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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보 2014년 12월호]한자를 모르면 우리말도 모른다|

[국회보 2014년 12월호]한자를 모르면 우리말도 모른다

2014.12.02


현행 국어교육은 한자를 가르치는 데 너무 소홀합니다. 이래서는 우리말과 글이 병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한자는 분명 중국의 문자입니다. 하지만 우리말의 7할이 한자말인 것도 부인할 수는 없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인구로만 따지면 영어권보다 더 많은 사람이 한자문화권에서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자를 익히는 것은 우리말을 제대로 쓸 수 있는 지름길이자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기도 합니다.
“의지할 곳이 없는 외로운 홀몸”을 뜻하는 말로 ‘홀홀단신’을 쓰는 사람이 무척 많습니다. “걸망을 메고 홀홀단신으로 무문관 산문을 들어선 수좌스님들은 석 달간의 목숨 건 정진을 거듭 다짐했습니다” “마치 적군들만 수십만 명 있는데 홀홀단신인 느낌이었습니다” 따위처럼 씁니다.
하지만 ‘홀홀단신’은 그 말꼴이 우습기 짝이 없는 말입니다. ‘단신(單身)은 “혼자의 몸”을 뜻하는 한자말이지만, ‘홀홀’은 “짝이 없음”이나 “하나뿐임”을 뜻하는 우리말 접두어 ‘홀’을 겹쳐 쓴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말에 접두어를 겹쳐 쓰는 일도 없거니와 ‘홀홀單身’의 말꼴은 아주 어색하게 보입니다.
‘홀홀단신’은 ‘혈혈단신(孑孑單身)’으로 써야 합니다. 이때의 ‘孑孑’은 “외로이 선 모양”이나 “외로운 모양”을 뜻하는 말이지요. ‘孑’이 “외로울 혈” 자이거든요.
멀쩡한 한자성어에 엉뚱한 순우리말을 집어넣어 괴상한 글꼴을 만들어 쓰는 말은 ‘홀홀단신’ 뿐만이 아닙니다. “장기에서 두 말이 한꺼번에 장군을 부르는 일”을 뜻하는 말로 쓰는 ‘양수겹장’도 마찬가지입니다. 兩手겹將! 어떤가요? 이상하지요? ‘겹’자가 마치 잇새에 낀 고춧가루 같지 않나요?
그러면 ‘양수겹장’의 바른말은 뭘까요? 바로 ‘양수겸장’입니다. 한자로는 兩手兼將이라고 씁니다.
“남의 눈을 피해 밤에 몰래 달아남”을 뜻하는 말로 폭넓게 사용되는 ‘야밤도주’도 마찬가지입니다. 夜밤逃走! 이상하지요? 이 말은 ‘야반도주(夜半逃走)’가 바른 표기입니다.
‘풍지박산’도 한자를 몰라 잘못 쓰는 말입니다. “사방으로 흩어진다”는 뜻으로 ‘풍지박산’이나 ‘풍지박살’이 널리 쓰입니다. “사업 실패로 집안이 풍지박살이 났다”라거나 “풍지박산 났던 가족들이 다시 만났다” 따위처럼요.
하지만 한자를 조금만 알아도 ‘풍지박살’이나 ‘풍지박산’이 아주 이상하게 여겨질 겁니다. 도저히 한자 성어가 될 수 없기 때문이지요.
‘풍지박살’부터 살펴보겠습니다. ‘풍지’는 ‘風之’쯤 되겠지요? 그런데 “깨어져 산산이 부서짐”을 뜻하는 ‘박살’은 순우리말입니다. 그러면 ‘風之박살’이 되는데, 말꼴이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풍지박산’도 마찬가지입니다. ‘박산’ 역시 ‘박살’과 똑같은 의미의 순우리말이거든요. 또 깨어지거나 부서진다는 한자로 ‘박살’과 ‘박산’을 만들더라도, ‘風之’에 갖다 붙이면 이상해지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바람의 깨짐’쯤으로 해석되니까요.
‘풍지박살’과 ‘풍지박산’의 바른말은 ‘풍비박산(風飛雹散)’입니다. 風飛雹散은 말 그대로 “우박[雹]이 바람[風]에 날려[飛] 흩어짐[散]”을 뜻합니다.   


글_엄민용 전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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