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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자가 아니다|

문제는 한자가 아니다                                                                                    일보  한수완 전라북도 의원  2016. 101.1 3

  
▲ 한완수 전라북도의회 의원
 



變)되어 새롭고 독특한 문화로 재창조된다. 모름지기 문화란 순수의 영역이 아니라 이질적 요소가 섞인 혼종성(混種性), 요샛말로 하면 융합과 복합의 영역인 것이다. 언어 역시 문화적 측면에서 이해하면 좀 더 유연한 시각을 견지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자병기를 둘러싸고 벌어진 ‘한글과 한자의 충돌’에서도 한자에 대한 문화적 시각이 빠져 있는 것 같아 아쉬운 점이 있다.

한글은 과학적이고 우수한 인류문화

사찰에 가면 칠성각(七星閣)이 있는 경우가 있다. 불교 정착과정에서 토속신앙과 접목된 것이다. 엄격한 교리를 지닌 불교가 사찰에 토속신앙적 요소를 수용하는 포용성이 없었다면 이 땅에서 존속할 수는 없었을 것이고, 한국 고유의 불교전통도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우리 민족의 문화도 전반적으로 보면 장제, 복식, 음식문화 등, 북방과 남방의 문화를 혼용하여 독특한 한민족 문화를 형성하고 발전시켜 왔다.

한자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비록 한자사용이 중국과의 정치적·문화적 주종관계로 인해 이 땅에서 오랜 기간 동안 지배적인 문자로 군림해왔던 태생적인 문제는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독창적인 우리만의 언어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자는 지배적 지위를 잃고 보조적 수단으로 자리하게 되었다. 우리말을 중심으로 한자를 병용함으로써 풍성한 어휘와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가 쓰는 숱한 개념어도 대부분 한자로 되어 있다. 한자가 뜻말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소리말인 한글로 개념어를 표현하자면 일일이 풀어 써야 하기 때문에 개념을 압축적으로 담아낼 수가 없다.

한글은 유네스코가 인정한 인류 문화자산이면서, 세계 언어학자들이 인정하는 우수한 언어다. 국어사전을 봐도 한글은 표기와 발음, 뜻, 이 세 가지가 전부 한글 하나만 가지고 설명될 정도로 과학적이다. 당연히 올곧게 보존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하지만 그 방법이 한자 배척이나 한자교육 위축이라는 데는 동의하기 어렵다.

우리의 말글을 해치는 문제는 다른 데 있다. 첫째, 지나친 국적 불명의 외래어 사용이다. 몰지각한 식자들 사이에서 또는 말초적인 대중문화에서 왜곡된 외래어 사용이 확산되는데, 원 뜻도 불분명하거니와 생각하는 것까지 그르치게 할 수 있다. 우리 말글을 해치는 가장 큰 해악이 아닐 수 없다.

두 번째는 과도한 한자사용이다. 한자를 우리 언어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자는 말과 상충되는 지적이 아니다. 우리말의 어휘와 표현을 풍성하게 하는 데 유익한 수단으로서 한자를 쓰는 것과 지나친 한자 남용은 다르다. 예컨대, 법률 용어에서 굳이 한글로 표현해도 의미전달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난해한 한자로 표현해서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

세 번째는 표준어정책의 폐해다. 언어는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문화다. 우리말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사투리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사물과 현상을 이래저래 표현하는 건 그 자체만으로 생명력을 지닌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언어에 일정한 표준이 있다는 전제 하에 이를 정책적으로 강요하는 것은 언어의 다양성과 생명력을 해치는 행위다.

언어 다양성·생명력 해치지 말아야

산에서 발원한 물이 바다로 흐르기까지 하천도 거치고 장강도 거치게 된다. 지금 우리가 쓰는 말글은 바다에 이른 물길과 같다. 우리말이 발원해서 21세기 한국의 언어문화라는 바다에 이르기까지 한자는 우리말 물줄기의 일부로 섞여 들어왔다. 문제는 한자가 아니라 물길로 흘러들어오는 오·폐수다.

△한완수 도의원은 임실군의장을 지냈고 제10대 전북도의회 윤리특위장·문화건설안전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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