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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찬성l “한자교육은 불가피하다”|

l찬성l  “한자교육은 불가피하다”

책과 삶 10월호 심재기 서울대명예교수



 나라에서 교육정책을 입안(立案)하고 시행한다는 것은 변화하는 시대의 징표(徵表)를 꿰뚫어 보고 새 시대의 주인공을 기르기 위해 알맞은 교육과정을 수립 기획한다는 것을 뜻한다.
교육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은 이 같은 시대 요구에 따라 각 분야 전문가들이 여러 해에 걸쳐 심의하여 결정한 계획안이다. 아마도 그 교육과정이 실현된다면 우리나라 교육은 문자 그대로 백년대계의 초석을 다지는 일이 될 것이다.

이 교육과정 안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적정한 한자를 그 해당 단어 옆에 병기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 적정한 한자라고 했으니 아마도 몇 백자 정도일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왜 초등학교 교과서의 한자 병기를 결정하게 된 것일까?

그것은 두말할 것도 없이 1970년 이후 온 나라에 한글전용이 보편화 되면서 일상의 언어문자생활에 엄청난 불편과 부조리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한글로만 적힌 글을 읽을 때에 한자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전무하여 그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채, 대강의 뜻만 짐작하고 넘어가게 되었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그 불완전한 의사소통체계에 의심을 품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만족하여 의식 무의식중에 스스로를 속이며 아는 체하는 현상까지 생겼다. 이러한 부조리현상 곧 언어와 문화의 공황상태가 사회 각 분야에 널리 퍼지게 되자, 이것을 의식한 일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한자 학습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자 사교육 열풍은 이렇게 발생하였다.

이에 이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은 교육부가 새로운 교과과정을 수립하면서 온 국민의 한자지식을 함양하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었고 그것이 초등교과서에 몇 백자 정도의 한자를 병기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이 계획은 일석이조의 효과가 기대된다.

첫째는 만연하고 있는 한자 사교육 열풍을 공교육에 흡수함으로써 불필요하게 과열되는 사교육현상을 잠재울 수 있다는 점이요, 둘째는 감수성이 예민한 초등학생들에게 한자를 자연스럽게 접촉하게 함으로써 한자가 우리문화전통에 불가결한 요소일 뿐만 아니라 은연중에 싹튼 한자지식이 성인(成人)이 되어 활동할 때에 이른바 창의융합형 인재의 자격을 갖출 수 있게 하였다는 점이다.

1970년 이래 반세기 가까운 세월, 우리는 한자지식의 결여와 부재로 말미암아 심각한 손실을 보아왔다. 전통문화에 대한 몰이해는 말할 것도 없고, 자기이름도 제대로 못 쓸 뿐 아니라 50년 전에 기록된 일체의 국한혼용문 자료는 사문서(死文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 있다. 또한 중국·일본·대만과 더불어 수천 년간 한 울타리에 속해 있던 한자문화권에서 우리만 외톨이가 되게 생겼으니 이 국제화, 세계화시대에 어떻게 창의융합형 인재가 나와 나라를 이끌어갈 것인가?

그동안 초등한자교육을 반대하는 분들은 그 반대이유로 ①사교육(私敎育) 조장(助長)과 ②학습량 과다(過多)를 손꼽았다. 그러나 초등학교한자교육은 사교육을 잠재우고, 학생들에게는 자연스런 학습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구나 저분들은 한자(漢字)가 남의 나라 글자이니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요, 한자를 쓰면 모국어의 자존심이 훼손(毁損)된다고 강변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주장이다.
이 세상에 제 나라 문자를 가진 민족이 몇이나 되는가? 한글만 붙들고 있으면 이 세상을 정말 제대로 살 수 있다고 믿는가? 하루 빨리 그 미몽(迷夢)에서 깨어나기를 빈다. 그래야 저분들도 교육부가 지향하는 창의융합형 인재로 대한민국의 유용한 일꾼이 될 것이다.

지난 45년간 초등학교에서 한자(漢字)를 가르치지 않음으로써 일어난 손실은 무엇보다도 자라나는 어린이의 창조력과 상상력을 위축시켰다는 점이다. 사고력의 기초에 낱말이 있고 그 낱말의 상당량은 한자어인데 그 한자를 배제한 낱말공부는 뿌리 없는 나무 기르기와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가령 하나의 한자(漢字)를 알면 거기에서 파급되는 무수한 복합어를 통해 무궁무진한 어휘를 알게 되는데 그동안 그러한 공부를 전혀 할 수 없었다. 풍부한 어휘력이 창조력, 상상력 그리고 논리력을 키우는 바탕이 아닌가?

한 가지 예를 더 들기로 하자. <책과삶> 9월호 기사 제목이 45개 있는데, 거기에 한자(漢字)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제목은 단 여섯 개뿐이었다. 한자어 없이는 간단한 기사 제목도 만들기 어렵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는 한자를 알아야 이해가 되는 제목이 많았는데 가장 문제 되는 것은 “주독야색(晝讀夜色) 떠올리게 하는 명물건축(名物建築)”이었다. 그 외에도 공공우선(公共優先), 면죄부(免罪符), 가역반응(可逆反應), 기폭제(起爆劑), 수포자(數抛者) 등은 한자를 알아야 그 개념이 분명해지는 것이었다. 한글 전용(專用)의 한계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자! 이러고도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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