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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漢字를 배워야 산다|


      [일사일언] 漢字를 배워야 산다





조선일보 2016.01.12 03:00

팀 알퍼 사진
팀 알퍼·칼럼니스트
"한자를 배워야만 한다." 새해 결심이다. 10년 넘게 한국에 살면서 한국어도 제법 한다고 자부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새해 첫날 눈을 떠서 스마트폰을 본 순간 혈압이 올랐다. 친구가 '병신년'으로 시작하는 메시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곧장 그 녀석에게 전화를 걸어서 무슨 생각으로 그런 욕을 했냐고 따졌다. 그는 차분하게 '붉은 원숭이의 해(丙申年)' 이야기라고 답했다. 쥐구멍에라도 들어가 숨고 싶었다. TV 아나운서도 이 말을 발음할 때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이는 게 느껴졌다. 오전 8시 뉴스에서 한 여성 아나운서는 "이번 병신년"을 또박또박 말하려 애썼다. 병과 신 사이에는 애국가도 부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간격이 있는 것 같았다.

외국인들이 발음할 때 특별히 주의해야 하는 몇몇 한국어가 있다. 숫자 18이 그런데, 역시 한국 TV나 라디오에 나오는 출연자들이 이 숫자를 말할 때는 어김없이 굉장히 주의를 기울이는 게 느껴진다. 반대로 한국 사람이라면 영어권 사람들에게 태국의 휴양지 푸껫을 발음할 때 주의해야 한다. 욕설인 "Fuck it"과 정말 비슷하게 들린다. 영어권에서 이 말은 가장 무례한 방식으로 "꺼져"라고 말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같은 영어를 쓰는 영국인과 미국인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다. 영국식 영어에서 담배를 뜻하는 패그(fag)는 미국식 영어에서는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쓰인다. 마찬가지로 미국에서 엉덩이를 뜻하는 패니(fanny)라는 말은 영국에서는 지면에서 말하기 어려운 은밀한 부위를 지칭하는 표현이다. 상상할 수 있겠지만 영국인과 미국인들은 서로 담배와 엉덩이를 이야기할 때 특별한 주의를 기울인다.

언어는 정말 어렵다. '병신년'처럼 오해의 소지가 있는 단어를 말할 땐 차라리 옛날 원시인처럼 손짓 발짓으로 표현하는 방법이 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그보다 더 나은 방법은 역시 그 언어에 관해 많이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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