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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脈을 잇다] 시대 초월한 古典의 지혜… 딸들과 함께 전합니다|

[脈을 잇다] 시대 초월한 古典의 지혜… 딸들과 함께 전합니다

조선일보 문현웅기자 2014.12.17


-전주 漢文집안 김희경씨와 세 딸
한문교육과와 고전번역원 同門
엄마는 맹자에 감동해 직업 삼고 컬링선수였던 맏딸도 한문교사로

사업가 남편은 한자검정2급 실력 "한문 배울수록 '사람'을 알게 돼"

     

동아시아 문화권의 역사·철학·문학에서 한문 고서(古書)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한자와 한문을 모르면 선현(先賢)의 삶과 지혜를 제대로 읽어낼 수 없다. 그럼에도 배우는 사람은 급격히 줄고 있다. 10년 전인 2004년 2만8000명이 수능 한문에 응시했지만, 올해 수능에서는 7000명만이 택했다. 총 수험생 64만명의 1% 정도다.

이런 풍토에서 온 가족이 한자와 한문을 공부하고 가르치며 선조 지식의 맥을 잇는 집이 있다. 어머니와 세 딸 모두 전주대 한문교육과와 한국고전번역교육원 전주분원 동문인 김희경(55)·김여명(24)·김소명(23)·김고명(20)씨다.

 


	전주 한문 집안의 네 모녀. 왼쪽부터 막내 김고명, 둘째 김소명, 첫째 김여명, 그리고 어머니 김희경씨.
전주 한문 집안의 네 모녀. 왼쪽부터 막내 김고명, 둘째 김소명, 첫째 김여명, 그리고 어머니 김희경씨. /김영근 기자
엄마 김희경이 원래 한문을 좋아했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4년간 직장에 다니다가 학력 차별이 싫어 대학에 들어갔어요. 한문교육과는 취업이 잘된다기에 고른 거고요." 그러다 2학년 때 한문에 빠지게 됐다. "맹자(孟子)가 계기였어요. 호연지기(浩然之氣)에 감동했거든요." 대학 졸업 후 한문학원을 운영하면서 고전번역 공부를 병행했다. "무기는 설령 백 년 동안 쓸 일이 없다고 해도, 단 하루도 갖추지 않을 수 없다(兵可百年不用, 不可一日無備). 정약용의 목민심서에 나오는 글이지만, 당대뿐 아니라 현재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말이잖아요. 고전은 시대를 뛰어넘는 교훈을 갖고 있어요. 번역가로서 이런 지혜를 전해줄 수 있어서 행복해요." 그는 현재 호남고전문화연구원 번역위원이다.

맏딸 김여명은 컬링(curling) 선수였다. 중학교 때 시작해 국가대표가 됐고,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기도 했다. 하지만 고2 때 전북 고교 한자 경시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한문에도 관심이 많았고, 결국 한문을 진로로 택했다. "컬링에도 미련이 남아 대학 때도 국가대표로 뛰긴 했어요. 하지만 역시 한문을 해야겠더라고요. 고전을 공부할수록, 사람에 대해 깊이 이해되는 게 좋았어요." 여명씨는 지금 세종시에 있는 중학교 한문교사다.

동생 김소명·김고명은 아직 대학생이다. 둘 다 어머니와 언니를 보고 한문을 배우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했다. "우리 가족도 가족이지만, 어머니 학원에서 한문을 배우는 사람들을 가만히 보면 나날이 깊이가 달라지는 걸 느끼거든요.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이랄까요? 자연스럽게 나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막내 고명씨는 고교 시절 이과였음에도 대학은 한문교육과로 진학했다. 고전 번역가가 되고 싶다 한다. "전 오히려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고전 중에는 이학서(理學書)도 많잖아요. 특히 수학 문헌에 관심이 많아요. 이런 책들은 수학을 조금 더 배운 제가 더 잘 번역하지 않을까요?"

세 딸 모두 고전번역교육원 전주분원에서 성적 우수자로 장학금을 받으며 공부했다. "고전을 배우면서 저희가 얻은 게 많은데, 지원까지 받아 부끄럽네요. 책임감도 느껴지고요." 사업가인 남편 김준구(60)씨도 아내와 딸들 뜻에 따라 한자검정 2급 자격증까지 땄다.

김희경씨가 말했다. "가족이 다들 한문을 배우니, 남편도 따라오더라고요. 어느 가정에서나 부모부터 한문을 배우고 가르치면 다들 따르지 않겠어요? 그러면 '요즘 애들 한문 몰라 큰일'이라는 말도 사라질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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