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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용어 발전사, 우리 의학용어의 전망은|


의학용어 발전사, 우리 의학용어의 전망은 - 中에서

헬스로그 지제근(故서울대의대교수) 2014.12.29


우리말 의학용어의 기원인 한자(漢字)를 배척해서는 안된다.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유럽의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그들 언어의 기원인 라틴어를 필수로 배우는 것은 그것이 말을 배우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일반용어도 이렇거늘 전문학술용어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는 우리의 아름답고 자랑스러운 한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글은 과학을 기술하고 표현하기에 원천적 제한이 있다. 즉 한글은 학술용어에 관한 조어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다행이 우리 선조대부터 써오던 한자의 탁월한 조어력에 힘입어 의학용어를 터득할 수 있었고, 또 앞으로 한자를 이용하여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예컨대 trigeminal nerve는 삼차신경이다.

‘삼차(三叉)’를 한자로 아는 사람은 ‘trigeminal’의 뜻을 짐작할 수 있으나, 그 뜻을 모르거나 ‘삼차(三次)’로 잘못 아는사람은 이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해야 할 것이다. 또 몸속의 빈 공간을 의미하는 강(腔)을 알면 복강(腹腔, peritoneal cavity)이나 흉강(胸腔, thoracic cavity), 혹은 사강(死腔, dead space)의 의미를 쉽게 알 수 있으나 한자를 모르면 ‘강’자가 어렵게 느껴지고 따라서 ‘배안’이나 ‘가슴안’, 혹은 ‘죽은공간’ 등으로 바꾸자는 의견을 내게 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서양의학을 직수입하지 못하고 일본을 통하여, 그것도 식민지 통치기간에 집중적으로 거의 강제로 도입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한자의 종주국(宗主國)인 중국도 거의 완전히 일본에서 만든 용어를 수용한 이유와 과정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정도로 일본에서 만든 용어가 잘 되었고 한자를 기본으로 하였기 때문에 보편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는 한자용어=일본식용어 라는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일본이 한자문화권을 대표하여 이렇게 중요한 작업을 국가 주도로 수행한 것이고, 이런 과정을 통하여 한국, 중국, 일본이 같은 용어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대한해부학회를 중심으로 자신들의 해부학용어집 3판을 발행하면서 갑자기 이전의 1판, 2판에서 병기하던 한자를 완전히 배제 한 채 순수 한글화하는 작업을 모든 해부학용어에 일괄적으로 적용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용어를 바꾸면서 이행장치를 두지 않은 것도 혼란을 야기하기에 충분했다. 예컨대 견갑골에 있는 오훼돌기(烏喙突起, coracoid process)를 ‘부리돌기’, 상의세포(上衣細胞, ependymal cell)을 ‘뇌실막세포’, 등으로 바꾼 것은 수긍이 가지만 흉선(胸腺, thymus)을 ‘가슴샘’, 자궁경부(子宮頸部)를 ‘자궁목’, 삼각골(三角骨)을 ‘세모뼈’로 바꾼 것 등은 수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같은 토박이 한글화 주장은 하나의 전문학회가 발간한 한번의 판(版)에 국한된 것이지만 해부학 용어가 가지는 일반성과 중요성 때문에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적어도 의학사전이나 용어집 수준에서는 한자로 표시할 수 있는 우리말 의학용어는 원칙적으로 모두 한자(漢字)를 병기(倂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일반 의학 논문에서도 혼동될 수 있는 용어는 괄호안에 한자를 병기하는 것이 용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요약컨대 적어도 의학분야에서는 영어권 사람들이 해오는 것 같이 의학의 전통을 계승하고 전문용어를 지키기 위하여 결코 한자를 배척해서는 안되고, 오히려 한자를 가까이 함으로써, 한자용어를 통해 일본과 중국 등에서 한자로 발간되는 수많은 귀중한 서양의학 문헌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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