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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漢字 교육|

초등학교 漢字 교육

조선일보 김태익 논설위원 2015.08.26


얼마 전 일본 오사카에 갔을 때였다. 공항 입국 심사를 기다리는 줄에서 한국 젊은이 둘이 무슨 말인가 주고받더니 자꾸 뒤를 돌아봤다. 그러곤 어렵게 말을 꺼냈다. "저어~ 벼슬 경 자(字)를 어떻게 쓰는 건가요?" 입국 신고서에 쓸 자기 이름 한자(漢字)를 몰랐던 거다. 그의 집안 어른들은 아기를 얻고 무슨 이름을 지어줄까 즐거운 고민을 했을 것이다. 한자 문맹(文盲)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글을 잘 써서 뽑힌 대학생들 작문에 점수를 매긴 적이 있다. 이런 문장이 있었다. '국군 장병들이 우리를 위해 주철불야 헌신하고 있다는 사실….' '계층을 추월한 공동체 의식….' '불철주야(不撤晝夜)'와 '초월(超越)'의 한자를 정확히 알았으면 이런 사고가 없었을 것이다. 그걸 보고 근래 인터넷에 유행했던 '맞춤법 우스개' 시리즈가 떠올랐다. '갈수록 미모가 일치얼짱' '내 인생의 발여자' '에어컨 시래기' '장례 희망'. 일취월장이나 반려자·실외기·장래 같은 말의 한자를 모른 채 흔히 발음하고 들리는 대로만 쓰다 보면 실제 이런 일도 생길지 모르겠다. 웃을 수만 없는 일이다.

[만물상] 초등학교 漢字 교육
▶학교에서 한자 교육이 사라지고 한자 문맹이 늘어나면서 우리 어문 생활은 갈수록 빈곤해지고 있다. 우리말 어휘의 70%를 차지하는 한자말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까 어휘력·독해력이 떨어진다. OECD 회원국을 상대로 문장 이해력을 측정한 조사에서 한국은 꼴찌였다. 한자를 활용한 조어력(造語力)이 형편없어지면서 번역 안 된 영어 전문용어들이 날것으로 넘쳐난다.

▶보다 못한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되살리는 계획을 세워 그제 공청회를 가졌다. 초등학교에서 한자 300~600자를 익히는 것을 목표로 교과서에 한글과 한자를 병기(倂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그러나 한자 교육에 반대하는 단체가 공청회 명칭을 문제 삼아 단상을 점거하는 바람에 찬반 진영 사이에 큰소리가 오가고 몸싸움까지 벌어졌다고 한다.

▶한자 교육론자였던 경제학자 고(故) 임원택 교수가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왜 사람들은 한글과 한자를 커피나 홍차처럼 양자택일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할까. 커피와 설탕, 홍차와 설탕 같은 보완 관계로 생각할 수 없을까." 어문 생활에서 한자를 멀리 함으로써 한글이 한국어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문자가 된다면 그건 훌륭한 한글의 값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것이 된다. 이제 오랜 논쟁에서 벗어나야 한다. 한자를 가르치는 게 한글의 힘을 키울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을 바꿀 때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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