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실
연구자료
관련기사

관련기사|

이 땅에서 한자(漢字)가 소멸한 다음에는 어떤 사태가 야기될 것인가?|

이 땅에서 한자(漢字)가 소멸한 다음에는 어떤 사태가 야기될 것인가?

오지호(吳之湖) 선생의 적중한 예언

글 l 조갑제(趙甲濟) 조갑제닷컴대표


오지호(吳之湖)화백이 1971년에 쓴 ‘국어(國語)에 대한 중대(重大)한 오해’란 70쪽 남짓한 소책자는 67세에 쓴 글답지 않게 힘있는 내용이다. 필력(筆力)은 체력(體力)이기도 한데 그(1982년에 작고)의 글은 대단한 기백을 느끼게 한다. 그 힘은 그의 울분에서 우러나온 것 같다. 머리말은 이렇게 시작된다.

<다섯 손가락을 꼽을 수 있을까말까하는 다만 몇 사람 한글주의자의 그릇된 애국심이 화(禍)가 되어 지금 이 시각(時刻), 한 민족의 아들 딸들 모두가 일제히 멍청이가 되어가고있다는 이 무서운 현실을 보다 못하여 나는 여기 또 다시 이 글을 초(草)하는 것이다>
 
이 글은 한글전용론의 허구성을 언어학적으로, 또 문명사의 입장에서 정확히 지적한다. 이 책을 읽은 많은 사람들은 한글전용주의자들과의 논쟁에서 강력한 논리의 무기를 갖게 된다. 오지호(吳之湖)는 우리 국어(國語)가 한글로 표기될 수 있는 바람, 눈물, 하늘 같은 고유어(固有語)와 주로 고급 개념어가 많은 한자어(漢字語)로 구성되어 있음을 확실히 하여 한자가 결코 외국어가 아니라 국어의 일부임을 분명히 한다. 따라서 한글로써는 한자어의 발음부호를 달 수는 있지만 뜻을 제대로 전할 수 없으므로 한자의 도움을 받지 않은 국어(國語)는 언어가 아닌 소리, 또는 암호화한다고 밝힌다.
 
<국어에 있어서의 고유어와 한자어와의 관계는 척추동물에 있어서의 근육과 골격(骨格)과의 관계와 같다. 우리말은 한자어(漢字語)라는 골격을 얻음으로써 연체(軟體)동물에서 척추동물로 진화하였다. 그런 까닭으로, 우리 말에서 한자어를 제거하자는 말은 우리 몸에서 척추를 제거하자는 말과 같다>
 
본문이미지
2015년 8월 24일 충북 청주시 한국교원대에서 한자교육 공청회가 열린 가운데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를 찬성하는 시민단체와 반대하는 시민단체가 교내에서 각각 시위를 벌였다. /조선DB

오지호(吳之湖)는 우리 낱말 가운데 70%나 되는 한자어의 약80%는 동의동음어(異義同音語)이기 때문에 한글로 표기된 한자어는 그 뜻을 외울 수 없어 언어가 아니라 소리로 전락한다고 주장한다. 오지호(吳之湖)씨의 글이 설득력이 있는 것은 통계의 적절한 활용 덕분이다. 吳씨는 ‘우리나라의 한자 자전(字典)엔 한자음이 480여개가 있다. 이 자전에 수록된 한자가 1만3000여字이니 1音 평균 30자 가까운 동의동음자(異義同音字)가 있는 셈이 된다’고 썼다.
 
기자는 서울 종로 1가를 지나가다가 한 음식점의 간판에 ‘가연’이라 쓰여진 것을 보았다. 읽을 수는 있지만 그 뜻을 알 수는 없으니 이건 말이 아니라 소리이다. ‘가연(佳緣)’의 한글표기인 것 같은데 물론 확실하지는 않다. 이처럼 읽어서 그 의미가 그 자리에서 확실하게 전달되지 않는 언어는 암호이든지 소리에 불과하다는 것이 오지호(吳之湖)씨의 되풀이되는 주장이다. 한글의 한계를 분명히 한 오지호(吳之湖)씨는 한자의 위대성을 강조한다. ‘한자조어(漢字造語)의 만능성’이란 대목에서 吳씨는 이렇게 주장한다.
 
<그런데, 한자로는 이것을 완전무결하게 바꿔놓을 수 있다. Philosophy를 철학(哲學), Sociology를 사회학(社會學), Ethics를 윤리학(倫理學)으로 번역하였는데, 이것들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번역된 언어가 원어(原語)보다도 오히려 더 정확하게 그 어휘(語彙)가 갖는 개념을 표현하고 있다. 더 분명히 말하면, 언어 자체가 바로 그 언어의 정의(定義)다. 그런 까닭으로, 한자어휘는 한자(漢字)만 알면 물을 필요도 없고, 배울 필요도 없다.
 
이와 같이 한자는 
1. 그 의미의 정확성에 있어, 
2.그 의미해득(意味解得)의 자동성에 있어, 
3. 그 의미 인식의 신속성에 있어, 
4. 소수의 문자로 다수의 언어를 만들 수 있다는 그 경제성에 있어 인간이 문자에게 바랄 수 있는 최고의 이상(理想)을 완전히 실현하여준 문자(文字)다>
 
吳씨는 한자가 배우기 어렵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의(異義)를 제기한다. 
<영어는 우리나라에 있어 대학입시를 치르려면 단어 5천개는 알아야 하고, 구미(歐美)에 있어서 사회생활을 하자면 최소한 단어 1만 개가 필요하고, 학술을 연구하자면 단어 3,4만개는 있어야 하는데, 한자는 3천자 정도만 알면 족하다>
 
그 이유는 한자의 거의 무제한적인 조어(造語) 능력에 있다. 그는 ‘한자(漢字) 3천 자를 알게 되면 서로 연결하여 60만자를 불학이해(不學而解=배우지 않아도 안다)하게 된다’는 것이다. 吳씨는 한글전용을 주장한 정부가 인구조사(人口調査)라고 하면 될 것을 ‘센서스’라고 쓰고 있는 것을 지적하면서 ‘식민지가 인구조사결과를 미국이나 아라사(俄羅斯)에게 보고하려고 만든 것이면 모르되 국민들 절대다수가 모르는 외국어를 사용하였다는 것은 그 저의(底意)가 나변(奈邊)에 있는 것인가. 한자어를 사용하는 것은 사대사상이고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주체사상이라는 말인가?’라고 통박(痛駁)했다. 한자어를 추방한 그 자리에다가 영어를 가져와 쓰고 있는 오늘날의 허구적인 한글전용을 예언한 말이기도 하다. 이 소책자의 결론 부분에는 어두운 예언이 실려 있다. 이 대목을 기자는 희대(稀代)의 명문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면, 이 땅에서 한자가 깨끗이 소멸한 다음에는 어떤 사태가 야기(惹起)될 것인가. 
 
1.소수(少數)의 특수 지식인을 제외한 일반 국민은 언어능력의 원시화에 의한 사고능력의 퇴화로 말미암아 국민의 정신상태는 한자 수입 이전의 저급한 단계로 환원될 것이다. 젊은 세대에 있어서는 이와 같은 사태가 이미 진행중에 있다.

 
2. 학술을 연구하는 자는 필리핀이나 인도처럼 순전히 유럽어를 사용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그 결과 국민은 백인화(白人化)한 소수의 지식귀족과 한글밖에 모르는 다수의 원주민 저지식족(低知識族)의 두 가지 계층으로 나누어질 것이다. 
 
3. 우리의 민족문화는 황인문명(黃人文明)의 일환으로서 한자와 한자어를 바탕으로 생성하고 발전되어 왔다. 우리는 한자를 없앰으로써 이 강토에서 수천년 동안 연면(連綿)히 계속되어온 우리의 고유문화는 그 전통이 단절될 것이다. 그 불가피한 결과로서 국민의 생활감정과 사고방식은 외형적, 또 말초적 면에서 구미화(歐美化)할 것이다.
 
4. 아세아대륙의 10억의 황인종이 향유하고 있는 동양문화권으로부터 스스로 이탈함으로써 한민족은 천애무의(天涯無依)의 문화적 고아가 될 것이다>
 
한 세대 전의 이 예언은 상당 부분 적중하여 지금 우리 눈앞에서 진행중이다. 최고의 名文은 그 내용의 예언적인 능력으로 더욱 빛난다.


댓글 0

번호 제목 닉네임 조회수 작성일
후원 : (사)전국한자교육추진총연합회 (사)한국어문회 한자교육국민운동연합 (사)전통문화연구회 l 사무주관 : (사)전통문화연구회
CopyRight Since 2013 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All Rights Reserved.
110-707. 서울 종로구 낙원동 284-6 낙원빌딩 507호 (전통문화연구회 사무실 내) l 전화 : 02)762.8401 l 전송 : 02)747-0083 l 전자우편 : juntong@juntong.or.kr

CopyRight Since 2001-2011 WEBARTY.COM All Rights RESERVED. / Skin By Webar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