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연구자료
관련기사

관련기사|

한자(漢字)를 알면 열 자를 깨친다 - 디지트뉴스 2013.08.12|

[칼럼]한자(漢字)를 알면 열 자를 깨친다.
디지트뉴스 (2013.08.12)

한·중·일 3국의 정치인·지식인의 모임인 ‘30인회’가 지난 7월 초, 한·중·일 공용 상용한자 800자를 선정, 발표했다. 그동안 동아시아의 한문문화권 국가인 한국·중국·대만·일본 등에서 사용하는 한자가 서로 차이가 있어, 한자 통일운동의 일환이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 중국의 인민대학, 일본의 교토대학이 중심이 돼 일본의 교육용 기초한자 1,006자와 중국의 상용한자 2,500자 중 겹치는 한자 995개를 뽑아내고, 이를 한국의 기본한자 900자와 대조해 최종적으로 공통 상용한자 800자를 도출해냈다.

천자문이 있는데 따로 800자를 도출한 이유는 옛날에 만든 천자문에는 어려운 글자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봄 춘(春)’ ‘북녘 북(北)’처럼 생활 속에서 아주 흔하게 쓰는 글자는 빠져 있다. 800자는 한·중·일 3국이 실제 자주 쓰는 실용적 글자를 뽑았다.

한·중·일 공용한자 800자 선정과 문화협력 기대

오늘날 한국은 한자의 원형을 거의 그대로 쓰고 있지만, 일본은 약자체(略字體)를, 중국은 대폭 간략화한 간체자(簡體字)를 사용함으로써 소통에 불편을 겪고 있다. 무엇보다 동북아 지역 국가 간 인적·경제적 교류가 깊어지고, 협력과 공존이 절실해지면서 한자의 중요성은 종전보다 더욱 강조되고 있다. 한자 사용 인구는 영어 인구보다 많다.

중국은 1958년 문자개혁을 단행해 필획(筆劃)을 간편하게 줄인 ‘간체자’를 2,200자 만들어 쓰고 있다. 80%나 되는 문맹률을 낮추고자 좀 더 쉬운 한자를 보급하기 위해 간체자를 만들게 됐다고 한다. 실제로 번체자를 손으로 쓰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보다 간체자가 훨씬 쉽고 빠른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중국을 여행하다 보면 조선족 자치지역이 많은 ‘동북 3성’(지린 성·랴오닝 성·헤이룽장 성)은 도로표지 및 상점 간판이 우리 한글을 위에, 한자를 아래 표기해서 보고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적다.

그러나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 등 기타 지역은 간판이 간체자로 돼 있어 읽고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 한·중·일 3국은 앞으로 정자(正字), 간자(簡字), 약자(略字)로 나뉜 한자를 정리·통합하면서 서로 다르게 쓰이는 각국의 한자어도 모두 통합하기로 했다.

3국의 젊은이가 800자의 공용한자를 익히게 되면 어느 정도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는 지적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한·중·일 한자문화권이 세계 경제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자가 통일되면 국가 간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한·중·일 3국 공통 상용한자 800자 선언’은 단순히 글자 800자를 선언한 게 아니라 한자 문화권을 선언했다고 볼 수 있다.


초등학교 한자교육 고려해볼 일이다

1970년, 한글 전용화 정책으로 한자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사라진 지 40년이 넘었다. 서울 시내 초·중학교에서 교과서 수록 어휘를 중심으로 한 한자교육이 올해 2학기부터 자율적으로 시행된다.

퇴직교원이나 한문 전공 임용 예정 교원, 민간 자격 소지자, 학부모 등 재능기부자들이 방과 후 희망 학생을 모아 가르치는 방식이다. 예컨대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삼각형'(三角形), '정사각형'(正四角形) 등의 단어가 각각 어떤 의미의 한자로 구성돼 있는지 알려주는 식이다.

현재 초등학교는 창의체험활동 시간에 학교장 재량으로 한자교육을 가르치고, 중·고교에선 선택과목이다. 수능에서는 제2외국어 영역 한문과목으로 겨우 10여%만 선택한다. 북한은 우리 초등학교 5학년에 해당하는 고등중학 1학년부터 3,000자를 가르친다.

사실 학부모들은 이미 한자 공부가 자녀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익히 잘 알고있다. 사람의 뇌에는, 논리적 사고인 좌뇌와 감성적 정서를 맡은 우뇌가 있다. 그런데 사람의 뇌는 주로 10세까지 많은 정보를 흡수한다.

그러므로 어학은 어릴 때 가르쳐야 효과가 높다는 걸 누구나 다 잘 알고있다. 한자공부도 마찬가지다. 한자에 있는 그림적인 요소와 그 속에 담긴 뜻이 좌뇌 우뇌를 동시에 계발한다. 한자를 익히면 어른스러워지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대부분 선생님도 한자교육이 어휘력과 사고력을 키워준다는 데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런 교육 현장 수요를 타고 어린이 한자 학습서는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공인 한자 급수시험만 7개, 한 해 응시자 150만 명 중 60%가 초등생이다.

서울교육청의 초등학교 한자교육 정책에 대해, 한글단체 등에서는 우리 말 쓰기를 주장하며 반대해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한자교육 반대론자들은 한글교육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문이 수능의 중요 과목이 아닌 이상 영어·수학처럼 사교육비가 많이 늘어날 리 없다. 일주일에 한두 시간 정도 시간을 내어 기초한자(중학교 900자, 고등학교 900자)를 익히는 것은 별 부담이 안 된다.

<사진> 서당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김홍도의 서당도.


글 생성 원리 함께 익히는 한자 학습이 중요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어로 이뤄져 있다. 특히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배워야 하는 어휘량이 저학년보다 급증한다. 학교공부를 효율적으로 익히기 위해서도 한자 공부가 필수적이다.

초등학교 국어책의 55%, 의학·철학 같은 전문용어의 95%가 한자어다. 한글은 같아도 한자에 따라 뜻이 전혀 다른 동음이의가 수두룩하다. 예를 들어 윤봉길 의사(義士)가 ‘의로울 의, 선비 사’로 ‘의로운 선비’라는 뜻을 알게 된다면,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醫師)’와는 다른 뜻임을 금방 파악할 수 있다. 판사(判事) 등 전문직을 뜻할 때는 일반적으로 사(事)를 쓴다.

사전에 ‘사기’라는 한자어가 27개가 실려 있다. 기세를 뜻하는 사기(士氣), 남을 속이는 사기(詐欺), 사기그릇인 사기(沙器), 역사를 알리는 사기(史記) 책, 회사 깃발의 사기(社旗) 등 한자를 모르고선 어휘력과 국어실력을 갈고닦기 어려운 경우가 허다하다.

어휘력 부족은 국어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다. 수학이나 과학 교과서의 대부분 핵심 용어가 한자어로 되어 있다. 수학 시간에 나오는 ‘산포도(散布度)’ 역시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 용어가 들어가 있는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산포도는 ‘도수 분포의 모양을 조사할 때 변량의 흩어져있는 정도를 가리키는 값’으로 사전에 정의돼있다. 하지만 ‘흩어질 산, 펼쳐질 포, 정도 도’로 풀어서 속뜻을 안다면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문제 이해력을 높여 성적을 잘 받기 위해선 한자공부가 필요하다. 이해가 아닌 암기식 공부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국어뿐 아니라 수학, 과학에서도 한자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한자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학생들은 학교 공부에 흥미를 잃기 쉽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들이 학교 공부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알고 보면 언어에 대한 친화 정도에 따른 결과로 볼 수 있다.





<사진> 각종 한자공부학습서.


한자교육은 우리 어문교육과 문화 전승을 위해서도 불가피

물론 한자교육을 강화한다고 우리말과 글을 아름답게 가꾸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한글은 자랑스러운 우리 민족의 문자이고, 우리 모두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러나 국어의 상당수 어휘가 한자어이고, 한글만으로 표기했을 때 이해하기 어렵거나 동음이의어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젊은이나 청소년들이 기초적인 한자습득 능력을 갖추면 본인들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 한자교육은 우리 어문교육과 문화 전승을 위해서도 불가피한 일이다.

요즘 젊은이들은 한자 문맹이 대부분이다. 영어 조기교육도 중요하지만, 한자교육 역시 절대 내버려둬선 안 된다. 한자 학습은 일반적으로 중·고등학교보다 학습량이 적은 초등학교시기에 집중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고 좋다.

또 교과 내용이 심화하기 전에 한자를 미리 익혀둔다면 고학년이나 상급학교에 진학해 교과서나 시험 지문을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한자가 어린이를 천재로 만든다”는 말이 있다. 한자공부는 어린이의 두뇌를 계발한다. 이해력과 어휘력 등 언어능력을 탄탄하게 다지기 위해서는 국어의 바탕이 되는 한자를 공부해야 한다.

한자를 배우면 공부가 쉬어진다. 한자를 알아야 교과서가 보인다. 한자교육이 초등학교부터 정규시간에 이루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한자교육이 다시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오늘 우리사회의 시대적 요구다.

세계사에서 차지하는 아시아의 위상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는 21세기에는 영어 못지않게 한자도 개인 및 국가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다. 문화의 융합을 강조하는 21세기, 한문을 모르면 선진 문화시민이 될 수가 없는 시대가 지금 다가오고 있다.

초등학교에서의 한문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한숭동의 슬로스쿨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수 작성일
520 [로버트 김 칼럼] 박대통령의 혜안에 감사하면서-뉴데일리안 2013... 어문정책관리자 2725 2013.12.31
519 롯데마트 직원 승진시험 한·중·일 공용한자 출제-중앙일보 2013.. 어문정책관리자 2791 2013.12.31
518 한글과 한자를 조화롭게 가르쳐야 한다 - 중부매일 2013.07.11. 어문정책관리자 2732 2013.12.31
517 동아시아권 소통을 위한 한자 교육 - 중앙일보 2013.07.30 어문정책관리자 2575 2013.12.31
516 인명용 한자 유감 - 한경에세이 2013.07.31 어문정책관리자 2798 2013.12.31
515 초·중·고 교과서에 ‘한자 병용’ 30여년만에 부활 - 이투데이 .. 어문정책관리자 2626 2013.12.31
514 김정일의 한글전용, 北주민 우민화(愚民化) 정책의 일환 - 조갑제닷컴.. 어문정책관리자 2747 2013.12.31
513 [漢字, 세상을 말하다] 繁簡[번간] - 중앙일보 2013.08.05 어문정책관리자 2772 2013.12.31
512 서울시내 초중학교, 2학기부터 漢字교육 본격화 - 뉴시스 2013.0.. 어문정책관리자 2635 2013.12.31
한자(漢字)를 알면 열 자를 깨친다 - 디지트뉴스 2013.08.12 어문정책관리자 2793 2013.12.31
510 초중교용 한자 어휘 1980개 새로 만들었다 - 뉴시스 2013.08.. 어문정책관리자 2655 2013.12.31
509 한자교육은 인격완성과 정서순화의 지름길이다 - 창원일보 2013.08.. 어문정책관리자 2684 2013.12.31
508 도로표지판, 한자 병기를 - 인천일보 2013.08.27. 어문정책관리자 2702 2013.12.31
507 한과 한; 무슨 한을 쓸 것인가? - 국제신문 2013.08.28. 어문정책관리자 2626 2013.12.31
506 中교육부 ‘통용규범한자표’ 발표…총 8천105자 - 연합뉴스 2013.. 어문정책관리자 2811 2013.12.31
505 두산, 잡페어 경영진 총출동.. 한자활용 능력 평가 - 이데일리 뉴스.. 어문정책관리자 2609 2013.12.31
504 한자어의 뜻 알면 수학도 쉬워져요 - 소년한국일보 2013.09.01. 어문정책관리자 2717 2013.12.31
503 한중일한자시험 응시 뜨겁고, 필요성 절실해 응시 - 한국일보 2013.. 어문정책관리자 2796 2013.12.31
502 중국어·일본어 못해도…한자 좀 쓰니 美女가 따라오더라 - 조선일보.. 어문정책관리자 2760 2013.12.31
501 공용한자 800자, 한·중·일 발전 디딤돌 - 중앙일보 2013... 어문정책관리자 2754 2013.12.31
후원 :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사)한국어문회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 (사)전통문화연구회 l 사무주관 : (사)전통문화연구회
CopyRight Since 2013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All Rights Reserved.
110-707.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4-6 낙원빌딩 507호 (전통문화연구회 사무실 내) l 전화 : 02)762.8401 l 전송 : 02)747-0083 l 전자우편 : juntong@juntong.or.kr

CopyRight Since 2001-2011 WEBARTY.COM All Rights RESERVED. / Skin By Weba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