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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文字여건의 가장 理想國|


[한글+漢字의 敎育政策①]
祖國 先進化의 지름길
한국은 文字여건의 가장 理想國

경제풍월 2016.03.28


글/ 陳泰夏(진태하 仁濟大學校 碩座敎授,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이사장)



1. 현대사회에 있어 言語의 중요성

약 2천 년 전에 이미 우리나라를 포함한 中國 각 지방의 방언을 수집하여 『方言』이란 저서를 남긴 前漢의 揚雄은 ‘言心聲也, 書心畵也’ 곧 말은 마음의 소리요, 글씨는 마음의 그림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시대를 더 올라가 약 2,500년 전 인류의 스승인 孔子는 論語의 마지막 구절에서 ‘不知言, 無以知人也’ 곧 말을 모르면 사람을 모른다고 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끝을 맺었다.
이처럼 인간사회에 있어서 言語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인간이 弱肉强食으로 존립을 다투던 뭇짐승들의 틈바구니에서 승자가 되어 오늘날의 榮華를 누리게 된 것은 무엇보다도 言語를 소유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말을 한마디로 ‘思考의 表現’이라고 정의한다. 뭇 동물 중에 인간만이 思考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이다. 그러나 인간의 思考가 그저 思考하는 것으로 그쳤다면 인류는 일찍이 종말을 고했을 것이다. 사고에 그치지 않고 音聲을 매개체로 하여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수단을 創出해냄으로써 인간이 인간다워졌고, 나아가 만물을 營爲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더구나 현대사회에 있어서 言語는 단순히 사고의 表現에 그치지 않고, 도리어 言語가 인간의 思考를 지배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 인간은 言語로써 存在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말해서 言語가 없는 인간은 죽음을 뜻한다.
無形의 음성언어를 有形化한 文字가 현대사회에서 가지는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21세기는 컴퓨터 시대라 말할 수 있는데, 이는 곧 文字의 시대인 것이다. 春園은 일찍이 文字를 하나 더 아는 것은 눈을 하나 더 가진 것과 같다고 文字의 重要性을 언급한 바 있다.

2. 表意文字와 表音文字의 長短點

먼저 表意文字와 表音文字의 차이점을 살펴보면, 字形의 簡潔, 字數의 多少, 學習의 難易 등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근본적인 차이점을 들면, 표의문자는 每字마다 形·音·義를 갖추고 있는 데 대하여, 표음문자는 形·音만 가지고 있을 뿐, 義를 갖추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표의문자인 漢字의 ‘天’자는 그 字形과 더불어 ‘천’이라는 字音과 ‘하늘’이라는 ‘字義’를 모두 익혀야 하지만, 표음문자인 한글의 ‘ㄱ’字나 로마字인 ‘k’字는 字形과 字音만을 익히면 된다. 다시 말해서 ‘ㄱ’이나 ‘k’의 字義는 없기 때문에 그 뜻을 익힐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두 文字의 長短點을 學習面만으로 비교한다면 形·音·義의 三要素를 가지고 있는 表意文字는 學習하기 어렵고, 形·音의 二要素만을 가지고 있는 表音文字는 학습하기 쉬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더구나 字形의 다소를 비교한다면, 漢字의 字數는 死字까지 합쳐서 60,000餘字나 되고, 우리나라에서 정한 敎育用 漢字만도 1,800字가 되지만, 한글은 불과 28字母(현재 실제 사용하는 字母는 40字母)에 불과하니 字形의 학습상 難易度의 차이는 말할 수 없이 크다. 여기서 漢字의 數는 글자의 수가 아니라, 실은 單語의 數라는 것을 고려하여야 한다. 표음문자의 경우는 단어를 별도로 익혀야 한다.
文字는 學習面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중요한 것은 그의 活用面이다. 文字의 活用에는 時間性과 空間性을 중요시해야 되는데, 표의문자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적게 받는 데 대하여, 표음문자는 그 제약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면 漢字는 약 3,400년 전 殷代의 ‘甲骨文’도 오늘날 해독할 수 있는데, 표음문자인 로마字는 불과 400년 전의 셰익스피어의 原作을 英國人들도 해독하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가 읽는 셰익스피어의 作品은 現代 英語로 바꾸어 놓은 것이다. 우리 한글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世宗聖王 당시의 한글 文獻을 일반인들로서는 잘 해독할 수 없음이 사실이다. 그것은 당시의 音韻이 몇 백 년 사이에 크게 변천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表音文字로써 기록된 문헌이 몇 천 년 경과된다고 하면, 거의 解讀이 불가능할 것이다.
또한 空間性에 있어서도 中國의 境遇를 보면, 方言의 차이가 심해서 音聲言語로는 北京語와 南語 사이에는 심지어 ‘밥 먹다’라는 말도 통하지 않지만, 표의문자인 漢字로는 어디에서도 능히 뜻을 통할 수 있다. 그러나 表音文字의 경우는 공간성의 제약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면 濟州道의 사투리를 들리는 대로 ‘세벤주롱다’, ‘멘도롱다’로 적어 놓을 때, 육지 사람들은 읽을 수는 있어도, 그 뜻을 알 수가 없을 것이다. 이 때 표음문자는 문자로서의 구실을 상실한다.
이처럼 表意文字와 表音文字의 장단점이 학습 면에서 활용 면에 이르게 되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그러므로 문자 자체에 있어서는 長點만을 갖춘 문자는 없다. 文字의 학습 면만을 보고 表音文字가 優秀하다고 주장한다든지, 활용 면만을 보고 表意文字가 우수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두 偏見이다. 한 마디로 말해서 어떤 문자도 理想的인 문자는 없으며, 一長一短이 있다.
이상으로 살펴본 바와 같이 장점만을 갖춘 理想的인 文字는 없으나, 그 活用與件에서 문자의 理想國은 있을 수 있으니, 그러한 여건을 갖추고 있는 나라가 세계에서도 우리 韓國이라는 사실을 새로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곧 필요에 따라 표음문자인 한글로 써야 할 때는 한글로 쓰고, 한글과 漢字를 善用(國漢文 混用이라는 말은 옳지 않음)해야 할 때는 한자를 적절히 善用해서 쓴다면, 兩種 文字의 長點만을 취해서 쓰는 결과가 되어, 문자 활용의 理想國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문자 활용 여건이 표면상 우리와 비슷한 나라에 日本이 있지만, 일본의 ‘가나(假名)’字는 表音이 극히 제한된 音節文字(syllabic writing)일 뿐만 아니라, ‘가나’만으로는 文字의 구실을 할 수 없고 반드시 漢字와 더불어 써야 하며, 漢字의 音도 일정치 않기 때문에, 韓國의 여건과는 비교가 될 수 없을 만큼 불편하다. 西洋의 학자들이 日本文字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글자’라고 한다는 것이다.(배성옥 : 밖에서 본 우리말 우리글)
그러므로 우리 韓國은 世界에서 唯一하게 오랜 옛날부터 자연스럽게 表意文字 중에서도 가장 발달한 漢字와 表音文字 중에서도 가장 과학적으로 창제된 한글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에, 문자 활용 여건에 있어서 最理想國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새삼 美國이나 英國에서 표의문자의 장점을 겸비하기 위하여 全國民이 漢字를 배워 쓴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며, 또한 中國에서 表音文字의 장점을 겸비하기 위하여 全國民이 한글이나 로마자를 배워 쓴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지만, 우리 韓國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자연스럽게 漢字와 한글을 겸비하고 있음은 참으로 神秘롭고 복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상의 서술을 一目瞭然하게 圖示하면 다음과 같다.



3. 韓國은 문자여건의 「最理想國」

우리말 곧 國語의 개념이 일반 언중은 물론 지식층에서도 혼란되고 있음은 祖國光復 이후 근래의 현상이다.
實例를 들면 ‘아버지, 나라, 집’은 우리말이고, 이것을 ‘부친, 국가, 가옥’이라고 하면 우리말이 아니라, 漢字語로서 中國語이거나, 中國에서 들어온 外來語라고 잘못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다른 일부에서는 ‘부친, 국가, 가옥’을 한글로 쓰면 우리말이지만, 漢字로 ‘父親, 國家, 家屋’이라고 쓰면 중국말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시 말해서 한글로만 쓸 수 있는 말만이 ‘우리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잘못된 國語觀은 광복 이전까지는 전연 없던 현상이다. 조국이 日帝의 한국어 抹殺政策에서 光復을 맞이하자, 이른바 한글전용 정책이 일부 극단론자들에 의하여 광복의 환희와 흥분 속에서 似而非 애국심으로 遁甲하면서 일어난 현상이다.
또한 여기에는 동양의 전통문화와 사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漢字를 뿌리 뽑고, 로마자를 移植시키려는 白人種 優越主義의 먼 陰謀가 이면에 합류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더구나 당시 文敎部 편수국장의 자리에 있던 崔鉉培씨의 남다른 발상으로써 ‘비행기’를 ‘날틀’, ‘학교’를 ‘배움집’, ‘자외선’을 ‘넘보라살’ 등으로 新造語를 만들어 이 땅에서 근본적으로 漢字를 말살하려고 했던 극단주의가 앞에서 언급한 사이비 애국운동으로 誤認되었던 시기에 한글로만 쓸 수 있는 말이 곧 ‘우리말’이요, ‘국어’라는 개념의 混亂이 발생하게 된 것이다.
우리말의 70% 이상의 어휘가 漢字語로 바탕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용어를 벗어나, 槪念語 곧 知識用語에 이르면 거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漢字語를 모두 고유한 우리의 어휘로 바꿀 수도 없을 뿐더러 일반 언중들이 그 일부의 新造語조차도 수용을 허락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금까지 반세기여의 跛行的인 한글전용 정책은 국어생활을 破壞하는 毒素政策이 되고 말았다.
그 결과 오늘날 우리나라 젊은이들을 모두 半文盲으로 轉落시켜 버린 것이다. 이 나라 知性의 先鋒인 대학생들이 제나라 글로 찍혀 나오는 그 날의 大衆新聞을 읽지 못하고, 原典이 아닌 우리말로 된 敎材(國漢文混用 敎材)를 읽지 못하는 현상은 일류문화 역사상 그 類例를 찾아볼 수 없는 일이 지금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전국 대학 도서관의 책들이 읽을 학생들이 없어서 거의 死藏되어 있는 현실은 可恐할 사실이다.
참으로 痛嘆하지 않을 수 없는 민족 문화의 危機에 처해 있다. 이러한 현상이 앞으로 10년만 더 지속된다면 한국 문화는 반드시 暗黑期로 墜落하게 될 것이다. 더욱 통탄할 일은 이러한 문화 危機의 현실을 爲政當局의 누구 하나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우리나라 經濟의 하락은 단순히 경제정책의 失敗에서 초래된 것이 아니다. 반세기 동안 文字政策 실패로 인하여 知識産業時代에 있어서 그 경쟁력을 喪失한 데에 근본원인이 있다. 책을 읽지 못하고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이 세계무대에서는 물론 국내 어디에서 지식을 바탕으로 한 創意性을 發揮하며 경쟁할 수 있을 것인가.
그러므로 경제 復活은 外債를 좀 더 끌어들이는 근시적, 일시적인 彌縫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식산업의 役軍을 養成할 수 있는 문자정책의 적극적인 改革에 있다고 강조하는 바이다. 얼른 생각하면 문자정책과 경제정책은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오늘날 지식산업사회에 있어서는 卓越한 文字政策이 바로 그 源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지구상의 어떤 文字도 長點만을 갖춘 理想的인 文字는 없다. 그러나 漢字가 한글을 만남으로써 마치 돼지고기가 김치와 잘 어울리듯이 그 短點을 상호 보완할 수 있는 理想的인 文字活用의 여건을 갖추게 된 것이 세계에서도 유일하게 우리 韓國이라는 자랑스러운 사실이다. 곧 한글과 漢字는 相互補完의 文字이지, 결코 하나를 제거해야 하는 對立的인 文字가 아니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가장 과학적인 表音文字로서의 한글과 가장 발달한 表意文字로서의 漢字를 겸용함으로써 文字活用 여건에 있어서 最理想國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선 全國民이 깨달아야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表意文字인 漢字만을 쓰는 中國이나, 表音文字인 로마자만을 쓰는 美國의 文字生活에 있어서의 短點을 우리 韓國에서는 한글과 漢字를 겸용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西勢東漸에서 東勢西漸의 시대로 轉換하고 있는 21세기 漢字文化圈 時代의 중심국가인 韓·中·日 三國에 있어서 韓國은 그 主導權을 잡을 수 있는 文字生活의 여건을 가지고 있다.
韓國人들이 한글과 더불어 약 2,000字 정도의 漢字교육만 徹底히 한다면 日本人이 中國語를 배우는 것보다 더 쉽게 중국어를 익힐 수 있고, 中國人이 日本語를 배우는 것보다 더 쉽게 日本語를 익힐 수 있는 유리한 언어 여건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현실 여건에서 볼 때 영토나 인구·賦存資源으로는 中國을 도저히 능가할 수 없고, 경제대국으로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日本을 경제력으로는 능가할 수 없지만, 지식산업 競爭에 있어서는 그들을 凌駕할 수 있는 여건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 浮上하는 21세기 東北亞 時代에 있어서 韓國 경제의 살 길이 文字政策의 果敢한 改革에 있다고 주장하는 所以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계속) 

[본 기사는 월간 경제풍월 제199호 (2016년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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