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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한자는 수저관계" vs "사교육 부담만"|

"한글·한자는 수저관계" vs "사교육 부담만"

[이슈&현장] 9월말 결정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찬반논란 가열

세계일보 이정우 기자 2015.09.01



지난 24일 충북 한국교원대에서 열린 2015 개정 교육과정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와 관련한 공청회에서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단체들이 무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시위하고 있다. 이에 한자 병기를 찬성하는 단체가 항의하면서 양 단체 간의 고성과 욕설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정우 기자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를 둘러싸고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2018년부터 적용되는 2015 교육과정 개정에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자교육에 대한 국가·사회적 요구와 함께 인문·사회적 소양 함양 교육을 강화한다는 취지에서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현재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여부를 비롯해 적정 한자 수, 날개, 각주 등의 병기 방법 등에 대해 논의 및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방침은 한글과 한자교육을 주장하는 학자들 간에 첨예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급기야 한글학계와 일부 교육 관련 단체들은 한자 사교육을 조장할 뿐 아니라 학생과 교사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에 한자·한문학계도 한자병기를 다시 도입해야 한다며 맞서면서 두 학계 및 단체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는 양상이다. 9월 말 결정될 것으로 보이는 개정 2015 교육과정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한글과 한자는 숟가락과 젓가락

한자병기에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한글과 한자를 떼놓을 수 없는 관계여서 함께 배우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등에 따르면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돼 있다. 이 한자어휘의 두 가지 이상, 많은 것은 20여개의 동음이의어로 구성돼 있어 우리말을 더 풍부하게 사용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사기’를 예로 들면 나쁜 꾀로 남을 속인다는 의미의 ‘詐欺’, 자신감, 의욕 등을 뜻하는 ‘士氣’, 그릇의 종류인 ‘沙器’ 등 20개가 넘는 뜻이 있어 단순히 한글로 ‘사기’라고만 표현했을 때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다는 설명이다.

성균관대 전광진 교수는 “한글은 음을 표기하는 데 탁월한 기능이 있는 표음(表音)문자고 한자는 뜻을 나타내는 데 뛰어난 표의(表意)문자”라며 “표음문자와 표의문자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라고 말했다.

이어 “훈민정음 자체가 한글과 한자를 혼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종대왕의 명령에 따라 신하들이 지은 ‘용비어천가’, 세종이 직접 지은 ‘월인천강지곡’에도 한자를 혼용하고 있다는 것은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가 한자를 배제하기 위함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한글 창제 이후 약 500년간 한자와 한글이 혼용되어 온 사실은, 그 둘이 상호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관계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명지고 김수상 교감은 “한자는 반만년 이상 우리 민족이 사용해 온 것인데 한자병기를 단순히 국수주의와 사대주의로 치부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며 “한자병기는 학문이나 언어소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말했다.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한글회관 앞에서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반대 국민운동본부 관계자가 한글교과서 장례식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한자 사교육, 학생 부담 늘어



이에 반해 한글 관련 단체 등은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가 들어갈 경우 학생 및 교사 부담이 커질 뿐 아니라 사교육이 크게 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이미 한국의 초등학생이 주당 44시간을 공부에 쓴다는 통계가 있을 정도로 학습 부담이 큰 상황에서 한자까지 교과서에 들어간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며 “교사들 역시 기존의 수업 준비와 각종 행정업무에 쫓기고 있는 상황에서 한자까지 가르쳐야 한다면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학생들에게 학습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말의 어휘력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교과의 개념 학습을 돕는 한자 교육 활성화 방안은 없다”고 일축했다.

한자병기가 인문·사회적 소양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 대표는 “정부의 주장대로 한자 교육이 인문·사회적 소양을 키우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대해 객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연구가 돼 있지 않다”며 “동음어를 구분하지 못해 한자를 꼭 적어야 한다는 주장도 어불성설이며 한글만 쓰더라도 앞뒤 문장 등 문맥상에서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한글 관련 50여개 단체가 연대한 초등교과서 한자병기반대국민운동본부 이대로 상임대표는 “각종 서적, 신문, 논문에서도 한자가 사라진 지 오래고 현재 한글로만 글을 읽고 말하고 쓰는 데 무리가 없다”며 “한자를 써야 정확하게 말을 할 수 있다는 얘기는 근거 없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교육부가 광복 70주년에 한자병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설문 결과도 제각각

양 단체 및 학계가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하고 있는 설문조사 결과도 각각 다르다. 한자병기 찬성측 및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는 과거 논문 등에 나타난 한자 교육의 필요성에 관한 설문조사에서 교사, 학부모 모두 90% 이상이 찬성하고 있고 또 다른 연구에서도 교사 응답자 중 77%, 학부모 응답자 중 89.1%가 찬성 의견을 나타냈다고 밝히고 있다.

반면 지난 2월 한국초등국어교육학회가 전국 초등학교 교사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66%가 교과서 한자병기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한자병기에 따른 학생의 학습 부담을 묻는 질문에서는 38.7%가 ‘많이 늘어난다’, 55.4%가 ‘조금 늘어난다’고 응답하는 등 10명 중 9명 이상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았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지난 5월 시민 10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73%가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에 반대했다. 또 88%가 한자병기를 할 경우 ‘한자 사교육비가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앞서 지난 3월 전국 17개 시·도교육감이 당국에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철회를 건의하기도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양측의 주장이 너무 팽팽하게 맞서고 있어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각계의 의견 수렴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평가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전문가 및 현장교원으로 구성된 교육과정심의회 심의를 거쳐 9월 말 개정 교육과정을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woo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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