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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소리]한자문맹 언제까지 갈 것인가?|

[NGO소리]한자문맹 언제까지 갈 것인가?

중도일보 송화순 목요언론인클럽 회장 2014.09.12


“지지 지지(知之 知之) 주지 주지(主知 主知).”

판소리 흥부가의 제비노정기에서 강남 갔던 제비가 보은표 박씨 하나를 물고 흥부 집에 날아 들어온다. 다리가 부러져 다 죽게 된 것을 어진 흥부가 정성을 다해 고쳐주자 중국에 초나라 중원에까지 갔던 흥부제비가 살아 돌아오면서 흥부에게 인사를 건네는 장면이다.

지지지지, 주지주지, 거지연지 우지배(요)(知之知之,主之主之,去知年知,又之拜(요) 낙지각지,절지연지, 은지덕지, 수지차(로), 함지포지, 내지배(요) 빼!드드드!(之脚之,折之燕之,恩之德之,酬之次(로),含之匏之,之拜) (주요 한자:脚-다리 각, 折-꺾을 절, 恩-은혜 은, 酬-갚을 수, 匏-박 바가지 포, 拜-절 배)

물론, 이역만리 멀다않고 흥부 집에 날아 들어오면서 제비가 지저귀는 소리를 흉내 낸 의성어다. 그런데 제비가 지저귀면서 내는 소리를 한글로만 표현한다면 무슨 소리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뜻글자인 한자(漢子)가 받쳐줘야 가까스로 제비의 반가운 인사말을 알아볼 수가 있다.

“아시는지요, 아시는지요,(知之知之), 주인님, 주인님(主之主之), 떠나갔던 제비가 돌아 왔습니다(去之年之), 떠나갔던 제비가 인사드립니다(又之拜)요, 떨어져 부러진 다리를(之脚之,折之燕之), 이어주신 은덕을 갚으려고(恩之德之,酬之次)로 박 씨를 물고 와서 인사드립니다(含之匏之,之拜).”

하찮은 미물인 제비도 은혜를 받았으면 그 은공을 갚아야 한다는 구구절절(句句節節)인사 말이다. 그렇다면 한자를 모르고서 우리나라의 역사 선조들의 혼이 담긴 고전 문학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으며 전 세계에서 단 한 곳뿐이고 경상도의 함양, 전라도의 운봉이라, 운봉 함양 두 얼 품에 사는 흥부 집에서 일어난 사필귀정(事必歸正)의 큰 복(福)잔치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더욱 흥부가에서 나오는 제비 노정기는 흥부 제비가 갖다 준 박(匏)씨를 심어 크게 열린 박을 타서 동생 흥부가 고진감래(苦盡甘來)끝에 복을 받아 부자가 되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우리 후손들은 제비가 지저귀는 인사도 알아듣지 못해 흥부에게 찾아 온 복(福)마저도 함께 나누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 그지없다.

우리 한류(韓流)가 동양을 넘어 유럽과 미국, 그리고 남미에 이르기까지 주목을 받고 있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산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등 각종 소리가 들어가 자연의 소리라고 하는 판소리는 세계 문화유산의 무형 문화재로 등록돼 이미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우리의 전통 음악이다. 그런데 박 씨를 물고 흥부 집에 찾아와 제비가 하는 인사말을 제대로 알고 있는 분이 한국 사람도 아닌 미국인 교수가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배재대 미디어 콘텐츠학과 조세린(한국명)교수는 한국에서 가야금 독주회까지 여는 등 우리 국학을 남달리 사랑하면서 판소리 분야까지 공부하고 있다. 조 교수는 '지지지지 주지주지' 라는 제비 인사말이 너무 재미있어 박사학위 논문도 제비 노정기를 본 따 세린 노정기라 할 정도로 우리 국악에 매료됐다.

한자를 모르고 한글로만 말한다면 제비가 지지지지, 주지주지 주절거리는 것처럼 아무것도 알 수가 없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한자 교육이 절실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 한자문맹의 현주소를 정확히 지적했다.

한국에서 한자를 외국어라고 해서 한자쓰기를 반대하는 사람을 이해할 수가 없다.

자기 나라의 역사와 고전을 공부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문화적 파괴 행위가 아니냐면서 우리의 아픈 정곡(正鵠)을 찌르는 외국인의 주장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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