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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의 '우리말 겨루기'|


TV의 '우리말 겨루기'

경인일보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2014.  07. 02 
 
 
①고스락 ②조리차하다 ③윷진아비…. 이런 말을 아는 한국인이 몇 명이나 될까. 아마도 TV의 '우리말 달인' 출연자와 그 진행자 외에는 없을지도 모른다. 지난 월요일 문제인 ①은 '아주 위태롭고 급한 때 또는 꼭대기' ②는 '아껴서 알뜰히 하다' ③은 '내기나 경쟁에서 자꾸 지면서도 다시 하자고 계속 달려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들 출연자들이 '우리말 달인'의 '달인'이라는 말뜻이야 알고 있겠지만 '達人' 글자나 제대로 쓸 수 있는지 의문이다. 한자어는 출제하면서 한자 쓰기는 전혀 시키지 않으니까 말이다. 한자어 뜻은 알아도 그 글자를 못 쓴다면 말짱 헛일이다. 일본과 중국서도 '達人'이라는 말은 쓰지만 중국어 '達人(다런)'은 '達者(다저)' '達士(다스)'와 같은 뜻으로 쓰이고 우리말 '달인'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끓여서 진하게 한' 뜻이기도 한 '달인'보다 '달사'가 낫지 않을까.

지난 2월 10일 '우리말 겨루기'에서는 흔히 쓰는 '포복절도' '화룡점정' 등 사자성어 문제는 냈지만 그 한자 쓰기는 시키지 않았다. '포복절도'의 뜻은 알면서도 그 한자를 쓰지 못하는 거야말로 '포복절도(抱腹絶倒) 감'이 아닐까. '흐지부지'라는 고유어가 한자에서 온 말이라고 일러주면서도 그 한자 '諱之秘之(휘지비지)'를 모르는 경우도 다르지 않다. 엊그제 모 종편TV 진행자는 "정치인이 살인 교사까지 시키다니 놀랍네요"라고 했다. '교사(敎唆)'라는 말은 '남을 선동해 못된 일을 하게 함'이다. 따라서 '교사를 시킨다'고 하면 '월요일 날' '처갓집' 따위처럼 뜻이 겹치는 말이다. '살인 교사까지 하다니'가 맞는 말이다.

 '우리말 겨루기' '골든 벨을 울려라' 등 TV 프로에서 한자 쓰기를 시키지 않는 건 어처구니없는 처사다. 그건 우리말의 70%인 한자어를 말살하는 거다. 그래서 낫 놓고 ㄱ자를 못쓰는 게 아니라 고무래를 놓고도 丁자를 못쓰는 문맹과 자맹(字盲) 천지를 초래하는 거다. 우리 한자는 중국 '漢字'가 아니라 대한민국 '韓字'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전멸한 아시아 축구라니! 그 어이없는 "아악!" 비명을 '亞…惡'으로 표출한 엊그제 본지 체육면 제목이야말로 얼마나 기발한가. 한자의 묘미, 압축미, 상징미가 이런 것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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