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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와 한글을 손잡게 하자!|

漢字와 한글을 손잡게 하자!

[원로칼럼] 박형달 서울대 명예교수·언어학

교수신문 박형달 서울대 교수 2015.07.06


"언어의 본질에 부합하는 吏讀式表記와 그 본질을 벗어난 反吏讀式表記 즉 서구식‘表音알파벳 表記’의 대비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 박형달 서울대 명예교수 
 

한글 專用化 政策으로 漢字가 初等敎育에서 빠진 지 半世紀만에 초등학교 公敎育에서 漢字敎育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엿보인다고 한다. 문제의 중대성에 비춰 너무 늦은 감은 있으나 “아예 안 오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오는 것이 낫다”는 프랑스의 속담과 같이 얼마나 다행스럽고 올바른 敎育部의 決定인가. 텔레비전에 자주 나오는 자막을 볼 때마다 그 뜻을 얼른 파악하지 못할 때, 그리고 필자의 오해인지는 몰라도 텔레비전에 나오는 젊은이들의 “좋은 것/맛있는 것 같습니다”와 같은 말씨에서 자기만이 잘 아는 主觀動詞(좋/맛있-)文을 ‘너/나’文이 아닌 ‘그’ 文으로 객관화 시켜서 自信이 없거나 不分明하게 표현함을 볼 때 ‘한글 專用’의 盲點을 새삼 느낄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한글 專用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矛盾이 어디에 있는가를 찾아낼 必要를 느낀다. 언어자체의 본질이 무엇인가를 묻는 데서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 구체적이고 가장 가까운 보기로서 우리는 新羅時代의 國漢混用表記로서의 吏讀表記體系 즉 漢字를 소리(音) 즉 春을 ‘춘’ 으로 읽는 ‘音讀’과 뜻(意) 즉 春을 ‘봄’으로 읽는‘訓讀’을 통해 표기하는 표기체계를 들 수 있다.


이 음독과 훈독은 각각 漢字의 소리(音)와 뜻(意)이 密着된(× 또는 → 로 표시) 단계로서의 ‘潛在段階 春(춘)’과 그렇지 않고 弛緩된(+ 또는 ← 로 표시) 단계로서의 ‘具體段階(봄)’에 해당된다. 즉 음독의 ‘소리/뜻’은 ‘1音/音2’로, 훈독의 ‘소리/뜻’은 ‘{1訓/訓2}’로 표시하면 ‘潛在段階: 음독(소리=1音 × 또는 뜻=音2: 春 춘)/{具體段階: 훈독(소리=1訓 + 또는 뜻=訓2: 春 봄)}’와 같이 된다.


이 ‘음독/훈독’의 짝이 곧 부버(Buber)의 對話原理(das dialogische Pinzip)에 바탕을 둔 ‘대화의 상대(너/나) 중심의 객체(그)’로서의 ‘대화행위의 실현과정적 짝의 조직’ 즉 ‘잠재: 너→나/구체: {(2그)←그1}’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조직이 오늘날의 일본의 文通行爲의 주축이 돼 있는 新羅의 吏讀式 國漢混用表記라면 이에 대립되는 표기체계가 곧 西歐式 희랍-라틴 전통의 21(즉 훈독) 중심의 非吏讀的, 表音 알파벳 專用의 표기체계이다. 그리고 ‘한글 專用’도 그 범주에 속하게 된다.


吏讀式表記가 잠재로서의 너/나 중심의 음독과 구체로서의 21 중심의 훈독의 대칭적, 즉 균형적 짝이라는 말은 언어의 본질 즉 쓰(書)고 읽(讀)는 데 쓰이는 文字가 말(話)하고 듣(聽)는 데 쓰이는 音聲에 비해 실현과정의 순서에서 앞선다는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와 거꾸로의 지금까지의 通說 즉 소리(먼저)-글자(나중)의 순서를 뒤집은 자끄 데리다의 해체주의 철학 즉 文字學/그라마톨로지의 理論을 이 吏讀表記는 이미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바로 ‘한글 專用化政策’의 맹점이 있었던 것이다. 언어의 본질에 부합하는 吏讀式表記와 그 본질을 벗어난 反吏讀式表記 즉 서구식 ‘表音 알파벳 表記’의 대비는 ‘등잔 밑이 어둡다’는 진리를 우리에게 가르쳐 준다.


일본의 鈴木孝夫(스즈끼 다까오)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同音異義語의 범람과 일본에서도 실패한 (훈독의 漢字를 없애는) 한자 폐지운동을 부추기는 그릇된 (‘그’- 즉 表面 중심의) 서구식 언어학 이론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대신, 중국의 漢字의 實辭/虛辭의 짝을 음독/훈독의 짝으로 하는 表記體系를 정점(너/나)으로, 신라-일본의 吏讀表記體系를 그 정점의 짝(21)으로 하는 ‘力學的-對稱的-漢字文化圈的 表記體系’는, 表意文字가 없는 서구식 표기체계가 낳는 ‘그’-중심의 (그레코-라틴 전통의) 理論을 고치는 데 유익한 동반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써 일본의 小倉眞平(오구라 신뻬이)의 「鄕歌 及 吏讀 硏究」와 그에 뒤질세라 그를 맹추격한 우리의 梁柱東의 「古歌硏究」를 비롯한 나라 안팎의 진정한 언어학자로서 吏讀硏究家들의 그간 勞苦는 결코 헛된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다시 한 번 “漢字와 한글을 손잡게 하자!”를 위해!

박형달 서울대 명예교수·언어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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