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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년 인천과 함께한 퇴직교수, 인천의 길을 묻다 - 인천시 인터넷신문 2013.09.24.|

81년 인천과 함께한 퇴직교수, 인천의 길을 묻다
이현주 객원기자 o7004@naver.com
인천시 인터넷신문 (2013.09.24.)

어느 노(老)교수의 인천사랑 이야기

초등자녀가 있는 집이라면 한 권 정도는 꼭 가지고 있는 책이 있다.
‘마법천자문’은 개구쟁이 손오공의 모험을 통해 천자문을 흥미롭게 익힐 수 있는 한문학습만화로 초등학생 사이에서 커다란 인기를 끌고 있다. 한자급수시험도 미취학아동 학부모 사이에서 인기다. 공인된 한자시험만 대여섯 가지, 비공인 시험도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한때 한글만 전용하도록 했던 교육에 비하면 대조적인 교육행태다.

한자 교육을 아예 받지 않았고, 자기 이름 한자도 쓸 줄 모르는 한글전용세대의 교육적 폐해로 생긴 풍선효과일지도 모르겠다. 한글전용 세대가 성년이 되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특히 사회초년생의 경우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우리말을 발음으로만 배워왔기 때문에 우리말의 정확한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런 한글전용으로 생긴 문제점에 대해서 수십년 전부터 ‘한자교육의 중요성’을 주장하는 교육자가 있다. 심재갑씨는 전직교수다. 인천서 태어나 인천중, 인천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법대를 나와 제물포고에서 교사생활을 한 후 인하공전 교수를 역임, 현재는 퇴직했다.

많은 후학을 양성해온 그는 요즘 들어 한자의 필요성에 절실히 느끼고 있다. 요즘 아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저절로 혀가 차진단다. 상스런 욕설은 기본이고 어원도 없이 줄인 말과 신조어에서 우리교육의 미래가 어둡게만 느껴진단다.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입니다. 한자어를 같이 썼던 우리 세대에서는 언어의 깊이가 있었죠. 그런데 한글만 쓰는 요즘 아이들 대화를 들어보면 깊이있는 대화라곤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그는 한자를 익혔던 세대와 현대의 아이들의 말에는 깊이가 다르다고 주장한다.



심교수의 말에 의하면, 대학수능시험에서 한자를 없앤 후 학생들이 한자문맹이 되어 말귀를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단다. 대학에서 강의를 할 때 학생들에게 일제가 취한 “‘동화정책’에 대해 공부해 보자.”고 얘기했더니 한 학생이 손을 들고 “안데르센 동화인가요, 아님 이솝동화인가요?”라고 질문을 하더란다. 대학 신입생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써보라고 했더니 못쓰는 학생이 삼분의 일이 되었단다. 심지어 이(李)씨를 계(季)씨로, 공(孔)씨를 홍(弘)씨로 쓰기도 했다. 해방 후 수시로 바뀐 우리의 어문정책 때문이라며 심교수는 말문을 열었다.

“우리 말 70%는 한자에서 비롯되었습니다. 학술용어는 대부분 한자여서 한자를 모르면 우리의 귀중한 옛 문헌을 탐독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한글만 쓰다보면 고급대화는 사라지고 윤리도덕은 사라질 것입니다. 기성세대로서 책임감을 느낍니다.” 
실제로 법정용어라든가 대학교 전문서적의 경우에 한자를 쓰고 있는데 수업을 한 후 우리말을 다시 통역하는 웃지 못한 경우가 생기고 있다. 완전한 우리말을 배우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천의 도로표지판 한자병기 서둘러야...”
심교수는 한자가 어렵다면 한글과 함께 병기하는 한자·한글 병기를 주장한다. 특히, 그는 길을 알려주는 도로표지판이라도 서둘러 한자를 병기해야한다고 말한다.
“내년에 내 고향 인천에서 아시안게임이 열립니다. 아시아는 한자를 쓰는 인구가 30억명에 달하죠. 한자문화권의 사람들을 초대해놓고 길을 알려주는 표지판조차 한자를 써놓지 않는다면 이것은 손님초대 예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심교수의 눈빛에 인천에 대한 애착이 묻어난다.
제주도의 경우 도로표지판에 한자를 같이 병기하여 일본관광객과 중국관광객의 높은 호응을 받고 있다. 한자병기로 제주도를 찾는 중국·일본 자유여행가들의 방문이 늘었단다. 제주도의 경우 심교수가 도지사에게 편지를 써서 설득했고, 그의 주장을 제주도가 수용했다. 편지에 감동한 제주도지사가 제주도 도로표지판에 한자를 병기하는 공사를 강행했던 것이다. 하지만 인천의 경우 아직까지 바뀌지 않고 있다.
그가 ‘한자병기’운동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해 일부에서는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비웃기도 한다.
“학회를 구성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상태에서 저 혼자 이런 운동을 하는 것에 무모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어떤 이는 한글세대에 반한다며 구태의연한 생각이라고 손가락질도 하지요. 그러나 제가 왜 한자병기를 주장하는지 그 사람들은 그 속내를 모를 겁니다.”

노(老)교수, 한국 교육계의 영원한 스승 ‘길영희’ 교장의 뜻을 펼치다.
“제가 24세 때 제물포 고등학교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때 당시 길영희 교장선생님이 계셨는데요, 인천 사람이라면 길선생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죠. 참다운 교육자이셨죠. 길교장선생님은 한자를 없애면 안된다고 항상 주장하셨습니다. 당시 ‘한글전용’이라는 교육부 지시가 내려왔지만 길교장선생님은 교지인 ‘춘추’에서 조차 한글전용을 반대하셨죠.”
그가 한자병기(漢字倂記 ) 운동을 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게 한 사람이 당시 제물포 고등학교 교장 故길영희씨다.

“길영희 선생님과의 인연은 제가 인천 중학교에 입학하면서입니다. 학교 다닐 적 선생님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제가 제물포 고등학교에서 13년간 재직하면서 더욱 길선생님의 훌륭한 성품에 감동을 받았구요.”
심교수의 고 길영희 선생님의 존경의 마음은 애틋하다.
“길교장님은 자신에게는 엄청난 구두쇠여서 85세 돌아가실 때까지 학생복과 두루마기만 입으셨습니다. 돈없어서 학업을 포기하는 학생을 위해 학생 몰래 부모에게 등록금을 주시고 비밀로 부탁하셨던 분이셨죠.”
길영희선생기념사업회 고문이기도 한 심교수는 스승의 뜻을 받들어 ‘한자병기’를 주장하고 있다. 또한 도로표지판 한자병기를 각 시·도에 건의하고 있다. 더불어 한글 전용정책의 잘못과 폐해를 지적하고 민원을 내고 있다. 그러나 지자체에서는 꿈적도 안한다. 번거롭기 때문이다.
“도로표지판에 한글과 더불어 한자를 쓰면 한자를 쓰는 중국과 일본의 관광객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더불어 중국과 일본 관광객 수를 늘리는 효과도 가져옵니다.” 심교수는 도로표지판 만이라도 한자혼용을 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제 나이 81살입니다. 한평생 교육자로 살아왔죠.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말이 있습니다. 학교폭력을 염려하는 요즘, 인성교육을 위해서라도 한자를 배우고 윤리도덕과 고전 공부를 다시 시작한다면 우리 아이들의 언어는 순화되고 부드러워질 것입니다.” 노교수의 간절한 눈빛에서 우리 교육의 안타까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그의 삶은 인천 역사 속에 있었다.
심교수가 빛바랜 상자를 내놓는다. 상자를 열자 그의 교번과 일기장이 오랜 잠에서 기지개를 편다. 흐린 연필로 꾹꾹 눌러쓴 그의 오랜 일기장 너머로 빼곡히 그의 삶이, 인천의 역사가 와르르 쏟아진다.
특히, 1951년 1월3일부터 1951년 6월 21일까지의 일기는 ‘국민방위군일기’로 그가 재정리하였다. 일기에는 지금은 백발이 성성할 당시 인중(오늘날의 인천중·제물포고), 인상(오늘날의 인천고), 인공(오늘날의 인천기계공고), 동산, 인천고녀(오늘날의 인천여고), 박문학생들의 이야기가 시·공간을 뛰어넘어 우리에게 전해지고 있다.

갑자기 궁금해진다. 인천에 수많은 제자들이 있는 그에게 인맥을 이용해 단체를 만들어 한문혼용 운동을 하면 되지 않냐고 묻자, “길영희 스승도 불의에 손대지 않고 의가 아니면 취하지 않으려고 하셨습니다. 저역시 스승의 뜻에 맞춰 살려고 노력하고 싶죠. 단체를 만들다보면 불의와 타협할 수 있고 제가 주장하는 바와 뜻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저 혼자 늦지만 한걸음 한걸음 나가고 있습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이제 개인의 여유를 부리고 삶을 즐겨도 될 나이에 노(老)교수는 그렇게 세상에 길을 묻고 있었다. 빨리 세상과 타협하는 길과 느리지만 소신을 갖고 가는 길 중 어느 것이 정도(正道)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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