 한자 輕視가 낳은 촌극 '좌회하세요' 어문정책관리자 2154 2015.12.24
444 [온누리] 어휘력이 기초인데 어문정책관리자 2067 2015.12.16
443 이 땅에서 한자(漢字)가 소멸한 다음에는 어떤 사태가 야기될 것인가? 어문정책관리자 2302 2015.12.16
442 “대기업 중심 성장정책 효과 발휘 못해…중소기업 활성화돼야 청년 고용.. 어문정책관리자 2116 2015.12.11
441 3국 공용한자 808자 샹들리에 보며 탄성 … “현대인의 ?천자문 .. 어문정책관리자 2223 2015.12.02
후원 :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사)한국어문회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 (사)전통문화연구회 l 사무주관 : (사)전통문화연구회
CopyRight Since 2013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All Rights Reserved.
110-707.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4-6 낙원빌딩 507호 (전통문화연구회 사무실 내) l 전화 : 02)762.8401 l 전송 : 02)747-0083 l 전자우편 : juntong@juntong.or.kr

CopyRight Since 2001-2011 WEBARTY.COM All Rights RESERVED. / Skin By Weba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