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연구자료
관련기사

관련기사|

한자(漢字)교육이 필요한 이유 - 2013. 06. 25|

충북일보 2013-06-25
도민재 - 청주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최근 한 언론사가 실시한 청소년 역사의식 조사에서 '야스쿠니신사'를 젠틀맨으로 대답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 '한국전쟁은 북침인가 남침인가'에 대한 질문에 70%에 가까운 학생들이 북침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결과가 나오게 된 까닭은, 역사교육의 부재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 이러한 역사교육의 부재는, 입시 위주의 교육과 균형을 잃은 교육정책에서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현재 한국사는 대학입시에서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선택과목이다. 이 때문에 일선 고교에서 한국사 과목은 주로 저학년 때 한 두 학기만 집중적으로 배우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교과목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고, 수업의 집중도를 높인다는 명목 아래 시행되고 있는 '집중이수제'에 의한 것이다. 이에 학교 현장에서는 입시와 관련이 적은 교과목은 한 두 학기에 몰아서 이수하고, 대부분의 수업시간은 국어·영어·수학과 같은 입시 관련 교과목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집중이수제는 오히려 입시교육을 위한 수단이 되어, 학생들에게 지식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일선 학교에서 '집중이수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교과목은, 주로 역사·한문·음악·미술 등의 교과목들이다. 이들 교과목은 입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홀하게 취급되고 있으나, 학생들의 가치관을 형성하고 조화로운 인격을 갖추게 하는 데는 가장 유용하고 필수적인 교과목들이다. 아울러 이들 교과목은 한 두 학기의 집중교육만으로 제대로 된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교과목도 아니다. 올바른 역사관이나 가치관의 형성은,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을 통해서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작금에 드러난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의 문제는, 결국 '집중이수제'와 같은 효율성만을 강조하는 잘못된 교육정책에 의해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교육은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전인적(全人的)인 인간을 만드는 일이다. 그러므로 균형 있는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교육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한글 전용의 어문정책으로 인해 한자교육을 소홀히 하고 있는 점도, 또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 하겠다. 야스쿠니신사를 젠틀맨이라고 대답한 것은, 신사(神社)와 신사(紳士)를 구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전쟁을 북침이라고 대답한 것 또한, '북을 침략한 것'인지 '북이 침략한 것'인지를 혼동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다시 질문의 내용을 바꾸어 '6.25는 누가 일으켰나·'라는 설문에는, 서울의 초·중학생의 86.8%가 북한이 일으켰다는 대답을 했다고 한다. 즉 대부분의 학생들이 북침과 남침의 정확한 의미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역사교육 이전에 국어교육에 관한 문제라 하겠다.

예컨대, '신사'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신사(辛巳:60갑자의 여덟 번째), 신사(臣事:신하가 되어 섬김), 신사(信士:신의가 있는 사람), 신사(神社:일본 고유 종교인 신도의 신령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 신사(神祠:신령을 모신 사당), 신사(神師:교황 주교 신부 등을 이르는 말), 신사(紳士:예의 바른 남자, 젠틀맨), 신사(愼思:신중하게 생각함) 등과 같이 많은 동음이의어(同音異議語)가 나온다. 이러한 단어의 의미를 올바로 알기 위해서라도 한자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한글은 표음문자(表音文字)이고, 한자는 표의문자(表意文字)이다. 한글은 음을 표기하는 역할을 하는 문자이지 의미를 나타내는 문자는 아니다. 실제로 우리말의 대부분은 한자어로 되어있어서, 한자를 모르면 그 말의 의미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가 없다. 다시 말해서 한자는 한글의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해 주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글과 한자는 국어(國語)를 이루는 두 중심축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청소년들에게 균형 있는 지식을 습득하고 올바른 역사관과 가치관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도, 한자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수 작성일
280 [발언대] 漢字 박물관도 필요하다 어문정책관리자 2485 2014.10.02
279 "한글전용정책은 위헌" 헌법소원(종합) - 연합뉴스 2012-10-22 어문정책관리자 2486 2013.12.31
278 조선왕조 신드롬의 산실 한국고전번역원에 가보니 어문정책관리자 2488 2015.08.04
한자(漢字)교육이 필요한 이유 - 2013. 06. 25 어문정책관리자 2492 2013.12.31
276 반기문 “오바마 한자이름은 奧巴馬” 어문정책관리자 2493 2015.08.10
275 38명 중 단 1명만 정답 …미식가의 '미' 한자는? 어문정책관리자 2494 2016.06.15
274 한국교총, 시도교육감협의 “한자병기 반대는 시대착오 어문정책관리자 2494 2015.03.19
273 외국인 교수의 눈으로 본 한자교육 어문정책관리자 2497 2015.04.03
272 [시론] 직관과 통찰력은 경험의 산물이다 어문정책관리자 2501 2015.08.20
271 초등교과 한자병기 찬반논란 "일주일 한자 2개 부담 없어" 어문정책관리자 2502 2015.07.27
270 한중일 공용 한자 808자, 공용한자 통해 '미래 세대의 교류' 활성화 어문정책관리자 2502 2015.01.12
269 서울 평생학습관·도서관에서 한자교육 실시 - 머니투데이 2013.0.. 어문정책관리자 2503 2013.12.31
268 한자(漢字)를 한자(韓字)라고 부르자 어문정책관리자 2506 2015.01.28
267 ‘한자’ IQ 높여주는 탁월한 능력 입증 어문정책관리자 2506 2016.07.18
266 道, 인명용 한자 출생신고 '의무화→권고' 건의 어문정책관리자 2509 2014.07.10
265 漢字 문맹 퇴치, 국가가 나서라 어문정책관리자 2509 2014.02.13
264 [발언대] 漢字 지식이 科學·창의력 이끈다 어문정책관리자 2513 2014.11.05
263 "한글전용 국어기본법은 위헌"…헌법소원 - 뉴시스 2012-10-22.. 어문정책관리자 2514 2013.12.31
262 서울시교육청 내년 예산 ‘초중교 한자교육 지원 3억2550만원’ 편성.. 어문정책관리자 2518 2013.12.31
261 한자어와 함께하는 위편삼절 (韋編三絶) 어문정책관리자 2522 2014.12.24
후원 :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사)한국어문회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 (사)전통문화연구회 l 사무주관 : (사)전통문화연구회
CopyRight Since 2013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All Rights Reserved.
110-707.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4-6 낙원빌딩 507호 (전통문화연구회 사무실 내) l 전화 : 02)762.8401 l 전송 : 02)747-0083 l 전자우편 : juntong@juntong.or.kr

CopyRight Since 2001-2011 WEBARTY.COM All Rights RESERVED. / Skin By Weba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