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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한 斷想|

교과서 한자 병기에 대한 斷想

경북도민일보 서정목 대구가톨릭대 영문학부교수 2015.04.20


 
▲ 서정목 대가대 영어학부 교수

[경북도민일보]  최근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두고 교육현장에서 찬반의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교육부가 앞으로 초·중·고교 모든 과목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고 한다. 인문·사회적 소양을 함양하고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다.
 80, 90년대 대학가에서는 vocabulary 22000이라는 영어어원에 바탕을 둔 어휘학습용 책이 유행했다. 영어의 종주국인 영국과 미국은 서양문화에 속한다. 서양문화의 기원은 그리스·문화와 기독교문명이다. 영어는 본디 게르만어족에 속하므로 당연히 게르만어에서 비롯된 어휘와 그리스·로마에 기원을 둔 어휘로 구성돼 있다. 그 책에는 그리스어와 로마어의 어원이 체계적으로 설명돼 있는데, 그 책을 공부한 사람과 공부하지 않은 사람의 영어어휘실력은 천양지차였다.
 예를 들어 ‘micro’는 ‘미세한’, ‘작은’, ‘scope’는 ‘보다’, ‘tele’는 ‘멀리’, ‘inter’는 ‘사이’, ‘phone’은 ‘소리’. 이러한 어원을 알면 이들의 조합으로 이뤄진 단어는 그 의미를 알기가 너무나 쉽다. ‘microscope’는 작게 보니까 ,현미경, ‘telescope’는 멀리 보니까 ‘망원경’, ‘interphone’은 두 공간 사이의 폰이라 ‘인터폰’, ‘telephone’은 멀리 가는 소리라서 ‘전화기’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television’은 멀리 보는 것이다. 이렇게 단어를 외우면 잘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한자의 구성원리에는 첫째, 사물의 모습을 모방하여 만든 글자인 상형(象形)문자, 둘째, 사물의 모습이 없어 추상적인 기호로 만든 지사(指事)문자, 셋째, 각각의 부수를 결합하여 발음과 의미를 부여한 형성(形聲)문자, 넷째, 두 개 이상의 글자를 합쳐 또 다른 뜻의 글자를 생성하는 방식인 회의(會意)문자, 다섯째, 원래의 의미에다 다른 의미를 부여한 전주(轉注)문자, 여섯째, 음역으로 이뤄진 가차(假借)문자, 이렇게 여섯 개가 있다. 그 구성과정에는 문명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글자를 만들려는 오랜 고민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각각의 독특한 의미와 음가를 지닌 부수와 글자들이 단어를 구성하고 나름의 의미를 전달하는 원리를 파악하면 한자를 기억하기도 휠씬 쉬울 뿐만 아니라, 개념파악이 분명해지고 처음 보는 단어도 그 뜻을 쉽게 헤아릴 수 있는 경우가 많다.
 언어는 권력이다. 힘이 없으면 필연적으로 도퇴된다. 먼 옛날에는 순수 한국어가 문자가 없이 사용됐을 것이다. 그러다 표기를 위해서 한자가 도입됐고, 유사하거나 동일한 의미를 나타내는 단어를 두고 순수한국어에서 비롯된 단어와 한자에서 비롯된 단어가 경합을 벌이다 한자에서 비롯된 단어가 득세해 한국어의 어휘로 자리매김을 한 것이다.
 오랜 세월동안 한자문화권에서 살아왔음에 한글로 표기한다 할지라도 그 근원은 한자인 것은 사실이다. 오늘날 한국어에서 구어가 아닌 문어에서는 ‘은’, ‘는’, ‘이’, ‘가’, ‘을’, ‘를’ 과 같은 조사를 제외하고 체언에 있어서 명사, 용언에 있어서 형용사, 동사에서 많은 한국어의 어휘들이 한자에서 온 단어이다. 따라서 한자를 병기, 무엇보다도 한 눈에 그 의미를 쉽게 알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베트남의 경우를 보자. 우리나라의 역사에 한나라와 한사군이 등장하듯 베트남에도 한나라와 7군이 등장한다. 기원전 111년 한무제가 오늘날의 베트남 북부지역을 정복한 후 기원 후 1000년까지, 대략 1000여년 간 중국의 지배를 받음으로서 유교와 한자문화권에 속하게 된다. 한국어와 마찬가지로 베트남어의 어휘도 한자에서 유래한 것이 많은데 베트남어의 약 60%를 차지하며 이를 한월어(漢越語)라고 한다.
 17세기초 인도차이나반도가 프랑스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 프랑스인 신부인 알렉산드르 드 로드(Alexandre de Rhodes)가 로마자표기법을 이용해 베트남어를 표기하게 됐는데 그 표기법을 ‘꾸옥응으’라고 한다. 이것은 ‘國語’의 베트남식 발음이다. 대충 비슷하지 않은가? 점차 한자사용은 사라지게 됐고, 일반 베트남 사람들은 서양식 알파벳으로 표기된 방식으로 그냥 베트남어를 쓰게 됐다. 말은 하는데 한자를 모르니 왜 그런 단어가 나오게 되었는지 유래를 모르고 쓰는 것이다. 
 우리가 초등학교에서 부터 한자를 병기하고 배우고자 하는 것은 한자의 뜻과 개념을 바르게 익혀서 우리말을 바르게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여기에 사대주의를 떠올릴 필요는 없다. 지금은 우리나라의 초·중·고등학교 시절에 한자교육을 받은 중년이상의 사람들이 있지만 한글전용이 계속되고 한자교육을 받는 이들이 점차 사라진다면, 50년, 100년 이후 다음 세대들은 전혀 한자가 무지한 상황에서 한글만을 보고서 유추와 추측도 불가능해지고 도서관의 사전에만 의존해야하는 시절이 올 지도 모를 일이다.
 언어에는 구어와 문어가 있다. 한자는 문자언어이다. 언어는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배우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은 진리이다. 배우니 안 배우니 해도 사교육의 한자시장은 엄청나게 증가하였다. 중국어의 붐과 함께 그 무엇보다도 중국어학습은 필수적이다. 새삼 중국어의 필요성은 언급하지 않겠다. 분명 중국어와 한자가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 근원은 같다.
 생각해 보라! 천자문을 다 외우고 쓸 줄 아는 사람과 한자를 모르는 사람의 중국어학습 속도와 받아들이는 정도가 같을 것인가? 현실적으로 배워도 후회, 안 배워도 후회라면 배우고 후회하는 쪽에게 무엇이라도 남는게 아니겠는가 싶다. 옆집아이는 한자를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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