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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권 소통을 위한 한자 교육 - 중앙일보 2013.07.30|

[기고] 동아시아권 소통을 위한 한자 교육
중앙일보 2013.07.30

이명학
성균관대 교수·한문교육과

“貴國地方幾里(귀국은 땅이 얼마나 되나).”
“東西僅萬里 南北七千里(동서 겨우 만 리, 남북으로 7000리다).”
“國王姓氏(임금의 이름은 무엇이오).”
“姓尙名寧(성은 상, 이름은 영이다).”
“開國以前 爲何國(개국 이전에는 어떤 나라였나).”
“國名 吾氣(나라 이름을 오기라 했소).”
“貴國 與何國相近(귀국은 어떤 나라와 서로 가까운가).”
“上國最近 貴國次之(상국(중국)이 가장 가깝고 그 다음이 귀하의 나라(조선)요).”

 이 문답은 실학자인 지봉 이수광 선생이 1611년 베이징(北京)에서 유구(琉球·지금의 오키나와) 사신을 만나 필담으로 주고받은 대화의 일부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동양의 공통문자인 한자를 알고 있었기에 필담으로나마 서로 궁금한 것을 묻고 답하며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여기 쓰인 한자는 모두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교육용 기초한자 1800자에 포함된 것이다.

 한국과 중국·일본·베트남 등은 과거 한자 문화권에 속했다. 서로 언어는 달랐으나 한자를 통해 의사소통은 물론 학자 간 교류도 활발했다. 그러나 근·현대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한자문화권은 붕괴됐다.

 그러다가 20세기 후반 중국과 베트남의 개혁·개방 정책으로 각 나라 간 인적·물적 교류는 우리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머지않은 장래에 ‘동아시아 경제공동체’ 건설이라는 큰 그림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 속에서도 오랜 기간 이질적인 사회체제와 불행했던 역사 경험, 그리고 배타적인 민족주의는 동아시아의 평화와 유대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지만 각 나라는 아직도 한자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도 한자를 써서 간단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한자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면 자연히 상대 국가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과 흥미를 갖게 될 것이며, 동일한 문화·역사 체험 위에서 상호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 한자 교육은 단순히 과거를 공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각 민족 간 정치·경제·문화적인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연결고리다.



 한자문화권의 사람들은 오랜 세월을 같이 살아왔고 앞으로도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 매개체가 바로 한자다. 한자 교육을 통해 미래 동아시아 사회의 주역이 될 각 나라 젊은이들이 이웃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치관을 이해한다면 비이성적인 역사 왜곡이나 배타적인 민족주의를 극복하는 작은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의 한·중·일 공통 한자를 정하고 널리 교육해야 할 이유다.

이명학 성균관대 교수·한문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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