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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병기, 정말 대한민국을 망치는 정책일까|

한자병기, 정말 대한민국을 망치는 정책일까

[이슈칼럼] 초등 교과서 한자 병기 찬반 논란

머니투데이뉴스 이군선 원광대학교 한문교육과 교수  2018.09.03


한자병기, 정말 대한민국을 망치는 정책일까


요즘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를 둘러싸고 시끌시끌하다. 한자병기를 찬성하는 입장과 반대하는 입장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팽팽하기만 하다. 한글과 한자, 정말 오래된 케케묵은 논쟁이다. 그러나 일상의 언어생활을 떠나 학습의 측면에서 바라보면 다른 각도에서 볼 여지도 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는 한자를 병기하지도 않고도 얼마든지 의사소통을 하며 큰 불편을 느끼지 않고 있다. 이는 이미 우리말화한 단어들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학습을 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공부는 개념을 축적하고 체계화하는 과정이다.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자를 몰라도 사전을 이용하면 된다고 한다. 물론 당연하다. 모르는 단어는 사전을 찾아 해결하면 된다.

그러나 공부는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어야 과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등고선(等高線 : 같을 등, 높을 고, 실(줄) 선)'이라는 단어를 공부할 때 한자를 알면 '같은 높이를 이은 선'이라는 의미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에 비해 국어사전을 찾아 '지도에서 해발 고도가 같은 지점을 연결한 곡선'이라고 개념을 정리할 경우 어느 것이 학습하기 쉬울지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등(等)'이 '같다'는 의미가 있음을 안다면 '등식(等式)', '등호(等號)', '등변(等邊)', '등각(等角)'의 단어들에 공통적으로 '같다'는 의미가 들어 있음을 유추해낼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사고력의 확장과 학습의 효율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일상생활이 아닌 학습에서의 한자병기 문제는 달리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한자를 배우게 되면 정확한 한글 사용에도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복모음의 표기를 살펴보자. 우리말의 'ㅐ', 'ㅔ'는 구분하기가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일반적인 글쓰기에서 이와 관련한 맞춤법의 오류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현재'를 '현제'라고 잘못 쓰는 경우가 그 예인데 이는 한자의 음만 알면 충분히 바로잡을 수 있다. '현재(現在)'의 '재(在)'가 '있을 재'로 음이 '재'라는 것만 알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예는 우리 언어생활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다.

아울러 한자병기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초등학교에서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면 사교육 시장이 활개를 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사교육시장이 늘어날 지 줄어들 지 아직 꼭 어떻다고 단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많은 수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이전에 이미 한자를 공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학 이전에 한자를 접하며 한자에 대하여 흥미를 갖고 저학년까지 한자를 계속 공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다가 학년이 올라가며 학교에서 배워야 할 내용이 늘어나면서 한자 공부를 그만두게 된다. 이는 그 동안 사교육에 들였던 공을 수포로 만드는 일이다. 배운 것을 지속해서 사용하고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는 모든 단어에 대해 한자를 병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미 우리말화 한 '양말'과 같은 단어는 '양말(洋襪)'로 표기할 필요가 없다. '양말(洋襪)'은 '바다 양(서양을 의미함), 버선 말'로 '서양 버선'이다. 그러나 학습 용어의 경우는 다르다. 한자를 통해 의미를 익히게 되면 개념을 보다 정확하고 쉽게 기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용어에 대해서만 한자를 병기하자는 것이지 모든 한자어를 다 병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문제를 거창하게 국가정책과 연결 짓는 것은 침소봉대하는 일이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는 공부의 효율성을 기하며 한글을 보다 정확하게 사용하는데 일조하는 일이다.

정말 우리의 아이들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 다 같이 고민해 보는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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