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 한자로 쓸 수 있겠니?
오만석. 대정중학교 지킴이
2013.12.18 제주일보 l webmaster@jejunews.com
얼마 전 있었던 일이다. 촌수가 조금 먼 친척이 갑작스레 돌아가셨다. 근족도 별로 없는 분인데다가 평소 가근하게 지내던 터라 자원해 장례 준비에 동참했다.
장지는 수목들이 주변을 휘감고 있는 고즈넉한 양지공원인데, 장의사 측에서 고인이 마지막 가는 길에 제를 올릴 때 읽을 한문으로 작성된 축문지를 내밀며 상주의 한자 성함을 알려 달라고 했다. 마침 옆에 서 있는 고교 2학년인 상주에게 “한자로 너 이름이 무슨 글자냐?”고 물었더니 태연스럽게 “학교에서 안 배워 모르겠습니다”라는 것이었다. 나는 깜짝 놀라 말문이 막혀 상주를 쳐다보다가, 그럼 비슷하게라도 써 보라고 하니 역시 모르겠다며 태연한 표정을 짓기만 할 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한글로 이름을 기재토록 해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정부에서 1970년대부터 가정의례 서식을 한글로 사용하도록 권장했으나, 대부분 가정에서 축지방(祝紙榜)문은 한문으로 기재해 왔으며, 오늘날까지도 일반적으로 한문으로 된 서식을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단어 중 상당수는 한자를 어느 정도 알아야 그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학교교육 현장에서 기초적인 한자를 필히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 1000자나 2000자 정도의 한자를 학생들이 알아야 우리말의 참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장차 사회생활을 하는 데도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飛行機)’라는 단어는 한자어이고, 이를 우리말로 풀이하면 ‘날아다니는 틀’이다. 또한 ‘자동차(自動車)’는 ‘스스로 움직이는 수레’, ‘무풍(無風)’은 ‘바람이 없음’, ‘애인(愛人)’은 ‘사랑하는 사람’ 등 우리말로는 길게 풀어 써야 할 것을 한자어로 축약해 표현할 수 있으므로 보다 효과적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의 이름조차 한자로 쓰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꽤 눈에 띄는 현실을 보면서 차제에 한자 교육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심사숙고할 시점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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