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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漢字 광고

조선일보 만물상 2014.07.05


소주 한잔할 때 즐겨 먹는 삼겹살 구이를 한자로 '烤五花肉(고오화육)'이라고 쓴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족발은 '猪蹄(저제)'라고 한다. 책에서 본 게 아니다. 중국에 갔던 것도 아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식당 간판에 그렇게 쓰여 있다. 얼마 전 종각 사거리에 들어선 첨단 고층 빌딩에는 '淸進商店街(청진상점가)'라고 큼지막하게 한자로 쓴 간판이 나붙었다. 그 옆에는 '食客村(식객촌)'이라고 역시 한자로 쓴 식당가 안내판이 서 있다.


 


▶아침에 출근할 때 '弘大入口(홍대입구)'라고 쓴 역에서 지하철을 탄다. 역 구내에는 화장실, 환승, 승강기, 최단 대피 경로, 출구 번호 같은 안내 문구들이 한자로도 적혀 있다. 지하철을 타면 전자 안내판에 '前方到站是(전방도참시)'라고 뜬다. '다음 도착할 역은'이라는 뜻이다. 시청역에서 내려 걷다 목이 마르면 飮水台(음수대)에서 멈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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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주변에서 한자를 보는 게 낯설지 않게 됐다. 현대 중국의 간체자(簡體字)가 많지만 그 역시 한자의 일부다. 종로 YMCA호텔을 YMCA酒店(주점), 지하 쇼핑센터를 地下購物中心(지하구물중심)이라고 쓴 거리 안내 지도가 있다. 명동에선 友利(우리)은행, 韓亞(하나)은행 간판이 눈길을 끈다. 강남에는 '○○整形外科(정형외과)'라고 한자 간판을 내붙인 성형외과가 많다. 제주도엔 '무단 횡단하지 마세요'를 '請不要橫(청불요횡)…'이라고 한자로 써 붙인 거리가 있다.

 

▶마침내 온통 한자로만 된 신문 전면 광고도 등장했다. 시진핑 주석이 서울에 온 그제 아침 어느 백화점이 일간지에 낸 바겐세일 광고다. '有朋自遠方來(벗이 멀리서 왔으니…)'라는 논어 한 구절을 문패처럼 내걸었다. 그러곤 '只限 4天!(단 4일!), SALE 7~9折(10~30% 할인)' 하며 손님을 부른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이 430만명, 외국인 관광객의 40%다. 중국인의 지갑이 학교에서 한자를 가르치지 않는 나라 곳곳에 한자를 다시 등장시키고 있다.

 

▶한자 교육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어떤 학자의 이론보다 현실의 힘이 무섭다는 걸 실감한다. 문제는 우리다. 자기 아이 이름을 한자로 쓰지 못하는 아버지가 절반에 이른다. 30대는 63%나 된다. 명색이 한자 문화권에 살면서 거리에 한자가 날로 늘어나는데 그걸 보고도 읽지 못한다면 이 거리는 누구의 것인가. 한글 전용이니 국·한 혼용이니 하는 논쟁의 덫에서 벗어나 한자를 가르쳐야 한다.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언어 생활을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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