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연구자료
관련기사

관련기사|

번역의 어려움|

번역의 어려움

전응준 변호사 (법무법인 유미)

법률신문 2016.06.27


외국어로 된 신개념을 우리말로 옮길 때 적당한 표현을 찾기 어려울 때가 있다. 해당 외국어에 대응하는 개념 자체가 우리에게 없거나 아직 우리가 그 용어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경우 번역의 어려움이 발생한다. bank라는 단어를 보자. 은행제도를 수입하려 했던 일본은 처음에 이를 회사라고 번역했다. 그러다가 이것이 company와 혼동되자 비로소 은행이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은(銀)은 돈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행(行)은 큰 상점을 의미한다고 한다. 돈을 다루는 큰 상점, 그것이 은행이다. individual, society는 어떤가. 동양에서는 본래 개인, 사회라는 개념이 없었다. 번역 이전에 개념 자체의 이해가 어려웠을 것이다.

유리수(有理數)의 예도 흥미롭다. 유리수의 영문은 rational number이다. 모든 사물을 정수 또는 정수의 비로 나타낼 수 있다고 믿었던 피타고라스 학파는 유리수를 라티오(ratio)라고 이해했다. 라티오는 라틴어로 비율(비례), 이성 등의 뜻을 가진다. 수학적인 의미로 보면 유리수는 비례로 읽혀야 하지만 정수를 신봉했던 피타고라스 학파의 입장에서는 유리수를 합리적인 존재로 보아야 했던 모양이다. 이에 따라 무리수(無理數)는 irrational인 것으로 처리되었다. 무리수를 부정했던 피타고라스 학파의 오해가 깃든 번역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살펴보아도 뜻을 알 수 없는 번역도 있다. 양주동 선생의 '몇 어찌'라는 글을 보면 기하(幾何)에 관한 내용이 나온다. 한문이라면 무불통지(無不通知)인 분이 '몇 어찌'라는 뜻을 가진 幾何라는 용어를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기하학을 의미하는 geometry가 중국에서 음역되어 '지허'(幾何의 중국음)로 불리고 이를 한자어로 받아들인 것이 우리말 기하다. 그는 처음에는 기하의 뜻에 골몰하다가 나중에는 기하학이 가진 과학적 학풍에 감탄하여 신학문을 열심히 공부하였다고 한다. 개념과 관계없는 번역이었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깊은 이해에 다가갈 수 있었던, 개화기 당시의 역설적인 광경이다. 어려운 번역도 결국 이해하려는 자의 몫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수 작성일

번호 : 380

‘民主市民’ 한자로 못써… ‘골든벨’ 무더기 탈락소동 new

번호 : 379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논란…오는 7~8월 확정 땐 2018년부터 적용 new

번호 : 378

이 땅에서 한자(漢字)가 소멸한 다음에는 어떤 사태가 야기될 것인가? new

번호 : 377

아이는 칭찬을 먹고 산다…입장 바꿔 생각하고 잔소리는 삼켜라 new

번호 : 376

[터치! 코리아] 국제 公用語, 겨우 영어 배웠더니 new

번호 : 375

[황현산의 밤이 선생이다]학술용어의 운명 new

번호 : 374

"한글전용정책은 위헌..헌법소원 청구" - 연합뉴스 2012-07-25 new

번호 : 373

한글전용정책은 중국의 문화혁명과 같은 어리석음 new

번호 : 372

[왜냐면]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한다. 왜냐면? / 리대로 new

번호 : 371

kbs1 tv - 시사진단(전광진 교수 출연) new

번호 : 370

한자감각 new

번호 : 369

한자를 다시 봅시다 new

번호 : 368

[발언대] 초등 漢字교육은 정체성 함양의 출발 new

번호 : 367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논란, 쟁점은?" new

번호 : 366

"초등 교과 한자병기 필수" vs "광복 70주년에 기가 차" new

번호 : 365

"한글전용정책은 위헌" 헌법소원 - 연합뉴스 2012-10-22 new

번호 : pri364

번역의 어려움 new

번호 : 363

교육부 "사교육 유발없는 범위서만 초등학교 한자병기" new

번호 : 362

유감(遺憾)의 뜻도 모르는 사람들(상) new

번호 : 361

초등교과서 한자병기에 대한 교육부 방침 newfile

후원 :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사)한국어문회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 (사)전통문화연구회 l 사무주관 : (사)전통문화연구회
CopyRight Since 2013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All Rights Reserved.
110-707.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4-6 낙원빌딩 507호 (전통문화연구회 사무실 내) l 전화 : 02)762.8401 l 전송 : 02)747-0083 l 전자우편 : juntong@juntong.or.kr

CopyRight Since 2001-2011 WEBARTY.COM All Rights RESERVED. / Skin By Weba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