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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說 필사 8년… 詩人의 꿈도 이뤘습니다|

社說 필사 8년… 詩人의 꿈도 이뤘습니다

2016.03.04 조선일보 곽래건 기자

[본지 독자 김덕원씨, 2577일간 매일 한편씩 베껴 써]

못다 푼 공부의 恨 풀려 시작… 문장력·단어구사력 저절로 늘어
검정고시로 대학 진학, 그해 등단
"신문은 내 인생의 큰 스승… 졸업하는대로 필사 다시 할 것"


서울 은평구 불광동 김덕원(66)씨의 부동산 사무실 책장엔 '조선일보 사설(社說) 쓰기'라는 제목이 붙은 서류철 17권이 빼곡히 꽂혀 있다. 2000년 1월 14일부터 2008년 4월 17일까지 김씨가 매일 한 편씩 손으로 베껴 쓴 조선일보 사설 필사본들이다. 8년 97일(3017일)에 걸쳐 발행된 2577일치(휴간일 제외) 신문 사설이다.

책장 한쪽에는 2008년 4월 18일 자(字)부터 2016년 3월 3일 자까지 2439일치 본지 사설이 수북이 쌓여 있다. 김씨는 '사설 필사(筆寫)'에 대해 "조선일보 사설은 내 인생의 교과서"라고 설명했다. "못다 푼 공부의 한(恨)을 풀려고 사설 베껴 쓰기를 시작했고, 미처 베껴 쓰지 못한 사설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베껴 쓰기 위해 따로 모아놓았다"는 것이다.

김덕원씨가 지난 8년 동안 필사(筆寫)하려고 모았던 조선일보 사설 뭉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덕원씨가 지난 8년 동안 필사(筆寫)하려고 모았던 조선일보 사설 뭉치를 들어 보이고 있다. /김지호 기자


김씨는 전북 부안군 변산면 도청마을에서 가난한 농부의 6남매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김씨는 "어렸을 적 꿈은 글 쓰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초등학교 6년 내내 반장을 맡을 정도로 공부도 잘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더는 공부를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글짓기 대회에 입상해 전북 전주(全州)의 중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 허가까지 받았지만, 하숙비를 댈 돈이 없어 진학을 포기했다. 대신 그는 초등학교 졸업식 다음 날부터 동네 이발소에서 일을 시작했다. 학교 근처의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손님 머리를 감기는 일이었다. 김씨는 "중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이 이발소에서 일하는 내 모습을 볼까 봐 항상 불안하고 창피했다"고 했다.

김씨는 17세 무렵 일자리를 구하러 무작정 서울로 올라왔다. 이발소와 식당 보조 일에다 화물차 기사 조수까지 닥치는 대로 일했다. 23세 되던 해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까지 했지만, 살림살이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하지만 형편이 어려운 것보다 한자(漢字) 한 글자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까막눈이'가 된 자신의 신세가 더 서글펐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게 신문 읽기라고 한다. 김씨는 "신문에 나온 한자를 독학한 것은 배우지 못한 한을 조금이나마 푸는 나만의 방법이었다"고 했다.

김덕원씨가 8년간 베껴 쓴 본지 사설 사진
김덕원씨가 8년간 베껴 쓴 본지 사설. /박상현 기자


한자에 어느 정도 자신이 생긴 김씨는 1990년 나이 마흔에 부동산 공인중개사 시험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당시 공인중개사 시험은 온통 한자투성이였다. 당시 그는 아내와 조그만 식당을 하다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접은 터였다. 낮엔 이런저런 막일로 돈을 벌고 저녁엔 은평구 집에서 노량진 학원을 오가는 생활을 5개월간 이어갔다. 김씨는 "초등학교만 졸업했는데 민법을 이해하기가 쉬울 리가 없었다"며 "시험 당일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체해서 3일을 앓아누웠다"고 했다.

결과는 뜻밖에 합격이었다. 아내 이경숙(64)씨는 "형편이 안돼 학업을 포기했던 남편이 합격했다고 했을 때 마치 사법시험에 합격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고 했다.

공인중개사 일을 하면서도 신문을 손에서 놓지 않은 김씨는 2000년부턴 아예 신문 사설을 베껴 쓰기 시작했다. 필사하는 방식도 사전을 일일이 찾아가며 한글로 된 단어를 모두 한자로 바꿔 적는 식이었다. 김씨는 "사설을 8년 정도 베껴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단어 구사력과 문장력이 늘었고, 글쓰기에 대한 열망이 다시금 생겼다"고 했다. 그래서 2008년 4월 17일자 사설까지 필사한 뒤 검정고시 준비에 나섰다. 그로부터 4년 만에 중학교와 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한 그는 2013년엔 서울디지털대학 문예창작 학과에 입학했다. 그해 한 문예지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기도 했다.

김씨는 "사설은 나에게 글 쓰는 법도 가르쳐줬지만 세상 돌아가는 일을 접하고 생각의 실마리를 엉키지 않게 풀어나가 상대를 설득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법을 일깨워준 내 인생의 큰 스승"이라며 "대학 글공부가 끝나는 대로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사설 베껴 쓰기를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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