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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를 푸는 가장 편리한 열쇠는 ‘한자의 뜻’이다|

한자어를 푸는 가장 편리한 열쇠는 ‘한자의 뜻’이다

[강상헌의 말글 바다] <103> 一切… 일절과 일체

컬쳐투데이 2014.2.19.



일절과 일체, 一切라는 같은 한자를 쓰면서도 발음과 뜻이 매우 다른 이 두 단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헷갈려 한다. 여러 시험문제로는 출제 빈도(頻度)가 높아 학생 등 수험생들은 밑줄 그어가며 익힌다.
‘일절’은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 부사로, 흔히 사물을 부인하거나 행위를 금지할 때에 쓰는 말이라고 사전은 풀이한다. 비슷한 말로는 ‘도무지, 아주, 전혀’ 등을 들었다. 다음처럼 쓴다. ‘그는 고향을 떠난 후로 연락을 일절 끊었다.’

‘일체’는 ‘모든 것, 전부’ 뜻의 명사이며 ‘모든 것을 다’ 하는 의미로 부사적으로도 쓰인다. 예문, ‘걱정 근심일랑 일체 털어 버리고, 즐겁게 식사나 하지지요.’

국립국어원 홈페이지의 묻고 답하기 칼럼에 나온 이 풀이를 함께 보고자 한다. “일절(一切)은 원어의 뜻 그대로가 아닌,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을 나타내는 부사로서, 사물을 부인하거나 행위를 금지할 때 쓰입니다. ‘연락을 일절 끊었다’의 ‘일절’은 ‘아주’ 정도의 뜻이 됩니다.” 국립국어원 전문가의 고증(考證)이니, 옳으리라. 그럴까?

그런데 차라리 한자를 쓰지 말거나, ‘원어의 뜻 그대로가 아닌’이란 엉뚱한 해석을 달지 말거나 했어야 했다. ‘일절’이면 그 원어 一切을 말하는 것일 터, 그 일절이 ‘아주, 전혀, 절대로’의 뜻인데 무엇이 다르다는 얘기인가?

한자는 한 글자 한 글자가 한 단어다, 두 글자가 합치면 익은 말 숙어(熟語) 즉 이디엄(idiom)이 된다. 두 단어가 합쳐서 또 하나의 뜻을 짓는 것이다. 일(一)과 절(切)이 합쳐진 한자 숙어 ‘일절’의 뜻이 ‘아주, 전혀, 절대로’인데, 그게 아니라니 의아할 수밖에. 토박이 우리말과 한자어 단어의 차이다.

한자의 기본소양이 없는 이가 대한민국 언어 당국(當局)인 국립국어원의 ‘전문가’일 리는 없는데, 이상한 일이다. 여러 신문들도 이 문제에 관해 해법을 내놓고 있다. 그런데 모두들 같은 한자가 다른 발음과 뜻으로 쓰이는 까닭과 그 구분의 내용, 발음의 차이 등을 설명하지 않는다. 해답만 있고, 해법(解法) 즉 푸는 과정은 없다. 그냥 외우라니, 헷갈릴 수밖에.

다음은 신문에 실린 ‘말글 바르게 쓰기’ 안내 종류의 글(기사)이다.

-...‘사원들의 금연 캠페인에 필요한 일체(一切)의 경비를 회사가 지원한다’ ‘공공장소에서 흡연이 일절(一切) 금지됐다’처럼 구분해 쓴다. 두 단어를 바꿔 쓰면 뜻이 통하지 않는다.

-... 포장마차에 ‘안주 일절’이라고 써놓은 걸 흔히 본다. 이는 바르지 않다. 一切의 切은 뜻에 따라 음이 다르다. ‘끊는다’ 뜻으로는 ‘절’로, ‘모두, 온통’ 의미로는 ‘체’로 읽는다. 안주를 ‘모두’ 갖추고 있다는 의미로는 ‘절’이 아니라 ‘체’를 써서 ‘안주 일체’라고 해야 한다.

이런 식이다. 대충 친절하나, 완전하지 않다. 우선 切 글자가 어떤 글자인지에 관한 설명이 없다. ‘절’과 ‘체’ 중 어떤 발음이 원래 그 글자의 소리인지 가려야 한다. 본디가 가려지면 나머지 하나는 어떤 식으로 그런 뜻과 발음을 지니게 됐는지 상상(추론)이 가능할 터다.

切은 칼 도(刀)와 일곱 칠(七)의 합체다. 초기문자에서는 七이 ‘자른다’는 뜻이었다. 세월 지나며 숫자 7로 의미가 바뀌게 됐고, 원래의 ‘자른다’는 뜻을 나타내기 위해 七자에다 칼[刀]를 붙인 글자를 만들었다. 그렇게 ‘자른다’는 뜻 ‘절(切)’이 생겼다.

그 글자와 발음이 비슷하면서, 그 때까지 글자를 가지지 못한 어떤 말 즉 ‘모두, 온통’ 등의 뜻을 나타내는 ‘체’를 편의상 그 글자로 함께 쓰게 됐을 것으로 유추(類推)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두 뜻의 구분을 위해 그 발음에 차이를 두어야 혼란이 생기지 않는다. 평상거입(平上去入)의 4성(聲)은 이런 구분을 위한 도구였다.

오랜 세월 속에서 끊을 切[절]은 입성, 온통 切[체:]는 거성이 됐다. 한자를 잘 부려 쓴 우리 조상들은 평성과 입성은 짧게, 상성과 거성은 길게 읽는 식으로 4성을 이용해 장단음을 구분했다. 이런 주고받음은 한국말글과 중국말글의 창조적 교호(交互), 영어로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다. 3천년 이상 쌓아온 동아시아 문명의 핵심 중 하나다.

‘전문가’는 모름지기 해법을 보여야 한다. 다른 분야도 그렇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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