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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전용이 옳다면 국정 교과서도 옳다|


[광남시론]한글전용이 옳다면 국정 교과서도 옳다

광남일보 金昌辰 草堂大 교양학부 교수 2015.10.02




 정부의 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반대 목소리가 높다. 반대 논리는 민주주의 사회는 다양성이 소중한데 국정 교과서는 교육을 획일화하니 잘못이라는 것이다. 정부가 민주주의 원리인 다양성을 말살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 옳은 이야기다. 그렇다면 똑같은 논리로 우리나라 어문정책에서 한글전용도 명백히 잘못된 일이다.

 한글전용은 문자를 하나만 쓰게 하는 획일화 정책이다. 漢字(한자)는 우리 韓民族(한민족)이 삼국시대 때부터 2천년간 써온 문자이다. 한자는 우리 한민족이 문화를 창조하고 역사를 기록하고 한국어를 풍부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준 고마운 문자이다. 그런 한자를 하루아침에 못 쓰게 쫓아내는 게 한글전용 정책이다. 이는 문자사용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획일화 정책으로서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는다. 한글전용은 한글 독재 정책이다.

 세종대왕은 문자사용에서 획일화를 바라지 않았다. '訓民正音(훈민정음) 御製序文(어제서문)'에서 세종대왕은 '愚民(우민)' 곧 '어리석은 백성'을 불쌍히 여겨서 훈민정음을 만들었다고 했다. 여기서 '愚民(우민)'은 당시 朝鮮(조선) 국민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愚民(우민)'은 당시 쓸 글자가 없던 피지배층을 가리킨다. 본디 '民(민)'은 피지배계층을 가리키는 한자이다.

  한자.한문을 배워서 쓰던 양반은 그 '愚民(우민)'에 들어가지 않는다. 당시 士大夫(사대부)는 한자`한문을 가지고 자기 뜻을 다 글로 적고 살았다. 하지만 常民(상민)은 자기 뜻을 적을 글자가 없어서 글을 쓰지 못했다. 바로 그런 불쌍한 常民(상민)을 위해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어준 것이다.

 따라서 세종대왕은 한자`한문을 배워서 쓰지 못하는 상민들만 훈민정음을 배워서 쓰라고 한 것이다. 한자`한문으로 글을 써오던 사대부들은 그대로 한자`한문을 쓰라는 것이 세종대왕의 뜻이었다. 그래서 세종대왕 당신도 그 전에 쓰던 대로 한자`한문을 계속해서 썼다. 이렇게 세종대왕은 문자사용에 다양성을 허용했다. 곧 양반은 한자.한문을 쓰고 상민과 부녀자들은 훈민정음을 쓰도록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세종대왕은 『龍飛御天歌(용비어천가)』는 한자와 훈민정음을 섞어 국한자혼용했다. 또 『月印千江之曲(월인천강지곡)』은 국한자병용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글전용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서 조선시대에는 조선인의 문자사용 방법이 다양했다. 한문, 국한자혼용, 국한자병용, 한글전용, 한문`한글 對譯(대역)의 다섯 가지 표기방법이 사용되었다. '諺解(언해)'라고 이름 붙은 책들도 순 한글이 아니라 국한자혼용이었다. 한글 편지도 이름은 대개 한자로 적었다. 조선왕조는 이렇게 표기방식이 다양했다.

 그런데 1948년, 이승만 대통령은 '한글전용법'을 만들었다. 정부가 다른 모든 표기는 하지 못하게 막고 한글 '하나만' 쓰도록 강제한 것이다. 이는 현재 정부가 국사 교과서를 다양한 검인정을 못 쓰게 막고 국정 교과서 '하나만' 쓰도록 강제하는 것과 똑같다. 그 뒤 朴正熙(박정희) 대통령이 1972년에 시월유신을 단행하면서 동시에 한글전용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그 뒤 1988년에 한겨레신문이 창간호부터 한글전용했고, 점차 다른 신문들도 따라갔다. 거기에는 1995년에 만든 '국어기본법'이 한글전용을 강제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현재 한글전용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고교평준화도 찬성한다. 고교평준화 또한 획일화를 지향하는 정책이다. 그래서 張輝國(장휘국) 광주시 교육감은 자사고를 없애는 데 열심이다. 그렇다면 의문이 든다. 글자는 하나로 통일해야 하고, 고교도 하나로 통일해야 하는데, 왜 국사 교과서는 하나로 통일하면 안 되는가? '획일화'된 한글전용과 고교평준화를 찬성하는 사람들이 왜 갑자기 '획일화'가 나쁘다고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반대하는가? 만약에 '획일화'가 나빠서 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면, 똑같은 이유로 한글전용도 폐지하고 고교평준화도 폐지해야 마땅하지 않는가?

 결론이다. 교육에서 '다양성'이 소중하다면 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하지 말아야 한다. 동시에 한글전용도 폐지하고 고교평준화도 폐지해야 한다. 반대로 '획일화'가 옳아서 한글전용이 옳고 고교평준화가 옳다면, 똑같은 이유로 국사 교과서 국정화도 옳으니 해도 된다. '다양성'이든 '획일화'든 일관된 논리를 펴야 설득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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