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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교육이 '실패'한 이유 - 2013.05.25 조선일보 유석재 문화부|

"아빠, '여관'에서는 여자만 잠을 잘 수 있는 거야?"

'여관이 무엇이냐'는 아이 질문에 한 대학교수가 '잠을 자는 곳'이라고 대답하자, 아이가 이렇게 되물었다고 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답은 간단했다. "나그네 려(旅)에 객사 관(館)을 썼으니 여관은 여행 중에 묵는 집이야." 아이가 한자를 모르고, 그저 한글로 '여관'이라 쓰여 있으니 그런 답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을 경질한다'는 속보가 뜨면 인터넷에서는 '경질'이 검색어 1위에 오른다. '어떤 직위에 있는 사람을 갈아내고(迭) 다른 사람으로 바꾼다(更)'는 경질(更迭)의 뜻을 몰라 생기는 현상이다. '폐혜' '카드 결재' '유래 없는' 같은 잘못된 말을 검색하면, 이런 단어가 버젓이 들어 있는 문서가 수없이 뜬다. 이 중에는 학술 논문과 언론 기사도 수두룩하다. '폐해(弊害·폐단과 손해)' '카드 결제(決濟·거래 관계를 끝맺음)' '유례(類例·비슷한 예) 없는'으로 써야 맞지만, 소리 나는 대로, 짐작대로 단어를 쓴 것이다.

'제발 한자 교육 좀 강화하자'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 중 상당수는 "우리 고전을 해독할 수 없게 됐다" "인성 교육에 문제가 생긴다" "동북아 중심 시대에 이웃 중국·일본과 교류가 어려워진다"고 걱정한다. 그른 말은 아니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한자를 모르기 때문에 당장 우리가 지금 쓰고 있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체벌 금지' 범위가 어디까지냐는 문제를 놓고 정부와 일부 교육청, 일선 학교의 해석이 저마다 다르다. 만약 '체벌(體罰)'의 뜻이 '몸에 직접 고통을 주는 벌'이란 걸 좀 더 많은 교사와 학생이 알았더라도 이랬을까. 한 원로 의사는 "'임신부가 진통(陣痛)을 한다'고 할 때의 '진통'과 '통증을 가라앉히기 위해 진통(鎭痛) 주사를 놓으라'고 할 때의 '진통'을 구별하지 못하는 젊은 의사도 있다"고 푸념했다.

'내 자식만큼은 이런 불편을 겪지 않게 하겠다'는 사람들의 의지가 엿보이는 면도 없진 않다. 2009년 교육부 설문 조사 결과 학부모 중 초등학교 한자 교육에 찬성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무려 89.1%였다. '지금도 중학교부터는 한자를 가르치지 않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오래된 고전 문장을 가지고 가르칠 뿐, 현대 한국어에서 절실히 필요한 한자어의 속뜻은 찾기 어렵다. '한문'이라는 교과는 수능에서 '제2외국어'로 분류된다. 아이들에겐 한자가 정말 '낯선 외국어'다.

최근 '한자 교육 활성화를 위한 정책 토론회'(4월 16일)나 '어문 정책 정상화 촉구 국민대회'(5월 10일)에서 청중석을 가득 메운 사람은 대부분 6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30대 이하는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한글 전용화 정책으로 한자가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빠진 지 43년, 이제 한자가 젊은 층의 기피 대상이 됐다는 의미다. 근엄한 할아버지가 고서(古書) 펴 놓고 회초리를 들고 야단쳐 가며 손주들을 가르치는 이미지를 바꾸지 못한다면, '연애인(연예인)이 되고 싶어요' '인정 없는 세상이 상막(삭막)하다' 같은 말이 대세(大勢)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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