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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채 쓰고 읽히는 한자들|

잘 모르는 채 쓰고 읽히는 한자들
정확하게 써 스스로 품격 높였으면


                       한경에세이 , 박병원 은행연합회장. 2014. 07.20                               

사람들은 흔히 백합은 흰색이라고 생각한다. 서양 그림에 순결의 상징으로 흰 백합이 많이 등장하고, 흰색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꽃가게에서도 흰 백합이 많이 취급되고 있어서가 아닐까 한다. 그러나 백합은 일백 백(百)자를 쓰지 흰 백(白)자를 쓰지 않는다. 알뿌리가 수많은 비늘 조각이 모인 인경(鱗莖)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일본어에서는 백합이라고 써 놓고 유리라고 읽는다. 영어로는 릴리(lily)이고 우리말로는 ‘나리’다. 나리는 주황색이 제일 흔하고 붉은색, 분홍색, 심지어 검은색도 있다.

사려니숲길에서 3대 자연욕으로 삼림욕, 해수욕, 일광욕이 있다고 하면서 삼림욕의 효능을 설명하는 큰 간판을 봤다. 네 번의 ‘욕’ 중 다른 것은 목욕 욕(浴)자를 제대로 썼는데 유독 해수욕에서는 욕심 욕(慾)자를 쓴 것이 눈에 들어왔다. 한 줄 안에 네 번 나오는 같은 한자를 하나만 다르게 쓰고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은 무신경이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기자는 그래도 글 쓰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라 틀린 한자를 쓰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를 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요즘 한자를 많이 쓰지 않아서 드러나지 않을 뿐, 한자를 제대로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다. 최근 한 신문에서 ‘재원(才媛)’이라는 말을 그저 ‘재주 있는 젊은이’라는 뜻으로 쓴 걸 봤다. 원(媛)자가 미녀라는 뜻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한자리를 거친 것을 역임했다고 하는 것이나, ‘하지 말라’는 말을 ‘금지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잘못 표현하는 것도 한자를 모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어떻게든 공부를 적게 해도 되는 나라를 만들어 주려는 우리 교육당국의 충정에서 비롯된 결과이니…. 그런데 한자를 몰라도 되는지 아닌지를 왜 교육당국이 결정하는지 나는 모르겠다. 공부할지 말지는 각자가 스스로 결정하게 할 수도 있는데 말이다. 어쨌든 이미 우리 국민은 공교육에서 부족한 부분을 사교육으로 충분히 알아서 보충하고 있으니, 자기가 ‘무엇을 얼마나 모르고 살고 있는지’ 모르는 국민은 적을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다.

요즘은 관광지 안내판에도 영어, 일본어 못지않게 중국어가 많이 등장한다. 여기에도 잘못된 표현이나 오자가 수두룩하게 많을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명예를 걸고 이런 일이 없도록 해 줬으면 좋겠다.

박병원 < 은행연합회장 bahk0924@yahoo.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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