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연구자료
관련기사

관련기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서울경제 20115.09.03


    교육부가 오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3~6학년 교과서에 한자 병기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발표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에서 한자교육의 활성화를 위해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자 병기 찬성 쪽은 한자가 우리 문화의 한 부분이고 언어소통·학문에 도움이 되며 이미 전국 초등학교의 98%가 체험활동 시간을 통해 한자를 가르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반대쪽은 우리나라 청소년의 글 이해능력이 세계 최상위 수준이어서 한글전용 탓에 독해력이 낮다는 한자교육 강화론자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고 학생·학부모들에게 불필요한 학습·사교육 부담만 키운다며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견해를 싣는다. 

    찬성-진태하 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이사장 

    동음어 분별력 키워 반문맹 탈피해야 


    ● 우리말 어휘 70% 이상이 한자어 

    ● 중고교선 선택과목… 배울 기회 없어 

    ● 전국 초교 98% 이미 한자교육중 

    우리말 어휘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돼 있어 한자교육은 불가피하다. 예를 들면 '사장'이라는 말이 한글학회의 '우리말큰사전'에 31개나 실려 있다. 한글로 '사장'이라고 써놓았을 때 이 말의 뜻을 알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글전용론자들은 이에 대해 달랑 '사장' 한 낱말만 물으니 모르지, 앞뒤 문장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우리 집에 사장이 찾아오셨다는데 어떤 사장인지 도무지 모르겠어요'라고 길게 말했을 때도 '사장'의 뜻을 알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이 말에 해당하는 사장이 '査丈(혼인한 두 집안의 부모들 사이에서 그 집안의 위 항렬이 되는 상대편을 이르는 말)·師丈(스승이 되는 어른)·師匠(학문이나 기예에 능해 남의 스승이 될 만한 사람)·師長(스승과 나이 많은 어른)·社長(회사 책임자)' 등 5개나 있는데 그 뜻이 각기 다르다.

    결론적으로 우리말 어휘 중 2개 이상의 동음이의어가 약 85%나 된다.

    이 뜻을 분별하는 방법은 오로지 그 바탕이 되는 한자를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한자를 모르는 사람은 국어사전도 제대로 찾아볼 수 없다. 

    한글전용 주장자들은 1970년 이후 각 신문이나 교과서에서 한글만 써왔어도 그 뜻을 이해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위에 예를 든 '사장' 하나만으로도 그동안 국어생활의 현주소를 짐작할 수 있다. 예컨대 '재선충(材線蟲·소나무에 기생하며 소나무를 말려 죽이는 벌레)'이라는 말이 자주 보도되지만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아 이 말의 뜻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교육부에서 오는 2018년부터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겠다고 발표한 안건에 대해 마치 여론조사도 거치지 않고 돌연히 결정한 것처럼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것은 매우 타당성이 없다.

    반세기 이상 수많은 논쟁과 토론을 통해서 얻은 주요 결과로 △역대 교육부 장관 13명과 역대 국무총리 전원(생존자 23명)이 초등학교 한자교육 지지성명을 정부에 제출 △학술원 회원 85% 이상, 서울의 구청장 25명 전원이 초등학교 한자교육 지지 △이명박 정부에서 여론조사 결과 학부모의 89.1%, 교사의 77.3%가 초등학교 한자교육을 지지한 것 등을 들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초등학교 한자교육은 진작 실시했어야 하며 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 장기간 심사숙고한 현 정부가 드디어 용단을 내린 것이다. 

    한자교육이 사교육비를 조장한다는 주장은 현재도 전국 초등학교의 98%가 정규 교과과정 외에 한자교육을 하고 있는데다 사교육비 문제 해소를 위해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는 점에 비춰보면 전혀 타당성이 없다. 

    또 한자교육을 초등학교에서 하지 말고 중고등학교에서 실시하라는 주장도 교육과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호도할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 '한문'과목이 있지만 제2외국어 선택과목으로 분류돼 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막을 경우 사실상 중고등학교에서 선택하는 학생들이 적어 배울 기회가 크지 않다는 점을 오히려 노리고 있지는 않은지 의심스럽다.

    우리나라는 표음문자 중 가장 과학적인 한글과 표의문자 중 가장 발달한 한자를 겸비하고 있어 문자를 배우고 활용하는 데 최이상국이다. 

    21세기는 컴퓨터의 시대다. 곧 문자의 시대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 한글과 더불어 한자도 가르친다면 좌우뇌를 동시에 발달시켜 전 세계를 리드할 수 있다.

    어려서 문자를 많이 아는 것은 개인 생애에 도움이 된다. 많은 학부모들이 사설학원을 찾아 한자교육을 시키는 것은 한자교육의 필요성을 깨닫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다. 교육부는 한자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넣어 사교육 수요를 줄이려는 대책을 마땅히 세워야 한다.

    한자 병기와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양측이 모두 정부의 올바른 한글 한자교육 정책에 더욱 협력해 우리의 후손들이 반문맹의 문자생활에서 하루속히 벗어나도록 해야 한다.

    문자활용 최이상국을 실현하는 것이 우리 기성세대의 할 일이다.

    반대-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작가 

    한자 교재로 둔갑… 학습부담만 늘려 

    ● 한글세대 문장이해력 최상위 수준 

    ● 한자 동원한 개념 이해는 부풀려진 기대 

    ● 교과 수업 부실화·몰입도 저하 초래
     

    교육부에서 검토하고 있는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은 교과서를 한자 교재로 둔갑시켜 교과 수업을 부실하게 만들고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며 학습 부담과 한자 사교육을 키울 위험이 높다. 이 방침은 46년 넘게 한글 전용 교과서로 공부한 결과 학생들의 문장 이해능력이 떨어졌다는 가설에 바탕을 두고 있지만 교육부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어떠한 연구 결과도 내놓지 못했다.

    실질 문맹률이 높다는 한자교육 강화론자들의 주장과 정반대로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우리나라 학생들의 문장 이해능력은 세계 최상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중3 학생들을 상대로 2000년부터 3년마다 한 번씩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의 독해력 부문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늘 1~2위를 차지한다. 한글전용 교과서로 공부하고 예전보다 한자를 많이 배우지 않아 '실질 문맹'이 많다는데 어찌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단 말인가. 한글 세대의 문장 이해력이 떨어졌다고 주장하려면 100점이던 게 70점으로 낮아졌다든가 하는 '숫자'를 내놓아야 한다.

    성인들의 형편도 마찬가지다. OECD에서 16~65세의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제성인역량평가 읽기 능력 부문에서 우리나라 16~24세의 젊은 세대는 22개 조사대상국에서 3위인 반면 56~65세 노년 세대는 꼴찌에서 세 번째인 20위다. 한글 세대의 문장 이해력은 국제 기준으로 봐도 결코 낮지 않다. 우리는 매일 한글로만 적은 신문 기사를 읽는데 이것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면 과연 이 사회가 유지될 수 있을까. 

    한자를 알면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기대하는 이가 많다. 이런 기대가 완전히 빗나간 것은 아니지만 실제보다 너무 부풀려져 있다. 중고교에 비해 초등학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초등학생에게 '법'에 대해 가르친다고 해보자. 이해하기 쉬운 교통법규를 예로 들어 법이 없을 경우에 어떤 혼란이 생길지, 인류가 처음 사회를 이루면서 어떤 사정으로 법을 만들게 됐는지, 어떤 종류의 법이 있고 어디까지 법으로 정할 수 있는지 따위 여러 사례를 들어 법이 무엇인지 그 느낌과 실체를 머릿속에 쌓도록 할 것이다. 그럼 여기서 한자 지식은 얼마나 도움이 될까. '법 법(法)'이라는 한자는 뜻도 '법'이어서 어떤 특별한 정보를 제공하지 못하는 동어반복일 뿐이다. '인간(人間)'이나 '암석(巖石)'처럼 낱말의 뜻을 일부 유추할 수 있는 한자어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정도 단서만으로는 큰 도움이 안 될 뿐더러 그런 말들은 아이들이 이미 뜻을 아는지라 굳이 한자를 병기할 필요도 없다. 

    한자 어원으로 개념을 파악하겠다는 소박한 기대는 현실을 알면 더욱 허망해진다. 초등 3~6학년 과학 교과서에 나오는 지질용어를 예로 들어보자. '역암(礫巖)'의 '조약돌 역'처럼 중고교 기초한자 1,800자에도 들어 있지 않은 어려운 한자를 포함한 용어가 전체 지질용어의 35%에 달하며 '이암(泥巖)'의 '진흙 니'처럼 고교용 900자에 속하는 한자를 포함한 용어가 30%에 이른다. 그럼 이들 65%의 어려운 한자가 포함된 한자어 용어는 한자를 병기하지 않고 나머지 '공룡'처럼 한자를 병기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뜻을 알고 있는 용어에만 한자를 병기할 것인가. 결국 한자 지식을 동원해 개념 이해에 도움을 주겠다는 애초의 기대는 무색해지고 쉬운 용어에 병기된 한자를 이용해 한자를 가르치겠다는 꼴이 되고 만다. 그 한자를 가르치느라 정작 과학 수업에 쓸 시간은 줄고 학생들의 학습 부담은 는다. 

    한자를 모르면 낱말 뜻을 모른다는 이 '한자 괴담'은 특히 동음어로 장난을 쳐서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동음어는 처음 접하는 낱말이 아니라면 문장의 맥락 속에서 모두 구분할 수 있다. 그 증거는 수학의 분수에 나오는 '분자'와 과학의 화학물질에서 나오는 '분자'가 한글로 같다 해서 우리가 혼동하지 않는다는 사실로 충분하다. 사실 둘은 한자마저 같은 '分子'로 쓴다. 한자를 병기해봤자 같은 글자인 수학의 분자와 과학의 분자는 그 맥락 아닌 무엇으로 구분할 수 있단 말인가.

    한자 괴담에 공연히 겁을 집어먹어 쓸데없이 초등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늘리고 유아들의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부채질할 이 어리석은 정책을 교육부는 당장 버려야 한다.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수 작성일

    번호 : 420

    [이택수의 여론]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찬성 63% vs 반대 30%" new

    번호 : 419

    영어ㆍ일어ㆍ한문 모두 가르쳐야 new

    번호 : 418

    l찬성l “한자교육은 불가피하다” new

    번호 : 417

    “국어 지문, 모르는 단어 없는데 독해 어려워요” new

    번호 : 416

    말글 세상은 큰 바다 … 세상 모든 이름이 흘러든다 new

    번호 : 415

    [우당칼럼] 한글날 생각해보는 한자(漢字)와 한글 new

    번호 : 414

    한자문화정상화 추진회 발족 new

    번호 : 413

    한국언어문화정상화추진회 new

    번호 : 412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연기 문제있다" new

    번호 : 411

    초등학교 한자교육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new

    번호 : 410

    [온누리] 한자와 공부 new

    번호 : 409

    jtbc방송 [팩트체크]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찬반 논란, 살펴보.. new

    번호 : 408

    한글전용과 한자병기, 어느 게 옳은가? new

    번호 : 407

    유감(遺憾)의 뜻도 모르는 사람들(상) new

    번호 : 406

    한글전용의 허와 실 new

    번호 : 405

    [초등교과서 한자병기 논란] 한자병기는 상호보완적… “생각하는 습관 .. new

    번호 : 404

    “한자 한문교육은 國語의 世界化 초석” new

    번호 : 403

    <어떻게 생각합니까> ①한자병기로 어휘력 배양(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new

    번호 : 402

    한글과 한자의 어깨동무 new

    번호 : pri401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초등교과서 한자 병기 new

    후원 :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사)한국어문회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 (사)전통문화연구회 l 사무주관 : (사)전통문화연구회
    CopyRight Since 2013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All Rights Reserved.
    110-707.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4-6 낙원빌딩 507호 (전통문화연구회 사무실 내) l 전화 : 02)762.8401 l 전송 : 02)747-0083 l 전자우편 : juntong@juntong.or.kr

    CopyRight Since 2001-2011 WEBARTY.COM All Rights RESERVED. / Skin By Weba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