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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 코리아] 국제 公用語, 겨우 영어 배웠더니|

[터치! 코리아] 국제 公用語, 겨우 영어 배웠더니

조선일보 2015.04.18



	최희준 TV조선 앵커 사진
최희준 TV조선 앵커













벌써 7년 전 일이다. 뉴욕 센트럴 파크 잔디밭에서 네다섯 살쯤 돼 보이는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주변에 사는 부잣집 아이들인 것 같았다. 그런데 이 아이들을 공원에 데리고 나온 유모가 중국인들이어서 놀랐다. 미국 상류층이 자식들에게 자연스럽게 중국어를 가르치기 위해 중국 아줌마들을 유모로 고용하기 시작한 게 이 무렵부터라고 한다. 지금은 그때 그 아이들이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있을 테고, 미국 상류층 가정이 중국인을 유모로 고용하는 사례는 크게 늘어났을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국제 공용어 역할을 하는 언어가 있었다, 동양 사회는 줄곧 한문이었다. 고대 유럽 상류층의 공용어는 그리스어였다. 로마의 시저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도 그리스어로 사랑을 속삭였다. 그 뒤 프랑스어가 이 역할을 넘겨받았고,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영어가 다시 바통을 이어받았다.

대한민국 사람도 거의 모두가 지구촌 공용어인 영어를 배웠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서, 말하자면 살아남으려면 영어를 읽고 쓰고 말할 줄 알아야 했다. 요즘은 초등학교나 유치원 때부터 영어를 배우지만 예전에는 중학교에 들어가서 영어를 배웠다. 하루 3시간 정도 영어 공부를 했다면 중·고등·대학교에서 배우고 공부한 영어 시간을 전부 합치면 1만 시간이 넘는다! 맬컴 글래드웰이 말하는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르면 평균적인 대한민국 사람은 영어 전문가가 돼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공부 방법과 교육 방법에도 문제가 있겠지만 영어가 한국 사람이 배우기 어려운 언어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중국이 뜨면서 영어만큼이나 배우기 어렵다는 중국어도 뜨고 있다. 앞으로 20~30년 뒤면 중국어가 영어보다 더 중요한 위치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돌이켜보면 광복 이후 잠깐 영어가 대세였지만 지난 2000년간 한반도는 중국어 문화권에 있었다. 물론 한글은 너무나 우수한 문자다. 그러나 한자를 외면하기에는 중국이 이미 너무 컸고 앞으로 더 크게 다가올 것이다.

교육부가 앞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倂記)한다고 밝혔다. 이제는 더 이상 한자 병기를 '한글 전용'이냐 '한자 혼용'이냐는 해묵은 논쟁 대상으로 볼 때가 아닌 듯하다. 한자는 이제 중국어로 봐야 한다.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도 중국어라는 외국어를 배우는 방법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오히려 논쟁의 대상이 교과서 병기 한자를 '번체자(繁體字)'(정자체)로 할 것이냐, '간체자(簡體字)'(현재 중국에서 사용하는 한자)로 할 것이냐가 돼야 할 듯싶다. 이미 싱가포르 등은 간체자로 배우고 있다.

일어(日語)를 정복하니까 광복이 됐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물론 잘은 못하지만 영어는 좀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는 중국어라니… 좀 허탈하다. 일곱 살 딸이 벌써 영어를 배운다고 난리다. 중국어도 배워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중국어도 배우라는 말은 차마 꺼내지 못하고 있다.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한국어가 지구촌 공용어가 되는 날은 올 수 있을까? 대한민국 학생들이 외국어 공부하는 시간에 다른 학문을 공부한다면 노벨상을 싹쓸이하지 않을까 하는 즐거운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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