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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 & Life] 이름에 한글·한자 섞으면 안된다?
2년 분투 끝 딸 이름 지킨 아버지|

[Law & Life] 이름에 한글·한자 섞으면 안된다?<br>2년 분투 끝 딸 이름 지킨 아버지

조선일보 양은경변호사 2015.07.17

법원 "예규가 作名權 침해" "한글·한자 혼용한다고 해서 姓 혼동될 우려 없어" 판결

자녀의 이름을 짓는 것은 부모의 권리이지만 법에서는 어느 정도 제한을 가하고 있다. 이름이 다섯 글자를 넘거나, 부모와 이름이 같으면 안 된다. 그러면 이름에 한글과 한자를 섞어 짓는 건 어떨까.

한연규(42) 변호사는 2013년 8월 태어난 딸의 이름을 한이새봄(韓李새봄)이라고 지었다. 자신의 성(姓) 한(韓)에, 이름은 아내의 한자 성 이(李)와 한글 '새봄'을 붙여 한자와 한글을 섞은 '李새봄'으로 지은 것이다. 그는 동사무소에 출생신고서를 제출했고 주민등록번호도 받았지만 2주 뒤 "이름이 가족관계 등록에 관한 예규(例規)에 맞지 않아 출생신고를 반려하고 주민등록번호도 삭제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예규 109호 5항은 '이름에 한글과 한자를 혼합하여 사용한 출생신고는 수리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되어 있다.

한 변호사는 납득할 수 없었다. 가족관계등록법 44조 3항은 "자녀의 이름에는 한글 또는 통상 사용하는 한자를 사용해야 한다"고 돼 있고 한글과 한자를 같이 쓰지 못한다는 내용은 없었다. 그는 행정기관의 사무처리 규칙에 불과한 예규에서 법률에도 없는 제한을 두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해 2013년 10월 '출생신고 불수리(不受理)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신청했다.

서울동부지법은 한 달 후 신청을 각하(却下)했고 그는 항고해 다시 법원의 판단을 구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아무런 판단도 이뤄지지 않았다. 그는 '빨리 재판을 해 달라'는 탄원서도 두 차례 냈다.

아이의 신분증명이 안 됨으로써 생기는 불편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파서 병원에 가면 왜 주민등록번호가 없는지를 매번 설명해야 했고 보험 혜택도 못 받았다. 어린이집에도 보낼 수 없었다. 보통 놀이공원에서 36개월 미만은 무료 입장인데, 손가락을 쪽쪽 빠는 아기인데도 생년월일을 증명할 방법이 없어 돈을 내고 '어린이표'를 끊어야 했다.

이 불편함을 해소하려면 한(韓)씨에 한글로만 '이새봄'이라고 이름을 짓고 출생신고하면 된다. 하지만 한 변호사는 취지도 불분명한 예규 때문에 아이 이름을 포기하기 싫었다. '李새봄' 대신 '이새봄'이라고만 하면 이름에 아내 성을 같이 쓴다는 취지도 살릴 수 없다. 또 2005년에 출생한 아들은 '韓李새움'이라는 이름으로 잘 사는 걸 보면 행정적 불편을 초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묵묵히 법원 판단을 기다렸다.

마침내 지난달, 서울동부지법은 "예규가 부모의 작명권을 침해한다"며 "출생신고를 수리하라"고 결정했다. 이 예규에 대한 첫 판단이었다. 법원은 결정문에서 "아버지의 성(姓)을 따르게 돼 있는 이상 한글과 한자 혼용을 허용한다고 해서 성이 혼동될 우려도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해서 딸 韓李새봄은 2년 만에 이름을 찾게 됐다. 그는 "그동안 나름 법을 알고 법으로 먹고산다는 변호사로서 딸 이름 하나 해결하지 못했다는 미안함을 벗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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