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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교과서 한자병기 논란… 인성교육에 도움 ‘甲論(갑론)’|


■ 교과서 표기와 한자교육 변천사

정부 수립 후 이승만 정부는 1948년 10월9일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대한민국 공용문서는 한글로 쓴다는 게 요지였다. 교과서에선 1965년까지 초등 1~3학년은 한글 전용, 초등 4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는 국·한문 병용을 적용했다. 1970년 박정희 정부는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1975년까지는 초·중·고 교과서 전체에 한글 전용을 추진하다 중·고교의 한문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를 발표했다. 1976년부터는 중·고교에서 국·한문 병용을 실시하고 있다.

한자 사용 문제는 교육현장마다 뒤섞여 있다. 교과용 도서 편찬 유의점을 보면 교육목적상 필요한 경우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중·고교 교과서에서 한자 병기를 찾기는 쉽지 않다. 교과서 필자들이 굳이 한자로 전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와 별개로 교육현장에서 한자교육은 꽤 많이 이뤄지고 있다. 중학교의 95% 이상에서 한문을 가르치고 있고, 초등학교에서도 2009년 교육과정부터 ‘창의적 체험활동’에 한자 과목이 추가돼 학교에서 한자를 배우는 학생들이 절반 정도 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 한자는 지식·인성교육에 도움 된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는 ‘한자를 배워야 하는 이유’로 12가지를 꼽고 있다.

먼저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돼 있고, 한자 어휘의 90% 이상이 두 가지 이상의 동음이의어(음이 같고 뜻이 다른 단어. 예를 들어 商品·賞品)로 돼 있어 한글·한자를 함께 쓰면 높고 깊은 지식을 갖출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자를 알고 한글을 쓰면 철자법을 정확히 표기할 수 있고, 한자는 도덕성이 함양돼 있는 뜻글자여서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된다는 이유를 꼽았다.

연합회 측은 “교육부가 검토하겠다는 교과서 병기를 넘어 초등학교에서 한자 1000자 정도는 가르쳐야 한다”고 짚는다. 현실적으로 입시에 치이는 중·고교에선 한문 과목이 있어도 배우기 힘든 만큼 입시와 떨어져 있는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함께 가르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의 학습부담 증가에 대해서는 한자는 영어·일어와 다른 우리말의 일부로, 우리말을 제대로 배우기 위한 부담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연합회가 펴내는 월간 잡지 ‘한글+한자문화’의 전광배 편집장은 교과서 한자 병기로 인한 사교육 우려에 대해 “이미 한자 수요 증가로 사교육이 번성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공교육에서 한자를 노출시키고 한자교육을 끌어안아야 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의 ‘역(逆)사교육’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사회 전체적으로 신문·잡지 등에서 한글 전용이 강화되는 분위기에 대해서도 “한글로 된 책을 누구나 읽지만 눈으로 읽는다고 뜻을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자 뜻을 정확히 알고 사용하는 것과 모호하게 아는 것은 엄청난 차이”라고 말했다.

■ 한자 사교육 늘고 학습 부담 커진다

교육부의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검토에 대해 실제 교육을 담당하는 초등교사들은 비관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가 전국 초등교사 10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65.9%가 교과서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반 여부를 떠나 응답자의 91.1%는 “한자 선행학습 및 한자급수 인증시험 응시 등 한자 사교육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고, 94.1%는 아이들의 학습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지금도 초등 3·4학년 학습량이 갑자기 많아진다고 아우성인데, 한자 병기를 하게 되면 국어뿐 아니라 모든 과목에서 상당시간을 한자 가르치는 데 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자를 몰라 개념을 확실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주장에도 “사실과 다르다”고 고개를 저었다. 초등학교에서 개념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자기가 체험한 것과 교사의 설명이 더해져 확실한 개념으로 자리 잡는데, 오히려 초등학교에서 이 한자는 이런 뜻, 이런 글자풀이식으로 가져가는 순간 개념은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시) 한자 사교육을 받고 온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아이들의 반응 차이가 커지고, 한자를 모르는 아이는 교과서 읽는 속도와 흥미가 떨어지며 수업 격차가 더 벌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고교 교과서에서 한자가 자연스럽게 빠지고 한글만으로도 불편함이 없는데 지금 다시 한자를, 그것도 초등 교과서에 넣는다는 것은 교육·문자 환경을 거꾸로 되돌리고 한자를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으로 편을 가르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창덕 경인교대 교수(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장)는 지난달 도종환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에서 연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문제 토론회에서 “모국어 발달을 저해할 뿐 아니라 한자 암기가 우선시되면서 다른 과목 교육까지 파행으로 이끌 위험이 있는 정책을 국민적 합의 없이 추진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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