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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한자 輕視가 낳은 촌극 '좌회하세요'|

[발언대] 한자 輕視가 낳은 촌극 '좌회하세요'
조선일보 김정희 카이스트 서울캠퍼스 운영팀장 2015.12.22



김정희 카이스트 서울캠퍼스 운영팀장 사진
김정희 카이스트 서울캠퍼스 운영팀장
길을 다니다가 '우회하시오'라는 안내판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공사나 행사 때문에 기존 길을 이용할 수 없을 때 세워 놓는다. 나는 언젠가 대전의 한 공사장 앞에서 '좌회하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왼쪽으로 구부린 화살표를 그려 놓은 안내판을 보았다. '우회'를 우회전의 우회로 생각하고 '왼쪽으로 돌아가라'는 뜻에서 '좌회'라고 쓴 것이다. 그러나 '우회하시오'의 우회(迂回)는 '똑바로 갈 수 없으니 돌아서 가라'는 뜻이다. 우회전(右回轉)과는 다르다. 그때는 그저 누군가의 무지에서 비롯된 우스운 이야깃거리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 강원 홍천의 가리산을 오르다가 '좌회하세요'라는 안내판이 붙은 것을 보고 나니 상황이 상당히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글 전용제 도입은 글자를 읽을 줄은 알지만 낱말의 정확한 뜻은 모르는 반(半)문맹자를 양산했다. 급기야는 '우회하다'를 나름 응용해 '좌회하다'는 말까지 만들어냈다. 그들은 분명 '우회'의 본뜻을 몰랐을 것이다. 백화점에서 이메일로 보내오는 광고에도 웃어넘기기 힘든 표현들이 보인다. 상품 사진 아래에 '판매가'는 얼마, '최적가'는 얼마라고 써 놓았다. 이메일을 보낸 이는 '가장 낮은 가격'을 강조하고 싶었을 것이다. 당연히 '최저가'(最低價)라고 써야 할 것을 발음이 비슷한 '최적가'로 쓴 것이다. 이 밖에도 '결재'와 '결제', '재고'와 '제고', '지양'과 '지향' 등을 혼동해 잘못 쓰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한글만 강조한 결과 우리말이 살아나기는커녕 오히려 죽어가고 있는 사례들이다.

교육부는 학생들의 어휘력 향상을 위해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을 세웠다가 최근 결정 시한을 내년 말로 1년 연장했다. 한자 병기에 반대하는 논리도 만만치 않은 것은 안다. 하지만 낱말들을 뜻부터 제대로 알게 하려면 병기를 더는 늦출 일이 아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한글과 한자가 함께 쓰인 교과서를 통해 각 단어의 뜻을 더 정확히 이해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자와도 친해지게 해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조금씩 배우면 학생들의 부담도 분산될 것이다. 한글 전용을 주장하는 분들은 수백수천년 우리말로 굳어진 낱말의 이해를 돕고 어휘력 향상에도 도움 줄 한자 병기의 필요성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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