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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할인(早朝割引)|

조조할인(早朝割引)

경북매일신문 오피니언칼럼 2015.01.23 



▲ ▲ 김규종경북대 교수·인문대학 
▲  김규종 
경북대 교수·인문대학

세계 문자 올림픽에서 한글이 거푸 우승하자 대회가 사실상 폐지됐다고 한다. 2009년 1차대회 이후 2013년 10월 태국 방콕에서 세계 27개국 문자가 경합(競合)을 벌였다. 문자 올림픽의 심사기준은 문자의 기원, 문자의 구조와 유형, 글자의 수, 글자의 결합능력, 문자의 독립성과 독자성, 문자의 실용성, 문자의 응용 개발가능성 등을 기초로 했다.  
 
한글은 16개국 문자가 경합한 1차대회에 이어 연속 1위에 오르는 기염(氣焰)을 토했다. 2위는 인도의 텔루구 문자, 3위는 영어 알파벳이 차지했다. 영어 알파벳 26자로 표현할 수 있는 소리는 300여개인데 반하여 한글 자모 24개로 드러낼 수 있는 소리는 8천700개가 넘는다고 한다. 문자 그대로 한글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訓民正音)`임이 입증된 것이다.  

근대에 만들어진 문자 이외에 누가 언제 어떻게 왜 만들었는지 밝혀진 유일한 문자가 한글이다. 우리는 그것을 `세종어제(世宗御製) 훈민정음`에 나와 있는 두 문장으로 기억한다.

“나랏말싸미 듕귁에 달아 문자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새 이런 젼차로 어린 백셩이 니르고저 홇베이셔도 마참내 제뜨들 시러펴디 못할 노미 하니라. 내 이랄 위하야 어엿비녀겨 새로 스물여듫짜랄 맹가노니 사람마다 해여 수비니겨 날로쑤메 편안케 할 따라미니라” 

세종대왕 덕에 오늘날 우리는 기계화된 언어생활에서 세계 첨단(尖端)을 자랑한다. 하지만 거기에도 문제는 있다. 한글의 명사와 추상명사에 게재돼 있는 한자어와 각종 한문자료 문건이다. 여기서 발원(發源)하는 것이 오래되고 유명한 한글 전용론과 한자 병행론이다.

남북한과 대만, 중국 및 일본은 한자와 유교, 불교와 도교(道敎)를 공유하는 동일한 문화권에 속한다. 일본에 가든 대만에 가든 혹은 간자체로 전환을 이룩한 중국에 가든 한자로 수담(手談)이 가능하다. 10년 전 연길에서 외국어를 전혀 못하는 여관 종업원에게 `開 房機`를 한자로 써보였더니 환하게 웃으며 에어컨을 켜주었던 기억이 새롭다.  

요즘 우리나라 청년세대는 한자와 한문에 거의 까막눈이다. 칠흑 (漆黑) 같은 어둠 대신 칠흙 같은 어둠이라 하고, 독거노인(獨居人) 대신 독고노인이라 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노문학과가 노르웨이 문학과인 줄 아는 학생도 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장편소설 `노르웨이의 숲`(1987)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뒷맛은 찜찜하다.  

어린 시절 나는 `삼국지` 주인공 유비를 좋아했다. 그런데 영화선전 포스터 문구(文句)에는 언제나 `조조할인`이라 적혀 있는 것이었다. `유비나 관우는 할인해주지 않고 왜 조조만 할인해주는 걸까?` 난 언제나 그것이 궁금했다. 중학생이 되어 한자를 공부하기 시작한 연후에야 비로소 `조조할인`의 온전한 뜻을 알고 혼자 웃을 수 있었다. 

나이 먹어감에 따라 `논어`와 `도덕경`, `장자`와 `금강경`, `주역`과 `사기열전`을 통독하면서 한자, 나아가 한문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우치고 있다. 한국으로 귀화(歸化)한 러시아 태생 한국학 전공자 박노자 교수는 한국 학생들이 왜 사자성어(혹은 古事成語)조차 공부하지 않는지 의문을 표시하곤 한다.  

언어 경제학적인 측면에서 사자성어를 능가(駕)하는 어떤 외국어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토사구팽, 지록위마, 정본필원, 수기치인, 조삼모사, 예미도중, 학철지부, 망양지탄, 오월동주, 물극필반, 난이상성, 전후상수, 상선약수….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허다한 사자성어가 환하게 웃고 있다. 한자와 사자성어는 영어나 독어 등에 들어 있는 라틴어나 희랍어처럼 해당언어의 내용과 근거를 충실하고 화사(華奢)하게 만들어주는 뿌리 구실을 한다.  

21세기 세계를 양분하는 강대국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濃厚)한 중국과 수천 년 역사와 문화를 교류한 우리에게 한자와 한문공부는 필연적인 과제로 보인다. 우리의 자랑 한글을 더욱 풍성하고 넉넉하게 뒷받침해주는 기제로써 한자와 한문의 자유자재(自由自在)한 운용은 우리 문화와 예술 그리고 역사를 한층 더 풍부(豊富)하게 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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