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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漢字 姓名(한자 성명) 되살리자|

[발언대] 漢字 姓名(한자 성명) 되살리자

조선일보 박천서 한국어문회 고문 2015.01.05    

                      

	朴千緖 한국어문회 고문 사진
朴千緖 한국어문회 고문


지금은 신문에서도 한자 성명을 보기 어려운 세상이 됐다. 한글 전용(專用) 정책으로 한자를 못 배운 신문 독자층을 위해 한자 성명과 한글 이름을 병기(倂記)하더니 좀 지나 한글 이름만으로 표기했고, 이것이 인쇄 매체의 성명 표기 관행이 됐다. 우리나라 유명 인사 성명자(姓名字)를 알려면 일본 신문을 찾아봐야 한다는 얘기까지 생겨났다.

한글 이름 표기가 일반화돼 성씨 제도가 존재감을 잃어가는데도 대중은 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한글 이름 제도는 한자(漢字) 성씨(姓氏)의 발음만 같으면 한글 종씨가 돼 원성씨는 자연히 실종될 수밖에 없다. 李·異씨는 다 이씨, 鄭·丁·程씨는 정씨, 姜·康·强·剛·彊씨는 강씨로 되는 것이다. 국립국어원이 '한자외래어 사용실태보고서'(1993년 2월)에 발표한 한국인 한자 성씨는 총 257성이지만, 이를 소리로 분류하면 108성이었다. 한글 이름 표기로 실종될 한자 성씨가 얼마나 많은가를 보여준다.

우리 민족은 성명자를 인간 존엄과 명예의 상징으로 여겼다. 한국인은 자손이 태어나면 집안 상징인 성씨와 그 안에서 서열인 항렬자(行列字), 자손을 위해 부모가 정성껏 선택한 한 자를 조합한 성명삼자(姓名三字)로 자손의 과거·현재·미래를 특정하려 했다. 따라서 한자 성명은 의미를 들어내려는 현명성(顯名性)과 다른 사람과 구별하려는 특정성(特定性)이 많다. 반면 한글 표기 이름은 동명이인(同名異人)이 많아져 그 특정성은 없고 사회악의 원인이 되는 익명성(匿名性)이 많아진다.

'범은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처럼,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사람의 역사·인격·명예를 상징하는 부호다. 한글 성명은 음(音)만 있고 일정한 뜻이 없어 현명성은 없게 된다. 또 뜻이 없으므로 '미아'초등학교는 '迷兒'초등학교로, '朱吉女'란 좋은 이름은 '주길녀' 또는 '죽일녀'로 희화(戱化)되기 쉽다.

우리 사회는 어른 이름자를 함자(銜字)라 하여 명예·인격과 동격으로 보았고, 남의 이름자를 높여주는 전통이 있었다. 이 얼마나 문화적·교육적으로 귀중한 전통 자산인가!

훌륭한 성명제도도 지금처럼 인쇄매체에서 표기하지 않으면 버려질 수밖에 없다. 한자 성명 제도를 계승하느냐, 영영 버리느냐는 문화적 영향력이 큰 신문 등 인쇄매체가 한국인의 한자 성명을 계승하겠다는 생각으로 지상(紙上)에 한자 성명 표기를 솔선해 가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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