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연구자료
관련기사

관련기사|

내가 만난 중국인/장효택 전 에너지관리공단 경남지사장|

내가 만난 중국인/장효택 전 에너지관리공단 경남지사장
조선닷컴 2015.10.26.  



내가 어릴 적에 자라던 면소재지에 영강춘(迎江春)이라고 하는 중국음식점이 있었다. 주인은 왕가모 (王嘉模)라고 하는 50대 초반인 ‘베이징’사람으로 40대 중반으로 미인으로 보이는 아내와 세 딸이 있었고 아들은 ‘타이베이’에서 대학에 다닌다고 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어느 이른 봄날인 걸로 기억된다. 아버지 따라 장날 장터에 갔다가 바로 그 영강춘 에서 난생 처음 자장면을 먹게 되었다. 그 맛이 우리 집 국수 하고는 예기가 되지 않을 만큼 맛있었다.

그해 초여름 일제의 전쟁에 비행기 기름으로 쓸 광솔 캐러 어린 고사리들 까지 근로 동원이 되어 갔다가 소금주먹밥 하나로 요기하고 늦은 오후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 영강춘 앞을 지나다가 마치 어머니 같이 상냥하고 마음씨 좋은 왕 씨네 아주머니를 만났는데 ....
“너희들 ! 괭이를 메고 늦은 시간에 어디서 오는 거야?”
“우리요! 비행기기름 짜는 광솔 캐러갔다 오는데요.”하고 영식이가 대답했다.
“아이고! 너희들 배고프겠구나?”
“예~ 엄청 배고파요.” 승교가 대꾸했다. 이때 내가 거들었다.
“아주머니! 내일 쌀 한말 꼭 갖다드릴 터이니 빵하고 자장면 세 사람 분만 주세요.” 지금 생각해도 조그만 한 놈이 배포 한번 대단하지!
그러고 나서는 이튿날 저녁 어둑어둑할 때 쌀 한말을 가져갔는데 왕가모 아저씨가 부인께서 전후사정을 듣고 나더니 ~~~~.
“이 사람아 정신이 있는 거야~! 애들을 상대해서 이게 무슨 짓이요? 너희들 이리 오너라! 요 어린놈들이 벌써부터 거짓이나 하고 아무데도 쓸데가 없겠구나. 이 쌀은 도로 집에 가져가서 부모님께 사실대로 아뢰고 종아리를 맞으렴!. 그리고 효택 이 이놈! 내가 네 아버지하고는 잘 아는 사이인데 정직하게 아뢰었는지 꼭 확인 할 터인즉 알았지? 응~~.” 그러면서 사람은 정직해야 한다. 그게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이다. “좋은 일일랑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반드시 행하고, 나쁜 일일랑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해서는 안 된다.”(勿以善小而不爲, 勿以惡小而爲之)는 소열제(昭烈帝)의 훈계를 여든이 지난 오늘 날까지도 큰 가르침으로 여기면서 살아가고 있다.

그 후 30년이 지나 영강춘을 찾았을 때는 왕 가모 어르신은 저 세상 사람이 되었고 왕 씨 아주머니가 종업원 둘을 데리고 가게를 꾸려 가는데 나는 아주머니 손을 꼭 잡고 왕가모선생의 명복을 빌었다. 정말로 철없는 어릴 때의 불장난이지만 내게는 큰 스승님이시다. 성년이 되어 우리 집 가훈을 직심정행(直心正行)이라 정하고 손자들한테 종 종 그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2005년 2월 처음으로 베이징(北京)에 갔었다. 수많은 외국인과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영어로 물어 보는 젊은 외국인 보다는 서툴러도 중국 청년에게 “請問, 公共汽車站???”하고 물었더니 친절하게 따라 오면서까지 안내 해 주어서 정말 고맙게 느꼈다. 그런데 ‘베이징’의 하늘이 개이고 맑았으면 좋겠더라. 그 후 3년 동안 중국어 공부를 하고 2000년 4월에 ‘서우저우’(蘇州)와 ‘항저우’(抗州)에 갔을 때 봄 풍광도 아름답거니와 明淸시대의 아름다운 산수화와 유묵(遺墨)들이야 말로 중국의 문화와 역사를 그대로 웅변하고 있지 않던가?
그래도 역시나 중국의 농촌은 아직 많이 낙후되어 있기는 해도 고급 젊은 인력을 농촌에 투입해서 활기를 불어 넣고 있더라. 중국의 농촌은 우리의 산업화 시대와는 그 양상이 완전히 다르다. 체재의 힘으로 밀어 붙이니…

요즈음 한자교육과 국사교과서의 문제가 우리사회의 큰 화두로 되어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학교급 에 따라 일정 수의 한자를 교과서에 혼용하자‘고 주장하는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왜냐하면 일상생활에서 한자를 떼려해야 뗄 수 없는 것이 현실이고 수백 년 전에 행하였던 조공(朝貢)을 바치는 시대도 아니고 더욱이나 학문을 하는 데는 한문 없이 되던가 말이다. 정치적 쟁점이나 부러진 자존심은 접어두고 발전적이고 현실적인 이성의 판단으로 받아 드릴 것은 받아 들여야지, 일본은 그렇게 하고 있지 않나? 싫었든 좋았든 우리사회의 윤리나 사회도의가 한문학의 영향이 컸던 것만은 사실 아닌가? 초, 중, 고교 때 배운 기초가 대학에서 학문하는데 얼마나 큰 전이력(轉移力)를 발휘했던가는 논란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 동양학을 하는 학도가 한자를 모른다는 것은 눈 뜬 장님과 같다.

소현세자의 비 강빈(姜嬪)이 심양에서 청나라 관리들의 후한 대접으로 광야에 농토를 일구어 농사를 지어 전쟁포로 1인당 그 수확한 쌀 20가마씩 주고 전쟁포로 3000명을 고국으로 돌아오게 했다는 사실(史實)은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이다. 강빈이 시작(詩作)에 능해서 청의 고관들과 시문(詩文)으로 교감하여 문화적 교류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나라에도 지금 글줄이나 읽었다는 사람치고 도연명(陶淵明)이나 두보(杜甫)네 시(詩) 한 수 쯤 모르는 사람 있던가? 부러진 자존심 그만 접고 주종관계의 관념에서 깨어 나 중국의 깊은 문 화와 우리의 정교한 한류문화를 서로 교류하면서 갈고 닦아 근린 간의 우호와 협력으로 발전을 도모함이 근세의 현명한 이성이 아닐까요?

나는 10월 22일 중국문화 탐방을 위해 시안(西安), 청두오(成都)를 거쳐 구채구(九寨溝), 황룡(黃龍)을 거쳐 고속철도 타 보고 올 계획이다. 중국인이 레벨에 따라서는 대륙인이더라, 시안의 가을 하늘이 맑기를 ~~~.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수 작성일

번호 : 440

“초교 교과서에 한자 병기해 가르쳐야”… 학술대회서 목청 new

번호 : 439

"쉽고 정확한 한문고전 번역서 없어 안타까웠죠" new

번호 : 438

한류 날개 달고 세계로 50년 맞은 고전번역사업 new

번호 : 437

[동아광장/최진석]문자가 삶과 사유의 높이-넓이를 결정한다 new

번호 : 436

"漢文으로 동아시아 문학사 집필하자" "한민족 공동체라면 곧 한국 문학" new

번호 : 435

한글전용이 옳다면 국정 교과서도 옳다 new

번호 : 434

글로벌시대에 뒷걸음만 치는 세계사 교육 new

번호 : pri433

내가 만난 중국인/장효택 전 에너지관리공단 경남지사장 new

번호 : 432

강신호 동아쏘시오 회장의 특별한 한자(漢字) 사랑 new

번호 : 431

[권순활의 시장과 자유]동북아 외톨이 ‘한자 문맹’ new

번호 : 430

“6.25는 북침”, 오해는 한자를 잘 몰라서… new

번호 : 429

강동구, 모든 사업에 ‘청소년 교육’ 영향 평가한다 new

번호 : 428

“모국어가 공부의 열쇠다” - 핀란드 교육전문가 정도상 new

번호 : 427

‘초등학교 한자병기 옳은 일인가’ 반론 new

번호 : 426

[인터뷰] 진태하 "한국어 제대로 알려면 초등 한자교육 필요해" new

번호 : 425

이근면 인사혁신처장 "공무원들 한자문맹 심각한 수준" new

번호 : 424

[우리말로 깨닫다] 한글날을 욕하다 new

번호 : 423

교수도 몰랐던 말, '기하학' 뜻을 아시나요? new

번호 : 422

초교 교과서 한자병기…“초교생 어휘·독해력 수준 향상” vs “학생.. new

번호 : 421

“국민 62.8%,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해야 한다” new

후원 :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사)한국어문회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 (사)전통문화연구회 l 사무주관 : (사)전통문화연구회
CopyRight Since 2013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All Rights Reserved.
110-707.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4-6 낙원빌딩 507호 (전통문화연구회 사무실 내) l 전화 : 02)762.8401 l 전송 : 02)747-0083 l 전자우편 : juntong@juntong.or.kr

CopyRight Since 2001-2011 WEBARTY.COM All Rights RESERVED. / Skin By Weba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