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연구자료
관련기사

관련기사|

<어떻게 생각합니까> ①한자병기로 어휘력 배양(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어떻게 생각합니까> ①한자병기로 어휘력 배양(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연합뉴스 현혜란기자 2015.09.14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를 찬성하는 한자관련 단체 회원들이 24일 오후 '초등학교 한자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청회'가 열린 한국교원대학교 교원문화관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현혜란 기자 =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함께 적겠다는 교육부의 정책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병기를 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그래야만 어휘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논리를 펴고 있는 반면 반대 진영에서는 한자를 모르면 낱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은 억지라고 맞서고 있다.

이처럼 찬반 논란이 팽팽하자 교육부는 이달 초로 예고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수록방식 발표를 미뤘다. 

14일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부터 한자병기가 필요하다는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와 한자병기는 교과 공부를 오히려 방해한다는 한글문화연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에서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전광진 성균관대 중문과 교수의 의견이다. 

▲ 전광진 성균관대 중문과 교수 

1970년대 이후 한글전용 시대가 50년 가까이 지속하면서 한자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있다. 하지만, 한자어는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우리말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대단하므로 배척하고 싶어도 도저히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우리말은 고유어, 한자어, 외래어로 분류한다. 우리말큰사전(1957), 국어대사전(1961), 표준국어대사전(1999)에 실린 표제어 가운데 한자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52%, 69%, 57%이다. 

사고도구어(academic vocabulary·여러 학문 분야에 걸쳐 두루 나타나면서 사고 및 논리 전개 과정을 담당하는 단어)의 98%가 한자어라는 신명선씨의 논문은 한자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이러한 한자어 교육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 교과서 종류도 많아지고, 책도 두꺼워지는 만큼 새로운 단어에 노출되는 정도가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 시기에 새로 만나는 낯선 단어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그러한 어휘 대부분이 한자어다. 한자어에 대한 한자병기는 그 낱말이 한자어라는 사실을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인식시켜 주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큰 의미를 지닌다.  

모든 과목 교과서에는 한자어가 수없이 많이 등장하지만, 한글로만 쓰여있다. 한글을 깨친 학생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 읽을 줄 알 뿐인데 뜻을 아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전광진 성균관대 중문과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러한 상황은 초기 암 증세를 방불케 한다. 암 초기에는 아픔을 느끼지 못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그러나 2기를 지나 3기 때가 되어 암으로 말미암은 합병증이 생기면서 더디어 통증을 느끼게 된다.  

그럭저럭 초등학교를 지나 중학교 2∼3학년에 가서야 어휘력 부족으로 빈어증(貧語症)이 생기면 치료가 어려워진다. 빈혈은 전신이 무기력해지는 증세를 보이고, 빈어는 전 과목 학습 장애 증세를 보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연구보고 RRI 2007-1에 실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4개 국가의 초등학생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수업시간에 배우는 학습 내용을 잘 이해한다'는 항목에서 한국은 19.9%로 꼴찌를, 일본은 41.7%도 1위를 했다.

읽기 어려운 한자 혼용 교과서를 사용하는 일본 학생들은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읽기 쉬운 한글전용의 교과서를 사용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교과 내용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선별적으로라도 한자병기를 하면 생각의 눈을 뜨게 하고,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게 하며, 생각이 깊은 사람이 되게 할 것이다. 아울러 사실을 은폐하는 게 아니라 사실대로 인식시킴으로써 정직한 표현으로 정직성을 함양하는 의의도 있을 수 있다.

'한자 혼용'은 한글과 한자가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정확한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글은 음을 표기하는 데, 한자는 뜻을 나타내는 데 뛰어난 기능이 있지만 한글은 뜻을 나타내지 못한다는, 한자는 음을 나타내기에 부족하다.

그래서 둘 중 어느 하나만을 채택하는 방안은 효과적일 수 없다. 한글과 한자의 관계는 숟가락과 젓가락의 관계와 같다. 둘 다 같은 목적으로 사용되지만, 기능과 용도에 차이가 있다. 

문장을 한글로만 쓰라는 '한글전용'은 젓가락은 그냥 두고 숟가락만 사용하라는 것만큼 무모한 일이다. 오랜 식습관으로 수저를 함께 사용하고 있듯이, 한글과 한자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어문정책의 정상화가 하루빨리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자병기를 시작하면 사교육비 부담을 늘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한자어 공부는 국어사전 활용 교육 또는 국어사전을 활용한 자기주도적 학습을 통하여 사교육비 부담 없이 학생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행 교과서에 이미 한자어가 무수히 많이 쓰이고 있다. 한자어 학습은 현재에도 반드시 해야 하는 어휘 학습이라는 뜻이다. 달리 말하자면, 한자를 함께 적는다고 해서 한자어 학습 부담이 추가로 더 늘어나는 것은 없다.

runran@yna.co.kr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수 작성일
420 [이택수의 여론]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찬성 63% vs 반대 30%" 어문정책관리자 2174 2015.10.08
419 영어ㆍ일어ㆍ한문 모두 가르쳐야 어문정책관리자 2221 2015.10.08
418 l찬성l “한자교육은 불가피하다” 어문정책관리자 2097 2015.10.07
417 “국어 지문, 모르는 단어 없는데 독해 어려워요” 어문정책관리자 2242 2015.10.07
416 말글 세상은 큰 바다 … 세상 모든 이름이 흘러든다 어문정책관리자 2440 2015.10.05
415 [우당칼럼] 한글날 생각해보는 한자(漢字)와 한글 어문정책관리자 2348 2015.10.05
414 한자문화정상화 추진회 발족 어문정책관리자 2189 2015.10.02
413 한국언어문화정상화추진회 어문정책관리자 2119 2015.10.02
412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연기 문제있다" 어문정책관리자 2273 2015.10.02
411 초등학교 한자교육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문정책관리자 2177 2015.10.01
410 [온누리] 한자와 공부 어문정책관리자 2203 2015.09.30
409 jtbc방송 [팩트체크]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찬반 논란, 살펴보.. 어문정책관리자 2291 2015.09.24
408 한글전용과 한자병기, 어느 게 옳은가? 어문정책관리자 2151 2015.09.23
407 유감(遺憾)의 뜻도 모르는 사람들(상) 어문정책관리자 2331 2015.09.18
406 한글전용의 허와 실 어문정책관리자 2173 2015.09.18
405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논란] 한자병기는 상호보완적… “생각하는 습관 .. 어문정책관리자 2216 2015.09.18
404 “한자 한문교육은 國語의 世界化 초석” 어문정책관리자 2360 2015.09.17
<어떻게 생각합니까> ①한자병기로 어휘력 배양(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어문정책관리자 2248 2015.09.14
402 한글과 한자의 어깨동무 어문정책관리자 2221 2015.09.14
401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어문정책관리자 2276 2015.09.04
후원 :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사)한국어문회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 (사)전통문화연구회 l 사무주관 : (사)전통문화연구회
CopyRight Since 2013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All Rights Reserved.
110-707.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4-6 낙원빌딩 507호 (전통문화연구회 사무실 내) l 전화 : 02)762.8401 l 전송 : 02)747-0083 l 전자우편 : juntong@juntong.or.kr

CopyRight Since 2001-2011 WEBARTY.COM All Rights RESERVED. / Skin By Weba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