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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름 한자·한글 혼용하면 안되나요?…부모 '헌법소원'|


딸 이름 한자·한글 혼용하면 안되나요?…부모 '헌법소원'

연합뉴스 2016.07.21


'한자+한글' 이름으로 출생신고하자 반려 "이름에 한자·한글 혼용 안된다"
법적 근거 없이 예규로 작명권 과도한 제한…개명신청 항고·예규개정 헌법소원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광주의 한 부모가 갓 태어난 딸에게 한자와 한글이 혼용된 이름을 지어주려다 이를 금지하는 예규로 인해 거부당하자 최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나승환씨의 딸 [독자 나승완씨 제공=연합뉴스]

광주의 회사원 나승완(31)씨는 지난해 4월 사랑하는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행복은 축복으로 이어져 올해 5월 11일 사랑스러운 딸이 태어났다.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한 나씨는 윤동주 시인을 좋아해 '서시', '별 헤는 밤' 등 별을 노래한 별처럼 '순수하고 아름답게 자라, 어려운 사람들의 그늘진 삶에 빛이 되어달라'는 의미를 담아 딸 아이 이름을 지었다.

그러나 황당하게도 딸 아이의 이름이 적힌 출생신고서는 접수가 거부됐다.

가족관계등록예규 제109호 5항 '이름에 한글과 한자를 혼합해 사용한 출생신고 등은 수리해서는 안 된다'는 근거로 거부당한 것이다. 한자 성에 한글 이름이 결합한 수많은 성명을 익히 봐온 탓에 나씨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억울한 마음에 법조문을 뒤졌다.

가족관계등록법 44조 3항에는 '자녀의 이름에는 한글 또는 통상 사용하는 한자를 사용해야 한다'고만 명시돼 있을 뿐 '한글과 한자를 같이 쓰지 못한다'는 내용은 전혀 없었다.

가족관계등록법을 근거로 사무처리를 돕기 위해 만든 가족관계 등록예규에만 규칙으로 제한을 둔 것이다.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이미 있었다.

2015년 7월 17일 서울동부지법 제12민사부는 "딸의 이름에 한자와 한글을 같이 썼다고 출생신고서를 반려하는 것은 부당한 만큼 출생신고를 수리하라"는 판결을 냈다.

가족관계등록예규 제109호 5항에 대한 법원의 첫 판단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한글과 한자를 섞어서 이름 짓지 못하도록 한 예규는 합리적인 범위를 넘어 부모의 작명권을 과도하게 침해하고 있어 효력이 없으며, 아버지의 성(姓)을 따르게 돼 있는 이상 한글과 한자 혼용을 허용한다고 해서 성이 혼동될 우려도 거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의 판결까지 나왔는데 한자와 한글을 혼용한 이름을 못 짓게 하는 예규가 아직도 남아있다는데 나씨는 분노했지만, 당장 딸을 병원에 데려가 예방주사도 맞히고 보험 혜택도 받아야 하는데 출생신고를 하지 않으면 적지 않은 불편이 뒤따라 차선을 택했다.

딸 이름을 일단 우리말로 '윤별'이라고 지어 출생신고하고 이후에 개명절차를 밟기로 했다.

그러나 광주가정법원은 나씨의 딸에 대한 개명신청을 기각했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청구한 것도 기각됐다.

이름에 한자와 한글을 혼용했다는 이유로 작명권, 행복추구권 등을 제한당한다고 생각한 나씨는 자녀에게 원하는 이름을 지어주지 못하는 부모가 자신 이외에 더는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21일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그리고 개명신청 기각에 대해서도 항고했다.

딸에게 부끄러운 부모가 되지 않으려고 시작한 일이지만 나씨는 "법에 무지해 시간과 비용이 얼마나 들지 살짝 걱정도 앞선다"며 "법조계 관계자의 조언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나씨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첫 이름을 올린 제 딸에게 언제쯤 처음 원하던 이름을 제대로 선물해줄 수 있을까요?"라고 반문하며 "제 딸에게 네 이름의 뜻은 빛나는 별이라고, 빛나는 별처럼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웃으면서 말해주는 그 날이 하루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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