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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는 북침”, 오해는 한자를 잘 몰라서…|

“6.25는 북침”, 오해는 한자를 잘 몰라서…

[분석] 북한이 침략해서 북침? "동족상잔의 비극"이 "좌편향 주장"으로 비화… "묵과하지 않겠다" 엄포도

미디어오늘 이재진기자 2015.10.27


기존 검정체제의 교과서가 좌편향됐다는 교육부의 주장 중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은 6. 25 전쟁을 "동족상잔의 비극"이라고 표현한 것을 두고 전쟁 책임이 남북 모두에게 있다는 오해의 소지를 준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0년 검정본인 미래엔 교과서에 "남의 장단에 놀아서 동포끼리 서로 살욕을 시작한 걸 생각하면 더욱 가슴이 어두워진다. 인민공화국에서 끊임없는 남침의 기획과 선전은 이미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고, 또 이미 실천을 통하여 분명히 되고 말았으니"라는 역사학자 김성칠의 '역사 앞에서'라는 글을 문제삼아 6.25 전쟁 책임이 남북 모두에게 있다는 오해의 소지의 자료라고 주장했다.

미래엔 교과서는 '주제 열기'라는 코너를 통해 "6.25 전쟁을 직접 체험한 역사학자 김성칠은 전쟁 당시 쓴 일기에서 북한의 남침으로 일어난 6.25 전쟁은 '남의 장단에 놀아난 동포들끼리의 살육'이라고 하면서 가슴 아파하였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왜, 어떻게 일어난 것일까"라고 설명했다.

6.25 전쟁이 남침임을 분명히했지만 교육부는 해당 내용은 6.25 전쟁이 남북공동책임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며 좌편향적이라고 주장했다. 흔히 6.25 전쟁의 아픔을 말할 때 쓰이는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표현이 전쟁의 책임을 교묘하게 남측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이 교욱부의 주장이다.

동족상잔의 비극은 일반 사람뿐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한 지도자들이 흔히 쓰는 표현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통령 후보 시절 ROTC 정무포럼에 참석해 "대한민국은 국토가 분단되고 6.25라는 동족상잔의 비극과 계속되는 안보위기 속에서도 국민의 땀과 눈물로 세계가 놀랄만한 발전과 기적을 이뤄냈다"고 말한 바 있다. 올해 3.1절 기념사를 통해서도 박 대통령은 "오랜 항일투쟁의 결과로 되찾은 독립의 기쁨을 채 누리기도 전에 남과 북으로 갈라져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고 분단국가로서 지금까지 군사적 대치와 긴장을 이어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25일 김을동 새누리당 최고위원도 "오늘로 동족상잔의 포화 속에 6.25 전쟁이 발발한지 65년이 됐다. 고귀한 목숨을 조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바친 호국영령의 넋을 기리고 참전용사의 노고와 애국정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 교육부 자료
 

이 같은 '동족상잔의 비극'이 남침을 교묘히 가린 표현이라는 주장으로 둔갑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 주목받지 못했지만 황교안 국무총리의 발언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황 총리는 지난 7월 국무총리 취임 한달을 맞아 영화 연평해전을 관람했다. 당시 황 총리는 20~30대 페이스북 친구들을 초청해 함께 영화를 보고 난 뒤 "6.25 전쟁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봤다. 이에 페이스북 친구가 "동족상잔의 비극"이라고 말하자 황 총리는 "6.25 전쟁의 정확한 정의는 북한이 우리나라를 침범해서 발생한 전쟁"이라며 "우리 청년들이 올바른 안보관, 그리고 역사관을 가지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표현 자체가 전쟁 책임을 가리고 있다는 인식을 황교안 총리가 드러낸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 2013년 6.25 전쟁이 누구때문인가라는 질문에 고교생 506명 중 69%가 '북침'이라고 답하자 박근혜 대통령이 "묵과하지 않겠다"고 한 발언과도 관련돼 있다.  

당시 서울신문은 입시전문회사와 함께 고교생을 대상으로 이메일을 통해 여론조사를 실시했고, 6.25 전쟁의 침략 주체를 묻는 질문에 ‘북침’, ‘남침’이라는 답변을 제시했다. 이에 고교생들이 남한의 북침을 뜻하는 "북침"이라고 대답하자 박 대통령이 발끈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학생들의 70%가 6.25를 북침이라고 한다는 것은 우리 교육이 잘못된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라며 "역사왜곡은 아이들이 가져야할 애국심을 흔드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박 대통령이 묵과할 수 없다고 하자 교욱부는 역사교육 정상화 방안 연구에 돌입했고 학교 현장에 '6.25는 남침'이라는 교육을 시키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하지만 이 같은 여론조사는 학생들이 남침과 북침을 헷갈려하면서 나온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학생들이 북침, 즉 북한의 침략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교육전문지인 희망교육이 곧바로 서울지역 학생 1499명을 대상으로 6.25 한국전쟁은 누가 일으켰나'라고 질문하고 답변 내용을 '북한이 한국전쟁을 일으켰다', '남한이 일으켰다'라고 제시하자 89.4%가 남침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헤프닝으로 볼 수 있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학생들이 잘못된 교육을 받아 6.25 전쟁 책임도 모른 채 '동족상잔 비극'으로 알고 있다는 식으로 매도됐다.

김동길 교수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한국의 국민교육의 기본이 전혀 돼 있지 않은데 그 위에 무슨 건물을 세워도 오래 가기는 어렵다"며 "박근혜 대통령도 분개했다지만, 한국 어린이들의 70%가 6.25는 북침으로 시작된 동족상잔의 비극이라고 알고 있다면 대한민국은 망하지 않고 오늘도 살아있는 그 자체가 기적이다. 어떤 놈들이 아이들을 이렇게 가르쳤는가? 정말 처절하다고 할 만큼 심각한 현실이다"라고 비난했다.

언론도 관련 여론조사를 언급하며 6.25 전쟁도 모르는 철모르는 학생을 만들어냈다. 2013년 KBS는 '끝나지 않은 전쟁 6.25'라는 리포트에서 "북침을 북한의 침략이라는 뜻으로 알고 있는 일부 청소년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으로 볼 수도 있지만 북침이란 말뜻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역사 교육이 부실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답변의 뜻을 잘 헤아리지 못했던  단순 해프닝을 역사교육의 부재로 연결시켜버린 것이다. 

박근혜 정부 입장에선 6.25 전쟁의 참상을 모르는 전후 세대들의 안보 의식이 잘못된 교육과 교과서 때문에 뒤떨어졌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말조차도 '왜곡'시키면서 국정교과서를 추진하는 것은 억지에 가깝다. 

박근혜 정부가 동족상잔의 비극이라는 말까지 문제 삼으며 6.25 전쟁 원인을 부각시키는 것은 전쟁의 성격을 정부의 입맛대로 기술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북에서 6.25 전쟁을 '민족 해방 전쟁'으로 규정하는 것처럼 '자유 수호 전쟁'으로 교과서에 기술해 못박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보수우파 매체인 뉴데일리는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6.25를 '동족상잔의 비극'으로만 해석하고 있다. 분명 6.25는 동족상잔의 비극이다. 같은 민족끼리 싸우고 죽였으니, 동족상잔의 비극인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6.25는 단순히 무가치한 비극이 아니다. 6.25는 갓 태어난 대한민국을 수호하기 위한 ‘자유 수호 전쟁’이었다. 한민족 5천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1948년 8월 ‘자유의 공화국’ 대한민국을 건국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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