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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국어와 한글을 사랑하자|

[기고] 국어와 한글을 사랑하자

세계일보 가천대 국문학과 교수 이석천 2016.02.01


우리나라는 570여 년 전에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창제하셨다. 그리하여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편리하고 과학적이며 모양도 아름다운 최선의 문자를 지니게 됐다.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적어도 2000여 년 전부터 한자를 사용해 왔다. 한자로 모든 문서와 역사를 기록했고 의사소통을 해왔다. 이처럼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우리말 어휘의 상당수가 자연스럽게 한자어로 바뀌거나 만들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한자어는 국어 어휘 전체의 70%를 상회한다. 게다가 전문어의 경우 한자어가 90%가 넘는다고 한다.

한자 이전부터 사용해온 본래의 우리말을 고유어라 하고, 한자로 만들어진 어휘를 한자어라고 한다. 그러니까 국어의 어휘는 고유어와 한자어로 돼 있다. 그중에 고유어는 당연히 한글로만 적는다. 고유어를 한자로 적을 수는 없다. 그런데 한자어는 한글과 한자로 다 적을 수 있다.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즉, 한글전용론자들은 한자어도 모두 한글로만 써야 한다는 것이요, 한자 사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한자어 중에 필요한 것은 한글과 함께 한자를 병기(倂記)해야 하며, 괄호에 넣어서라도 반드시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석규 전 가천대 교수·국문학

한글을 전용하자고 하는 이들은, 한자 사용은 사대주의적 발상으로 그로 인해 우리말과 한글이 말살될 것이며, 정보기술( IT) 시대에 역행하는 비효율적 정책이라고 주장한다. 한자어에 한자를 사용하고 국어 교과에서 한자를 교육해야 한다는 이들은, 한자어를 한글로만 쓴다면 뜻이 통하지 않거나 오해하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고 본다. 즉 언어생활이 불편하고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전문성이 있는 글일수록 한자병기가 꼭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한자어는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가 흔하고 한자를 써야만 의미가 통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한자어는 한자를 혼용하거나 한글과 한자를 병기해야만 뜻을 바르게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한자문화권에 있는 모든 나라가 당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훨씬 많은 한자를 혼용하고 있다. 우리와 같은 말을 사용하고 있는 북한에서도 초·중·고등학교에서 상용한자 2000자를 교육하고 있다. 이는 편리한 문자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정책으로 한자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의 결과다. 그들은 한자 사용이 결코 사대주의거나 문자 말살 정책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필자를 포함한 한자병기론자들도 진정으로 한글을 사랑하며, 가능하다면 한글전용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글전용으로는 글을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이를테면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갑오경장 이후 최근까지 만들어진 신조어들은 대부분 한자어이거나 영어 등 서양에서 들어온 외래어이다. 심지어 외국어가 그대로 우리 국어 속에서 판을 치고 있다. 이러한 것은 방치하고 오히려 우리말에 필수적인 한자를 배척할 필요가 있는가. 차라리 어휘가 새로 만들어질 때 고유어로 만드는 운동, 외국어가 난무하는 언어현장을 정화하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고 믿는다. 

2005년 제정된 국어 기본법은 한자를 우리 문자에서 제외하고, 국어 교과에서 사실상 한자교육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 문화 발전에 치명타를 가하는 심각한 문제로서 반드시 수정돼야 한다. 최소한 초·중·고등학교 국어 교과과정에서 1800자의 한자는 교육해야 비로소 자연스러운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렇게 하는 것이야말로 근본적으로 국어를 사랑하고 한글을 사랑하는 길이다.

이석규 전 가천대 교수·국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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