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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의 내 인생의 책](1) 논어 - 정치적 어려움을 이겨낸 ‘주문’|

 [이재오의 내 인생의 책](1) 논어 - 정치적 어려움을 이겨낸 ‘주문’

경향신문 이재오 국회의원 2015.07.19


▲ 논어 l 공자


나는 어렸을 때 고향에서 작은형님을 따라 서당에 다녔다. 흥이 날 때는 어깨너머로 슬쩍 들여다보다가 기분이 내키지 않을 때는 슬그머니 빠져나와 놀았다. 서당이 파하면 형님과 같이 집에 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집에 오면 나는 형님에게 그날 서당에서 배운 한문을 다시 배웠다. 형님은 복습하는 것이고 나는 형님 말을 따라 외우는 것이었다. 형님이 서당에서 책 한 권을 다 배울 때마다 책거리 떡을 해먹었는데 그 떡을 얻어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형님이 “공자 왈” 하면 나도 “공자 왈” 하면서 외운 책이 바로 공자의 <논어>였다. <천자문>부터 <논어>, <맹자>, <대학>까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귀동냥한 셈이다.

내가 <논어>를 다시 읽은 것은 1972년 10월 유신이 나고 유신 반대시위 주동 혐의, 말하자면 내란음모 혐의로 첫 옥살이를 시작했을 때였다. 엄혹한 시절이라 옥중에 사회과학서적을 읽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고 종교 서적이나 한문 고서 정도나 겨우 볼 수 있었을 때였다. 나는 면회 온 아내에게 집에 있는 <논어>를 보내 달라고 했다. 감옥에서 <논어>를 읽으면서 인간의 도리, 정치의 본질, 지도자의 덕목 등을 다시 한번 마음속에 되새길 수 있었다. 아마 <논어>를 읽은 인구가 아시아에서 10억명은 넘을 것이다. <논어>의 자구 하나하나 달달 외우듯 한 사람도 수억명은 될 것이다. <논어>는 적어도 아시아에서는 고전이며 진리이다.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온 不亦君子乎).” <논어> 첫머리에 나오는 이 구절은 내가 정치를 하면서 어려움이 찾아올 때마다 주문처럼 외웠던 것이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노여워하지 않으니 참으로 군자가 아니겠는가.” 해석의 차이는 있으나 이런 뜻이다. 지금도 가끔 <논어> 구절이 주문처럼 외워질 때가 있다. 나는 다섯 번 감옥살이를 할 때마다 항상 공자의 <논어>를 끼고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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