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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문맹 방치하는 국어교육|


漢字문맹 방치하는 국어교육

문화일보 민현식 / 서울대 교수·국어교육학 2015.08.27



오는 9월에 개정 고시를 앞둔 국어과 교육과정에 쟁점이 두 가지 있다. 먼저,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漢字) 병기 문제다. 현재는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창의체험활동 시간에 한자를 선택하는데, 98%의 초등학교가 한자교육을 한다고 한다. 그러나 정규 교과에 하지 않으니 효율성이 없고, 초등 한자교육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89.1%나 되어 정규 교과서에 한자를 괄호로 병기하겠다는 것이다. 교사의 77.3%도 초등 한자교육을 긍정하지만, 교사의 68.5%가 괄호 병기를 반대한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면 우리는 실용과 중용의 정책을 짜야 한다.

1970년 이래 초등 교과서에 한자 괄호 병기를 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한자 병기를 한다면 45년 이전으로 회귀해 어문정책의 후퇴로 비친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100여 년 전부터 한글체 논설을 일관되게 써서 문자 독립으로 독립정신을 실천하는 51편의 순한글체 논설집 ‘독립정신’이라는 대저를 남겼다. 정부 수립 후에 국한혼용체가 압도적 다수인 시대였지만, ‘공용문서’부터 한글 전용을 선언하고 필요한 경우 한자 병용을 하라고 융통성을 두는 지혜로운 정책으로 점차 한글체 시대가 올 것을 예견하고 선도했다.

이러한 어문정책 덕분에 한글체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음은 위대한 ‘한글의 힘’ 덕분이다. 그런 만큼 새삼 교과서에 한자를 괄호 병기하는 방안은 찬성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글의 힘을 믿더라도 한자교육은 한다는 것도 이승만 대통령 이래 정부 정책의 핵심이다. 조기 영어교육은 3학년부터 허용하면서 조상이 남긴 한자의 몇 백 자도 읽을 줄 모르고 자기의 한자 이름도 쓸 줄 모르는 청소년 한자 문맹들을 양산함이 정상적인 국어교육은 아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한다면 교과서에서 본문에 괄호 병기하는 방안이 아니더라도, 각주나 좌우 여백 날개 또는 본문 뒤 익힘활동란에 한자 음훈을 달아 하는 등 다른 대안도 있다.

또 다른 쟁점은 고교 국어과 교육과정의 선택과목으로 ‘국어’ 외에 ‘독서’, ‘문학’, ‘고전’, ‘작문과 화법’, ‘언어와 매체’를 두는 문제다. 그러나 2007년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도 ‘매체’를 독립과목으로 고시했다가 교과서를 개발하지 못한 채 폐기돼 국어과의 대표적 정책 실패 사례로 기억된다. 이는 ‘매체’가 국어과에서는 도구나 장르일 뿐 사회과학의 영역이라 국어과 선택과목으로는 부적절하고, 국어과의 ‘독서, 화법, 작문, 문학, 문법’ 교과서에서 매체언어를 충분히 다루고 있어 새삼 독립할 필요가 없다는 국어교육계의 일치된 견해가 있기 때문이다.

‘문법’이란 명칭을 ‘언어’로 바꿈도 1980년대 4차 교육과정에서 이미 시도했으나 ‘국어’ 밑에 ‘언어’가 나오는 것은 위계상 맞지 않아, 5차부터는 ‘문법’을 다시 써 왔다. 가뜩이나 문법 의식의 퇴보로 국어 파괴와 비속화가 극심해지는 오늘날 심화 문법교육을 받아야 할 고교생들에게 ‘문법’이란 이름을 없애고 내용도 60%로 축소해 매체를 40%나 넣어 문법교육을 축소한다면 이번 교육과정은 광복 70돌의 해에 ‘문법 제명 교육과정’으로 길이 기억될 것이다.

오늘날의 어문생활은 한글학회의 선열들이 일제강점기에 한글과 한국어를 목숨처럼 지키고 문법을 항일운동 차원에서 연구해 어문정책이 그 정신을 계승한 결과이다. 당국은 ‘언어와 매체’를 ‘문법’으로 복구해 생활문법으로 강화하고 매체언어 부분은 ‘문법’에서 줄여 다루어도 충분함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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