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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한자와 공부|

[온누리] 한자와 공부

새전북신문 권승호 논설위원  2015.09.29


바보처럼 살았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근래에는 바보처럼 공부했었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젊은 날에 책을 많이 읽지 못하였었다는 후회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음에도 어렵고 재미없게 공부했다는 후회스러움에 가슴을 치기까지 한다. 책을 읽지 않은 것은 내 책임이지만 공부를 어렵게 하고 재미없게 한 것은 내 책임보다는 어른들, 특히 선생님들의 책임이 더 크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 탓이오’라고 생각하라고 가르치는 내가 선생님들을 탓하는 것은 한자를 이용하여 개념을 이해시키려는 선생님을 별로 만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륙’과 ‘착륙’이 헷갈려 괴로워했던 기억이 있다. ‘국경일’과 ‘공휴일’의 차이를 알지 못하면서도 당당하였던 부끄러운 기억도 있다. 3/4와 4/3을 놓고 무엇이 ‘진분수’이고 무엇이 ‘가분수’인지 고민하다가 연필을 부러뜨리기도 하였었고, ‘to 부정사’가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명사적 용법’ ‘형용사적 용법’을 노트에 적기 바빠했으며, ‘방정식’과 ‘항등식’의 개념에 대해서 알려 하지도 않고 암기한 공식에 맞추어서 문제만 풀어재낀 다음에 동그라미나 사선 그어대기에 분주하기도 하였었다. 공부는 재미없는 작업이었고 성적은 제자리걸음이었으며 꿈은 오그라들기만 하였었다.

‘떠날 이(離)’ ‘이별할 이(離)’ ‘땅 륙(陸)’ ‘붙을 착(着)’이라고만 말해주었어도 괴로움은 없었을 것이고, ‘나라 국(國)’ ‘경사스러울 경(慶)’ ‘날 일(日)’의 국경일(國慶日)이고, ‘여러 공(公)’ ‘쉴 휴(休)’ ‘날 일(日)’의 공휴일(公休日)인 것이라고 누군가가 귀띔해 주기만 하였어도 공부도 학교생활도 재미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선생이 되고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할 수 있었다. “분수(分數)는 ‘나눌 분(分)’ ‘숫자 수(數)’로 1보다 작은 숫자를 나타내기 위해 만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1보다 작으면 진짜 분수, 1보다 크면 거짓 분수이다. 1보다 작으면 ‘참 진(眞)’의 ‘진분수’인 것이고 1보다 크면 ‘거짓 가(假)’의 ‘가분수’인 것이야.”라고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셨더라면 삶도 공부도 재미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돋보기를 써야만 하는 지금에서야 하게 됨이 많이 안타깝다.

한자가 우리 글자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말고 한자를 이용하면 공부가 쉽다는 사실에만 의미를 부여하면 어떨까? 어렵다고 해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면 배워야 마땅하지 아니한가?



/권승호(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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