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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칼럼 - 난독증|

동양 칼럼 - 난독증                                                             동양일보 홍연기 논설위원·한국교통대 교수 2016.03.07


  

최근 KDI국제정책대학원 이주호 교수가 OECD 21개 회원국 만 16~65세를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자료와 2012년에 치러진 PISA 자료를 활용한 분석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읽기능력은 나이에 따른 세계 순위가 점점 떨어져 55세 이후에는 세계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교생에 해당하는 17~19세 한국인의 읽기 능력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였으나 만 20세 이후 떨어지기 시작하여 35세 부터는 OECD 평균 이하가 되고 급기야 55세 이후에는 세계 최하위권으로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읽기 능력이라 함은 단순한 읽기가 아닌 문서해석능력 즉, 문해력을 말한다. 다소 오래전 조사이기는 하나 과거 한국교육개발원에서 실시한 국제 성인문해능력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당시 결과는 중졸 이하의 문해율은 중위권 정도이고 고졸 이상은 최하위인 칠레와 동점이고 대졸 이상은 칠레보다도 7점 이상 낮은 최하위권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심지어 1위인 스웨덴과의 점수 차이는 72점 이었다. 이는 우리나라가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고학력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실상은 그와는 정반대임을 반증하고 있다.

지난 7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가 펴낸 ‘2015년 대학도서관 통계분석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과 전문대 391곳의 대학 도서관 409곳에서 대학생 1인당 빌린 도서의 수는 평균 7.4권으로 나타났다. 대학 도서관의 재학생 1명당 대출 도서는 2011년에 10.3권이었으나 2012년 9.6권, 2013년 8.7권, 2014년 7.8권 등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대학교 재학생 202만 3000명 중 책을 단 한 번이라도 빌린 학생은 57.7%인 116만6000명이었는데 이를 다시 말하면 대학 재학생의 42%는 대학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적이 없다는 것이다.

이상의 사례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의 문서해독능력에 심각한 이상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느 나라 글자보다 읽고 쓰기 쉬운 한글로 인해 문맹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것이다. 보통 문맹을 언급할 때에는 단순한 문자 해독율을 뜻하지만 문서해독능력 즉, 문해력이라 함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각종 문서의 내용을 파악하여 실생활에 적용하는 능력을 말한다.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조금만 어려운 단어를 쓰나 문장이 길어지면 정확한 의미를 모른다는 것이다.

새삼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나 그 이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 각자의 생각을 글과 말로 공유할 수 있는 토론식 수업보다는 정해진 지식만 습득하기 바쁜 주입식 교육, 국어보다는 영어를 더 중요시하는 교육 풍토, 앞서 언급한 낮은 독서율, 거기에 스마트폰을 포함한 웹 문서에 대한 원하는 키워드 위주의 나쁜 읽기 습관의 만연 등이 우리의 낮은 문서해독능력의 원인이 될 것이다. 특히 주입식 교육의 폐해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별로 개선된 점이 거의 없는데 이는 현행 입시제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또한 대학 강의실도 활발한 토론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단순 지식의 전수공간에 머물러 있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취업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용지물이 된 현실 앞에서 지적인 상상력을 발휘하고 각종 현안에 대해 활발한 토론을 기대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문서해독 능력의 저하는 단순히 문서해독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화와 민주주의 수준에 따른 보다 다양한 생각과 행동들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타인의 말과 글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를 보면 난독증을 넘어 현실 왜곡장(reality distortion field)에 단단히 사로잡힌 이해력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결국 문서해독 능력의 저하는 사회 통합에 있어서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모름지기 지식이라는 것은 다른 이들의 말과 글을 잘 이해하는데서 출발하며 이는 곧 상호간 존중의 근간이 된다.

유네스코가 모국어 개발 등 문맹퇴치에 공로가 있는 기관이나 개인에게 수여하는 상의 이름이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이라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신 이유는 사람마다 쉽게 익혀 늘 편히 사용하라는 것이었다. 작금의 우리 모습을 세종대왕께서 편히 보실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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