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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문맹(漢字文盲) 벗어나자] 萬歲는 '파이팅'이 아닙니다|

[한자 문맹(漢字文盲) 벗어나자] 萬歲는 '파이팅'이 아닙니다

조선일보 유석재기자 2014.07.07


[14] 한자 대중 교육하는 전광진 교수

만세는 오래도록 살아 번영하잔 말
뜻을 암시하는 힌트와 같은 한자, 속뜻만 알면 한자어 쉽게 느낄 것

"'애국가' 후렴구에 한자가 모두 몇 글자 들어가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왜 한자를 배워야 하느냐'는 질문에 성균관대 문과대학장인 전광진(全廣鎭·59) 중문학과 교수가 갑자기 되물었다. 찬찬히 생각해 봤다. '無窮花 三千里 華麗江山, 大韓사람 大韓으로 길이 保全하세.' 24글자 중에서 16글자가 한자다. 한자를 모른다면 국가(國歌)의 내용이 무슨 의미인지도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하느님이 보우(保佑)하사 우리나라 만세(萬歲)'에서 '만세'가 무슨 뜻인지조차 대부분의 학생이 모르고 있습니다." '오래도록 살아 번영한다'는 의미를 알지 못한 채 그저 "파이팅하자는 뜻 아니에요?"라는 반응을 보인다는 것이다.

"숟가락질(한글)·젓가락질(한자) 함께 배워야"

다들 '한자 문맹(文盲)'을 개탄(慨歎)만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 교수는 적극적인 한자 대중 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드문 학자다. 한자라는 문자가 이미 그 자체로서 뜻을 암시하는 '힌트'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 착안, 2006년 'LBH(Learning by Hint) 학습법'을 개발했다. 예를 들어 '해일(海溢)'이란 단어에 대해 기존 사전은 '바다 속의 지각변동이나 해상의 기상 변화에 의하여 바닷물이 갑자기 크게 일어나서 육지로 넘쳐 들어오는 일'이라고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LBH 학습법은 이 말이 '바다 해(海)' '넘칠 일(溢)'이라는 것을 일깨워 '바닷물(해·海)이 넘침(일·溢)'이란 뜻을 알게 한다.

   

전광진 교수는 “한자가 지니고 있는 ‘힌트’를 통해 한자어의 의미를 파악하면 이해력·사고력·창의력의 ‘3력(力) 효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남강호 기자 document.write(' ' + video_comment[0]);
그는 이 학습법을 적용한 '우리말 한자어 속뜻사전'(2007) '초중교과 속뜻학습 국어사전'(2010) '선생님 한자책'(2013) 등을 출간했다. '속뜻사전'은 출간 이후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사전 부문 1위까지 올랐고, '속뜻학습 국어사전'은 현재 전국 30여개 학교에서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그는 한자 교육을 '젓가락질 교육'에 비유했다. 아기는 젖을 떼고 이유식을 먹을 때 숟가락질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좀 더 큰 뒤에 젓가락질을 배우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숟가락만 쓴다면 먹을 수야 있겠지만 너무나 불편하겠지요. 소리를 나타내는 표음(表音)문자인 한글과 의미를 나타내는 표의(表意)문자 한자를 같이 쓰는 것은, 수저를 함께 사용해서 제대로 식사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한자어는 알고 나면 오히려 쉽다"

전 교수는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문제점이 '한자를 가르치지 않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무슨 과목이든 새로운 우리말 어휘를 배울 때 그게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한 채 영어 단어 암기하듯 무조건 외우기만 하니 공부가 어렵고 싫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말 중 전문용어의 90% 이상이 한자어라는 것을 도외시한 결과라는 것이다.

"과학 시간에 '뱀은 파충류, 개구리는 양서류'라고 배우지요. 그게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그냥 줄 쳐 가며 배우는 겁니다." '파충류(爬蟲類)'가 '땅을 기어(파·爬)다니는 벌레(충·蟲) 같은 무리(류·類)'이고, '양서류(兩棲類)'는 '땅과 물 양(兩)쪽에서 다 살(서·棲) 수 있는 무리(류·類)'라는 걸 알게 되면 그제야 무릎을 탁 치게 된다는 얘기다.

그는 "무슨 과목에 나오는 말이든 한자어는 알고 나면 쉬운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무슨 뜻이고 왜 그런지 속 시원하게 깨치게 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형광등(螢光燈)'이 '반딧불(형·螢)처럼 불빛(광·光)이 밝은 등(燈)'이고, '용수철(龍鬚鐵)'이 '용(龍)의 수염(수·鬚)처럼 꼬불꼬불한 쇠(철·鐵)줄'이라는 걸 알게 되면 어른들조차 "세상에, 그게 그런 뜻이었다니!"라며 함박웃음을 짓는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논어(論語)'의 마지막 문장을 인용했다. "'부지언(不知言)이면 무이지인야(無以知人也)'라 했습니다. '말을 알지 못하면 사람을 알 수 없다'는 뜻이지요. 한자를 몰라 우리말 어휘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면 도대체 타인을 어떻게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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